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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노총 활동가 ‘거짓채용’ 1600만원 지급한 전 원주 공무원노조 지부장 [사건수첩]

기사입력 2025-03-13 17:41:44
기사수정 2025-03-13 17:4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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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노총 강원지역본부장 선거에서 낙선한 인물을 자신이 소속된 강원 원주시 공무원노동조합에 상근직원으로 채용한 것처럼 꾸며 월급을 지급한 전 노조 지부장이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결심공판에서 징역 6개월을 구형했던 검찰은 항소를 검토 중이다. 

 

춘천지법 원주지원 형사2단독 박현진 부장판사는 업무상 배임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공무원 A(56)씨에게 벌금 290만원을 선고했다고 13일 밝혔다.

 

원주시청 공무원노조 관계자들이 A씨에 대한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 시 노조 제공

공소사실에 따르면 민노총 전국공무원노조 강원지역본부 원주시지부 지부장이던 A씨는 2018년 4월 20일 민노총 강원지역본부장 선거에서 낙선한 B씨를 노조 상근직원으로 채용했다.

 

이후 A씨는 노조 업무와 관련이 없는 집회현장에 B씨를 파견하고도 마치 B씨가 상근직원인 것처럼 서류를 꾸며 매달 200만원씩 8개월간 총 1600만원을 지급했다.

 

A씨는 B씨에게 지급한 월급내역을 연말 회계결산에 고의로 누락했고 결국 노조에 상당한 손해를 끼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법정에 선 A씨는 “B씨를 상근직원으로 채용하고 인건비를 지급한 행위는 노조의 이익과 벌전을 위한 것이었다”며 배임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사건을 살핀 재판부는 수사결과 등을 토대로 A씨의 행위가 업무상 배임에 해당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우선 “상근은 날마다 일정한 시간에 출근해 정해진 시간 동안 근무를 해야 하는데 B씨는 노조 운영위원회에 참석한 기록이 전혀 확인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B씨가 수사기관에서 자신의 근무형태에 대해 “출근은 딱히 정해진 시간이 없다. 늦게까지 일을 할 수도 있고 늦게 출근할 때도 있고 일찍 들어갈 때도 있다. 원체 외부활동이 많았다”고 진술한 부분도 그가 상근직원이 아니었다는 판단에 힘을 실었다.

 

A씨가 통상적인 채용 공고나 근로계약서 작성도 없이 B씨를 상근직원으로 채용한 점, 노조 대의원회에 B씨 채용사실을 보고하지 않은 점, B씨를 사무실이 아닌 집회현장에 파견한 점 등도 혐의를 인정하는 근거가 됐다.

 

재판부는 “A씨는 B씨를 상근직원으로 근무시킬 의사가 없었음에도 고정적인 급여를 지급하기 위해 형식적으로 채용했다”며 “이 행위는 오로지 B씨의 이익을 도모할 목적으로 업무상 배임죄 죄책을 면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어 “다만 A씨가 초범인 점, 7년이 지난 사안으로 공직을 박탈하는 형을 선고하기엔 가혹한 측면이 있는 점, B씨가 노조에 필요한 역할을 수행하기도 한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앞선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A씨에게 징역 6개월을 구형했다. 검찰은 항소를 검토하고 있다.


원주=배상철 기자 bsc@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