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가 러시아군을 도와 전쟁에 참전한 중국인 포로를 공개한 데 이어 러시아군의 일원으로 전투 중인 중국인이 155명이 넘는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는 지난해 10월부터 한국 정부와 북한군 위장 파병을 집중 부각한 데 이어, 이번엔 중국 개입설을 강하게 제기하고 나섰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기자간담회에서 우크라이나 정보 당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한 중국 국적자 155명의 인적 정보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인의 우크라이나전 참전 문제는 심각한 사항이라며 “우크라이나 영토 내에서 우크라이나군과 싸우고 있는 중국 시민 155명의 이름과 여권 정보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우리는 정보를 모으고 있고 (중국인이) 이보다 훨씬 더 많이 있을 것이라 믿는다”고 덧붙였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중국 정부도 중국인이 전투에 참여하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인들은 틱톡을 비롯한 중국 소셜미디어에 (용병) 모집 광고를 퍼뜨리고 있고 이는 비밀스러운 모집이 아니다. 중국 정부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당국의 개입이 있는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투에 참여 중인 중국인들이 중국 당국의 지시를 받고 있는지는 확인 중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들의 참전 동기, 정치적 의도는 곧 드러날 것”이라며 중국 당국의 개입을 강하게 의심했다. 용병은 사익을 위해 참전한 개인으로서 전쟁포로에 관한 제네바협약상 교전국 군인 지위를 인정받지 못하고 포로 대우도 보장받지 못한다. 만약 중국 당국까지 개입하고 있다면 용병이 아니라 북한처럼 비밀 파병 형태로 볼 수 있다.
중국 당국은 개입설을 부인했다. 린젠(林劍)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0일 브리핑에서 우크라이나를 향해 “무책임한 발언을 하지 않기를 권고한다”고 말했다. 또 중국 정부는 자국민들에게 전쟁 지역을 피하라고 요구해왔다고 했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한 서방 국가 당국자를 인용해 포로들은 돈을 목적으로 러시아군 부대에 합류한 다국적 외국인 용병 중 일부일 가능성이 있다며 “국가적 차원의 지원이 이뤄진 증거는 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전날 공개된 중국인 포로에 대한 추가 정보도 드러나고 있다. 포로들은 1991년생 왕광준(Wang Guangjun)과 1998년생 장런보(Zhang Renbo)로 전투 중 항복했다. 이 중 한 명은 러시아 국적을 받는 대가로 중개인에게 약 3500달러(약 500만원)를 지불한 뒤 러시아군 부대에 합류했다고 진술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가 억류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포로와 이들을 교환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중국이 무기 부품 등 러시아군을 지원한다는 문제 제기는 꾸준히 있었지만, 우크라이나가 전날부터 중국 개입설을 적극 띄우기 시작한 데에는 휴전협상에서 미국의 대러압박을 끌어내기 위한 의도라는 분석도 나온다. 마침 미·중 간에는 ‘관세전쟁’이 불붙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키이우와 모스크바를 설득해 휴전하게 하려고 하면서 우크라이나와 미국의 관계는 긴장돼왔다”며 “젤렌스키는 미국이 중국에 적대감을 품고 있기 때문에 협상에서 자신의 입장이 나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