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권 주자들의 ‘출마 러시’가 이어지고 있다. 앞으로도 줄줄이 출마 선언이 예정돼 있어 실제 경선 후보가 20명 안팎에 이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심지어 ‘한덕수 차출론’까지 나오는 상황을 두고 국민의힘이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에 대한 반성 없이 대선 모드로 직행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된 지 5일째인 9일 기준 국민의힘에서 공식 출마 선언을 한 주자는 안철수 의원, 이정현 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대표,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 이철우 경북도지사, 유정복 인천시장 등 총 5명이다. 이들은 출마 선언에서 ‘반(反)이재명’ 구호를 내걸고 저마다 자신이 ‘이재명 대항마’라고 주장했다. 김 전 장관은 “김문수가 이재명을 이긴다”고 자부했고, 안 의원도 전날 “이재명을 넘어 승리할 수 있는 유일한 후보”를 자처했다.

김 전 장관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부패한 공직자는 엄벌에 처해야 한다”면서 “돈 문제로 검찰에 불려갈 일이 없는, 거짓말하지 않는 저 김문수만이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이 대표 저격과 동시에 당내 경선 경쟁자인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이 ‘명태균 게이트’에 연루돼 있다는 점도 에둘러 지적한 것으로 해석된다.
김 전 장관은 “탄핵 국면에서 많은 국민 여러분께서 저 김문수에 대해 지지와 격려를 보내주셨다”며 “얼마나 사람에 목이 마르시면 저에게까지 기대하시나 하는 안타까움으로 가슴을 쳤다”고 출마 배경을 설명했다. 이는 강성 지지층을 겨냥해 윤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자신이 일관되게 ‘탄핵 반대’ 입장을 고수해 왔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장관은 기자회견 이후 기자들과 만나 자신의 약점으로 지목된 중도 확장성과 관련해 “현존하는 정치인 중 좌와 우, 중도를 저보다 더 치열하게 살아보고, 통합해본 사람이 있는가 묻고 싶다”고 반문했다.
김 전 장관은 출마 선언에 앞서 당 지도부를 만나 복당 절차에 들어갔다. 이 자리에서 권성동 원내대표는 “경선 후보 중 한 분으로 모시게 된 것을 굉장히 영광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출마 선언 자리에도 친윤(친윤석열)계 이만희·박수영·인요한 의원이 자리했다. 김 전 장관의 대선 경선 캠프 후원회장에는 국민의힘 윤리위원장을 지낸 이용구 전 중앙대 총장, 총괄선대본부장에는 김재원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임명됐다.

이 지사는 이날 오전 경북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에서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이 지사는 이날 오후 국회 소통관을 찾아 “확고한 국가관과 애국심, 탄탄한 실력과 경륜으로 이재명을 이길 수 있는 새 인물, 이철우가 바로 국민이 찾던 새로운 카드”라고 밝혔다. 유 시장도 이날 오전 인천 중구 자유공원 맥아더 장군 동상 앞에서 출마 선언을 했다. 유 시장 역시 오후 국회 소통관을 찾아 “국민을 찢어놓는 세력을 더 이상 두고 볼 수는 없다”며 “갈가리 찢어진 대한민국을 잇는 사람이 되겠다”고 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오는 13일 대선 출마를 선언한다고 이날 밝혔다. 한동훈 전 대표(10일), 홍준표 대구시장(14일) 등의 출마 선언도 예정돼 있다. 또 박형준 부산시장, 김태흠 충남도지사, 이장우 대전시장 등 다른 광역단체장들의 대권 도전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번 ‘무더기 출마’를 두고 보수 진영에 확실한 강자가 없다는 점, 다음 지방선거나 전당대회를 노리고 정치적 체급을 높이기 위한 행보라는 해석이 나온다.
사실상 국민의힘 귀책사유로 치러지는 이번 조기 대선에 출사표가 쏟아지는 상황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도 존재한다. 국민의힘 상임고문단 회장인 정의화 전 국회의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열린 당 상임고문단 회의에서 “현시점에서 국민이 집권 여당이었던 저희에게 바라는 바는 철저한 자기반성과 앞으로 가야 할 방향에 대한 진정성 있는 성찰”이라며 “대선 출마는 개인의 자유지만 10명이 넘는 분이 대통령 하겠다고 나서고 대통령 권한대행 영입까지도 마다치 않겠다는 모습을 우리 국민이 곱게 볼 것인지 우려하는 심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