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 통신 기자의 백악관 취재를 거부한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조치는 부당하다는 연방법원의 1심 판결이 나왔다. 백악관은 즉각 항소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8일(현지시간) BBC 방송에 따르면 미 수도 워싱턴을 관할하는 연방지방법원의 트레버 맥패든 판사는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참여하는 행사들에 대한 AP 통신 기자의 접근권을 복원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맥패든 판사는 표현의 자유를 규정한 미 수정헌법 제1조를 근거로 백악관의 조치는 헌법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미국 독립 직후인 1791년 발효한 수정헌법 1조는 ‘의회는 발언이나 언론의 자유(freedom of speech or the press)를 제한하는 법률을 제정할 수 없다’는 취지로 규정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 멕시코만(灣)을 ‘미국만’(아메리카만)으로 바꾸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멕시코만은 미국 남동부와 멕시코 북동부, 그리고 섬나라 쿠바로 둘러싸인 바다를 일컫는다. 미국과도 관계가 깊지만 중요한 것은 멕시코만이 이미 국제적으로 확립된 지명이라는 점이다. 이웃나라 멕시코의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대통령은 “아예 북미 대륙 명칭을 ‘멕시코 아메리카’로 고치는 것은 어떨까”라는 역제안을 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그래도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무리한 지명 변경을 강행했다.
주요 언론사들 가운데 AP 통신은 백악관의 요청을 거부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멕시코만이란 표현을 계속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백악관은 AP 통신 기자가 트럼프 대통령이 참여하는 행사를 취재하거나 트럼프 대통령 근접 취재를 위한 언론사 풀(pool) 기자단에 참여할 수 없도록 규제했다. AP 통신이 백악관의 캐럴라인 래빗 대변인, 수지 와일스 비서실장과 테일러 부도위치 부실장을 상대로 법원에 “취재 제한 조치를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내며 법정 공방이 시작됐다.
이날 법원의 1심 판결 선고 직후 AP 통신은 대변인 로렌 이스턴 명의로 낸 성명에서 “법원 결정에 감사를 드린다”고 밝혔다. 이스턴은 “오늘 판결은 언론과 대중이 정부의 보복 없이 자유롭게 발언할 수 있는 기본 권리를 확인한 것”이라며 “이는 모든 미국인에게 보장된 헌법상의 기본권”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