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쌍이던 반려견이 21마리까지 불어나 감당할 수 없는 처지가 되자 이들을 집에 방치한 채 이사를 떠나버린 40대 남성이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북부지법 형사13단독 김보라 판사는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를 받는 A(44)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과 벌금 100만원을 2일 선고했다. 80시간의 사회봉사도 명령했다. A씨는 지난해 2월24일 오전 9시 자신의 주거지에 반려견 21마리를 내버려둔 채 다른 곳으로 이사한 혐의를 받는다. 반려견들은 같은 달 29일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들에게 발견됐고, 서울시와 동물보호단체인 동물자유연대에게 구조될 때까지 닷새 동안 방치됐다. A씨가 먹이도 주지 않고 출입문을 닫은 채 떠난 탓에 반려견 중 3마리가 죽었다. 다른 반려견들은 그 사체를 뜯어먹으며 연명했다.

2020년 서울 동대문구의 주거지에서 견종 스피츠 1쌍을 반려견으로 키우던 A씨는 계속 번식해 21마리까지 늘어나는 걸 지켜만 봤다. 이후 사료 비용과 배설물 처리 등에 부담을 느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확인됐다.
재판부는 “키우던 반려견 21마리를 먹이도 주지 않은 채 주거지에 방치하여 그중 3마리를 죽음에 이르게 하고, 나머지는 적절한 보호조치 없이 유기하는 이 사건 범행을 저질렀음에도 불구하고 수사기관에서 범행을 반성하지 않는 태도를 보이는 등 그 죄질이 불량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다만 “현재는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을 모두 시인하고 반성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점, 그 밖에 피고인의 연령, 성행, 환경,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을 고려했다”며 양형 사유를 밝혔다.
이처럼 반려동물을 죽음에 이를 정도로 방치?학대하는 ‘애니멀 호더’ 문제는 반복되고 있다. 애니멀 호더는 동물(Animal)과 수집가(Hoarder)의 합성어로 적절한 환경과 능력을 갖추지 못했음에도 지나치게 많은 동물을 수집하듯이 모으는 것을 일컫는다.
호주와 미국 등에서는 엄격하게 법적 책임을 묻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솜방망이 수준에 그치고 있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계속 반복되고 있는 애니멀 호더 문제에 대해 경각심을 키우기 위해서는 처벌을 강력하게 할 필요가 있다”며 “중성화 수술도 하지 않은 채 방치하는 게 큰 문제다. 도저히 키우기 어려울 경우 ‘사육포기 동물인수제’를 통해 지자체에서 관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