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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머스크 구하기… 테슬라 구입·시승 쇼

기사입력 2025-03-12 19:49:15
기사수정 2025-03-12 22: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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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브로맨스’ 과시

직접 구매 후 백악관서 나란히 시승
“아름답다” 칭찬… 불매운동에 지원사격
“급진 좌파들 최고 車 제조사 보이콧
매장 공격하면 테러리스트” 강조도

지지 발언 등 영향 주가 일부 반등
“머스크, 트럼프 측에 1억달러 기부”

미국 내 공무원 해고, 유럽 극우 정당 지지 등 행보로 국내외에서 많은 비판을 받고 있는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또다시 ‘힘 싣기’에 나섰다. 머스크 CEO에 대한 반감으로 테러가 잇따르고 있는 테슬라의 차량을 직접 구매한 뒤 백악관에서 보란 듯이 시승행사까지 벌인 것이다.

 

11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직접 구매한 테슬라 차량을 머스크 CEO와 함께 시승하는 이벤트를 벌였다. 백악관 경내 사우스론에 주차된 빨간색 테슬라 모델 S 세단에 머스크 CEO와 함께 올라탄 트럼프 대통령은 운전석에 앉아 차가 “아름답다”고 칭찬했다.

 

보란듯이… 신뢰·지지 재확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11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테슬라 모델 S 차량을 시승하고 있다. 워싱턴=AP연합뉴스

공개 시승 이후에는 머스크 CEO를 세워두고 “아주 작은 그룹의 사람들이 그를 매우 부당하게 대했는데, 애국자라는 이유로 불이익을 받을 수는 없다는 것을 사람들이 알아주길 바란다”며 그에 대한 지속적인 지지의 뜻을 밝혔다. 그는 테슬라 매장을 공격하는 사람들을 ‘국내 테러리스트’로 분류해야 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그렇게 할 것”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폐쇄회로(CC)TV 덕에 테슬라 매장을 공격한 몇몇 사람의 신원을 이미 파악했다며 “그들을 멈추게 할 것”이라고 했다.

 

앞서 이날 새벽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일론 머스크는 우리나라를 돕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환상적인 일을 하고 있다”며 “그러나 급진 좌파 광신도들은 늘 그렇듯이, 세계 최고의 자동차 제조사 중 하나이자 일론의 ‘아기’인 테슬라를 불법적으로, 공모해 보이콧하려고 하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그는 그러면서 “나는 진정으로 위대한 미국인 일론 머스크에 대한 신뢰와 지지의 표시로 내일 아침에 새 테슬라 차를 살 것”이라고 밝혔고, 하루도 지나지 않아 이를 실행에 옮겼다.

 

사진=AF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테슬라 차량 구매와 공개 시승은 테슬라 경영자로서 위기에 몰린 머스크 CEO를 지원하려는 행보로 풀이됐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에서는 머스크 CEO의 정치적인 행보에 반대하는 시위와 테슬라 제품 불매운동이 거세게 일어나고 있으며, 테슬라 차량과 매장, 충전소 등을 겨냥한 방화·총격 등 과격한 공격도 이어지고 있다. 이 여파가 테슬라의 차량 판매 실적 부진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월가의 보고서도 수차례 나왔다.

 

이런 악재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등 영향으로 확산 중인 경기 침체 우려와 겹치며 테슬라의 주가 하락으로 이어졌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다음 날인 지난달 21일 424.07달러에 이르던 주가는 10일 222.15달러로 반토막에 이르렀다. 이날 기술주 중심 나스닥이 4%나 하락하는 등 미 증시가 최악의 하루를 보냈는데 특히 테슬라 주가가 무려 15.4% 폭락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작심한 듯 머스크 CEO와 테슬라에 대한 직간접 지원의사를 밝혀 이날 테슬라 주가는 전날보다 3.79% 오른 230.58달러로 일부 반등했다.

 

이에 보답하듯 머스크 CEO는 트럼프 대통령 측에 거액의 기부를 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머스크 CEO가 최근 트럼프 대통령 측근들에게 1억달러(1450억원)에 달하는 규모로 기부할 의향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11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 앞 사우스 론 진입로에 테슬라 사이버트럭이 다른 테슬라 차량과 함께 주차되어 있다. UPI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과 머스크 CEO의 이런 ‘브로맨스’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폴리티코 등 미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의 노골적인 테슬라 편들기가 대통령 후원자에 대한 특혜로 비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AP통신은 백악관이 약 8만달러(약 1억1600만원)짜리 테슬라 차 구매에 드는 비용 처리를 어떻게 할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며 “대통령이 사익과 공익의 구분을 얼마나 흐릿하게 하는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꼬집었다. NYT는 트럼프에 기부 의향을 밝힌 머스크 CEO에 대해 “상사의 어젠다 지원을 위해 백악관 소속 직원이 이렇게 거액의 정치적 기부를 하는 것은 전례가 없다”고 지적했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