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눈·입이 몇 개월째 건조하고 가렵고, 피로한 중년여성… 혹시 자가면역질환? [필수 건강, 이것만!]

기사입력 2025-04-09 11:51:52
기사수정 2025-04-25 13:24:58
+ -

환절기면 많은 사람들이 건조함을 호소한다. 철마다 겪는 과정이라 가볍게 여길 수도 있지만, 이런 건조함이 3개월 이상 지속하고, 극심한 피로감이 동반된다면 자가면역질환 ‘쇼그렌증후군’ 가능성도 한번 생각해볼 일이다. 쇼그렌증후군으로 몸의 면역을 담당하는 항체들이 침샘과 눈물샘 같은 외분비샘을 공격하면서 발생하는 증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자가면역질환은 지속적으로 증가 추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쇼그렌증후군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2019년 2만1282명에서 2023년 5만51명으로 5년새 40% 이상 증가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쇼그렌증후군은 주로 50~60대 여성에게 많이 발생한다. 절반 이상이 50~60대 여성환자다.

 

강동경희대학교병원 김세희 교수는 “쇼그렌증후군이 중년 여성에서 많은 이유는 성호르몬과 연관성이 크다”며 “일반적으로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이 감소하는 폐경 전 시기에 쇼그렌증후군의 발생이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다양한 연구를 통해 생식호르몬 노출이 더 많을수록 쇼그렌증후군 예방되는 것이 확인되기도 했다. 또한, 유방암 환자에서 에스트로겐 생산을 억제하는 아로마테이즈 억제제를 사용할 경우 쇼그렌증후군이 증가한다는 사실과도 연관성이 있다.

 

명확하게 확인된 원인은 없다. 환경적 요인, 유전적 요인 등이 서로 영향을 미치며 질병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할 뿐이다. 환경적 요인으로는 다양한 감염원, 특히 바이러스가 잠재적인 쇼그렌증후군의 유발 요인으로 간주되고 있다. 바이러스 감염이 선천 면역반응을 활성화하고 인터페론을 증가시키는 것이다. 

 

쇼그렌증후군은 전신에 걸쳐 다양한 증상이 나타나지만, 대표적인 증상은 구강 건조와 안구 건조다. 구강 건조 증상은 타액 분비 감소로 건조한 음식을 삼키기 어렵고 오랫동안 말을 하기도 어려워진다. 미각이 변하고 더불어 입이 타는 듯한 느낌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신체검사 시 입안에 건조하고 붉어진 구강 점막, 충치와 치주 질환이 확인되고, 환자의 60%에서는 귀밑샘이나 턱밑샘의 비대가 동반된다. 또 눈물샘이 건조해지면서 눈이 뻑뻑하고 이물감이 들 수 있다. 각·결막염이 발생하고 광과민성, 홍반, 가려움증이 나타난다. 장시간 독서, 운전, 컴퓨터 사용 등 눈 깜빡임이 적어지는 활동과 바람과 먼지가 많고 연기가 나는 환경에서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 상기도에도 영향을 줘 쉰 목소리와 기침이 나타나고, 피부 건조증, 질 건조로 통증이 발생할 수 있다. 

쇼그렌증후군은 다양한 합병증을 동반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쇼그렌증후군 환자에서 만성적인 광범위 통증이 흔하게 나타나며, 환자의 70~80%가 피로를 호소한다. 관절염, 피부에 고리 모양 홍반, 혈관염, 간질성폐렴, 신경병증이 동반되기도 한다. 특히 쇼그렌증후군 환자는 림프종의 발생 위험도가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완치가 없는 만큼 평생을 관리해야 한다. 구강 건조가 있는 만큼 카페인 및 흡연, 알코올을 피해야 한다. 자주 물을 마시고 무가당 사탕이나 껌을 섭취하며, 불소가 함유된 치약, 구강 스프레이 등을 사용할 수 있다. 약물 치료로는 필로칼핀과 같은 콜린성 부교감신경절 촉진제를 사용해 볼 수 있다.

 

안구 건조의 약물 치료는 인공눈물과 윤활 연고를 기반으로 하며 염증이 동반될 경우 국소 스테로이드, 국소 시클로스포린을 사용하기도 한다. 약물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환자는 눈물점 폐쇄와 같은 시술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정진수 기자 je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