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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수대서 우유색 물'…감사원, 새만금 잼버리에 "총체적 부실"

기사입력 2025-04-11 06:00:00
기사수정 2025-04-11 07: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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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감사 결과 발표

조직위 ‘국제경험’ 159명 중 10명뿐
퇴직 공무원 사무총장직 선임 등
전문성 부족한 인사들로 꾸려져
여가부는 ‘준비 마친 척’ 허위 보고
전북도 별 검토 없이 야영지 결정
감사원, 위법행위 18명 징계 요구

전북 새만금에서 개최됐던 2023 세계 스카우트잼버리가 관련 기관들의 안일하고 부실한 준비 및 일 처리 탓에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는 감사원 감사 결과가 10일 나왔다.

감사원은 우선 조직위가 전문성이 부족한 인사들로 구성된 점을 문제 삼았다. 감사원은 여가부 퇴직 공무원인 최창행 조직위 사무총장의 전문성 부족을 지적했다. 조직위에 국제행사 경험이 있는 직원은 전체 159명 중 10명(6.3%)에 불과해 156개국 4만2000여명이 참가하는 대규모 행사를 감당하기 어려웠던 점도 감사 지적 사항으로 제시됐다.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대원들이 2023년 8월 8일 전북 부안군 잼버리 현장을 떠나거나 짐을 꾸리고 있다. 연합뉴스

조직위의 역량 부족은 대회 준비의 부실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예고된 폭염에 대비하기 위한 물과 얼음은 물론 급식, 의료, 방제 등 참가자들의 생활 지원 전반이 총체적으로 부실했다.

잼버리 대회 당시 참가자들을 고통스럽게 했던 것은 극심한 폭염이었다. 이 때문에 물과 얼음 공급이 시급했다. 이에 최 총장은 2023년 7월 식용 얼음 148t 구매 계획에 결재했다. 그러나 그는 결재 당일 담당자를 불러 ‘얼음을 꼭 구매해야 하느냐’고 물은 뒤 계획을 취소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500㎖ 생수는 1일 1병 지급할 계획이었다. 대신 먹는 수돗물을 공급하기 위한 급수대를 120개소에 설치했다. 폭염 기간에만 생수를 지급하려 한 이유는 참가자들이 수돗물을 마시면 된다고 봤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폭염에 노출된 급수대에서는 더운 물이 나오는 문제가 발생했을 뿐 아니라 “급수대에서 우유색 물이 나오는데 마셔도 되냐”는 문제 제기도 나왔다.

2023년 8월 1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내 여성가족부의 세계잼버리 지원단 사무실 현판의 모습. 연합뉴스

이 밖에도 조직위가 비전문업체에 방역 업무를 맡긴 탓에 화상벌레가 야영장에서 창궐했고, 폭염에 지친 아이슬란드 참가자 139명이 중도 퇴영했는데도 조직위가 파악하지 못하는 등 총체적 부실이 이어졌다. 그 와중에 조직위 본부장급 직원들은 화장실, 샤워장 등 시설 임차 및 운영·관리 용역 업체 선정 과정에 개입해 특정 업체가 일감을 딸 수 있도록 수의계약하는 등 비위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조직위를 지도·감독하는 여가부는 조직위로부터 화장실과 샤워실, 의료기기 등이 설치되지 않은 사실을 현장점검에서 보고받고도 2023년 7월 국무회의에선 설치가 된 것처럼 거짓 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늘 하나 없는 매립지가 야영지로 선정된 데는 전북도의 안일함이 작용했다. 전북도는 2015년 7월 별다른 검토 없이 현장을 육안으로 둘러본 뒤 야영지로 결정했다.

감사원은 “담당 업무를 부실하게 한 여가부와 전북도에 주의 요구하고, 위법·부당행위자 18명에 대해 징계 요구 및 인사자료 통보, 수사요청, 수사 참고자료 송부 등 엄중 조치했다”고 밝혔다.

김관영 전북지사는 입장문을 내고 “이번 감사로 여가부와 조직위 내부의 불완전한 시스템이 행사 실패의 주 원인으로 확인됐다”며 “감사 결과가 그동안 전북에 쏟아졌던 비난의 균형추를 바로잡고 국민께 실체적 진실을 전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배민영 기자, 전주=김동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