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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박성재 법무장관 탄핵 기각

기사입력 2025-04-10 17:57:13
기사수정 2025-04-10 17:5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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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가결 13건 중 尹 탄핵만 인용
탄핵카드 정치 도구화 전락 우려

헌법재판소가 10일 박성재 법무장관 탄핵심판에서 기각 결정을 했다. 윤석열정부 들어 야권이 발의한 탄핵안 총 30개 중 현재까지 헌재가 인용 결정을 한 탄핵안은 윤 전 대통령 건이 유일하다. 위법·위헌적 행위를 한 공무원을 탄핵소추해, 민주주의 원리를 바로잡는다는 취지와 달리, 사실상 정치 수싸움 카드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성재 법무부 장관이 10일 과천 법무부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이날 박 장관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를 기각했다. 연합뉴스

법조계에 따르면 윤석열정부가 출범한 2022년 5월부터 이날까지, 국회에서 발의된 탄핵소추안은 총 30건이다. 2023년 2월 이상민 당시 행정안전부 장관을 시작으로 지난달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까지, 중복 인원을 빼면 24명에 대한 탄핵안이 발의됐다. 

 

국회에서 가결돼 직무정지 효력이 발생한 것은 13건이다. 이중 인용 결정이 난 것은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유일하다. 한덕수 국무총리와 박 장관, 최재해 감사원장,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안동완·이정섭·이창수·조상원·최재훈 검사 탄핵소추안은 기각됐다. 조지호 경찰청장의 경우 변론준비기일도 잡히지 않았고, 손 검사 탄핵심판은 탄핵사유와 같은 혐의로 형사재판이 진행 중이라 정지된 상황이다. 

 

나머지 16건은 국회에서 발의는 됐으나 철회·폐기되거나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이정섭·손준성·이희동·임홍석 검사 탄핵안은 한차례 철회됐고 강백신·김영철·박상용·엄희준 검사의 경우 법사위에 회부돼 조사가 이뤄졌으나 아직 본회의에 상정되지는 않았다. 이동관 전 방통위원장의 탄핵소추안은 2차례 발의됐다가 철회됐고, 세 번째 탄핵안은 결국 이 전 위원장의 자진사퇴로 폐기됐다. 김홍일 전 방통위원장, 이상인 전 방통위 부위원장, 김용현 전 국방장관과 이 전 장관의 두 번째 탄핵소추안도 자진사퇴로 폐기됐다. 윤 대통령의 탄핵안도 지난해 12월 7일 정족수 미달로 인한 투표 불성립으로 한 차례 폐기된 바 있다.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10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성재 법무부 장관 탄핵 심판 선고가 열린 대심판정에 입장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헌법상 탄핵소추안이 의결된 공직자는 직무가 자동 정지된다. 공무원 사회에서는 무조건 직무정지 효력이 발생한다는 것을 두고 불만이 적잖다. 위헌·위법 행위가 더 진행되는 것을 긴급히 막자는 취지의 조항이지만 ‘줄탄핵’ 등이 발생한다면 사실상 정부 마비를 일으킬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에 국회에서는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직무를 정지하더라도 헌재가 직무정지의 적절성을 판단하는, 일종의 직무정지 실질심사를 해보자는 제안(국민의힘 최수진 의원안)이 나왔다.

 

무차별 탄핵안 발의를 막기 위해, 탄핵심판이 기각되거나 각하가 될 시, 그에 따르는 비용을 탄핵소추안 발의자들이 물어내자는 법안도 발의됐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국회사무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윤 대통령 건을 포함해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민주당 주도로 추진된 13건의 탄핵소추에 투입된 전체 변호사비는 총 4억6024만원으로 집계됐다. 

 

헌재는 그동안 대다수 탄핵심판에서 탄핵소추 남용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 사건에서도 “헌법이 행정부와 사법부를 견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탄핵소추권을 부여한 것으로, 삼권분립원칙의 구현”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야당이 주도한 이례적으로 많은 탄핵소추”라는 표현을 쓰는 등 국회를 겨냥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주심이던 정형식 재판관은 탄핵 인용 결정을 하면서도 보충 의견을 통해 ‘회기 쪼개기’를 통한 탄핵소추안 재발의 등 과도한 탄핵소추를 막는 입법이 필요하다고 봤다. 고위공직자 지위가 불안정해져 국가 기능 저하를 초래하고 탄핵제도가 정쟁의 도구로 쓰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국회는 매회기마다 동일 안건을 의결하지 못하는 일사부재의 원칙을 채택하고 있는데, 사흘짜리 단기 임시회의를 반복 소집하는 방법으로 이를 우회하고 있다.


김현우·안경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