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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백유의스포츠속이야기] 서울은 어쩌다 전북에 패했을까

기사입력 2025-03-13 22:56:31
기사수정 2025-03-13 22:5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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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28일 서올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대한체육회 대의원총회에서 전북특별자치도가 2036년 하계올림픽 국내 유치 후보 도시로 선정됐다. 61명 대의원 투표 결과 전북은 49표를 얻어 강력한 후보 서울(11표)을 큰 투표수 차(무효 1표)로 제치는 이변을 일으켰다.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의 패배는 충격이 아닐 수 없다. 대한체육회 대의원은 산하 경기단체장들이어서 올림픽을 잘 아는 스포츠 전문가들이다.

 

서울은 왜 일방적으로 패했을까?

 

나는 88올림픽 이후 급성장한 서울이 ‘세계 6위의 도시’라고 내세우면서도 조금도 스포츠에 투자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서울올림픽을 위해 지은 시설 이후 새로 만든 경기장이 거의 없을 정도로 시민들이 사용할 스포츠 시설은 턱없이 부족하다.

 

예를 들어 보자. 지방도시 발전을 위해 전국체전 개최를 양보해 왔던 서울은 2019년 100주년 전국체전을 개최했다. 그러나 수영종목은 대회를 치를 곳이 없어 김천과 인천(장애인)에서 경기를 해야 했다. 대한체육회는 올림픽공원수영장에서 수영종목을 하려고 했지만, 서울시가 시설 보수비용 등을 지급하지 않아 대안을 찾지 못했다. 그래서 수영경기만 유일하게 다른 도시로 가야만 했던 것이다.

 

인구 1000만의 대도시 서울에는 국제대회를 치를 수 있는 50m 정규 규격의 수영장이 2개에 불과하다. 나머지 3곳은 선수 훈련용. 일반 대중이 사용할 수 있는 수영장은 태부족이다.

 

실내링크의 사정도 열악하기 그지없다. 서울에는 목동아이스링크(5000석)를 제외하면 1000석 이상의 관중석이 있는 실내링크가 없다. 1988 동계올림픽을 치를 캐나다 캘거리는 인구 120만의 도시임에도 60여개의 실내 빙상경기장이 있다.

 

공교롭게도 과거 전국체전의 주무대였던 동대문운동장을 없애고 문화시설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를 만든 이가 바로 오세훈 시장이다. DDP가 탄생하기 전의 동대문운동장에는 축구장을 비롯해 야구장, 수영장, 테니스 코트 등 엄청난 규모의 스포츠 시설이 있었지만 이후 새로 건설된 스포츠 시설은 고척스카이돔 정도다. 스포츠계에서 오세훈 시장은 잊고 싶은 인물이다.

 

2036년은 한국이 1988 서울올림픽을 개최한 지 48년, 고 손기정옹이 1936년 독일 베를린 올림픽에서 일장기를 달고 한국인 최초로 금메달을 딴 지 100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만약 서울시가 지방도시와의 연계에 의한 개최를 내세웠더라면 결과는 달라졌을 것이다. 투표 당일 대의원들은 “이미 다 결정됐는데 빨리 투표하자”는 분위기였다고 한다. 과연 오세훈 시장은 이런 상황을 알고나 있었을까?


성백유 대한장애인수영연맹 회장·전 언론중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