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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만에 떠나는 尹… 친윤·전한길 불러 ‘관저 정치’

기사입력 2025-04-11 06:00:00
기사수정 2025-04-11 07: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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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후 5시 퇴거… 서초 사저로

권영세·권성동·나경원 등 면담
전한길 “尹, 관저 소개… 국민 걱정”

尹, 지지자들 만나 메시지 낼 듯
정진석 등 용산 참모들 배웅 나서
향후 수도권 단독주택 이사 검토

“김성훈·이광우, 경호처 사조직화”
연판장 나돌아… 둘다 사퇴는 거부

윤석열 전 대통령이 11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에서 퇴거한다.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 이후 일주일 동안 관저에 머물며 정치인 등을 잇따라 만나며 사실상 ‘관저 정치’를 이어갔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윤 전 대통령 측 관계자는 10일 통화에서 “윤 전 대통령께서 11일 오후 5시 관저를 떠나 사저로 이동하신다”고 밝혔다.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 등 대통령실 수석비서관급 이상 고위 참모들은 관저를 찾아 윤 대통령을 배웅할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대통령실 직원들도 마지막 인사를 위해 현장에 모일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대통령은 퇴거 과정에서 별도의 메시지를 발표하고, 지지자들과도 만날 것으로 예상된다. 관저와 사저 주변에는 윤 대통령 지지자들 상당수가 모여 배웅과 환영 집회를 벌일 것으로 보인다.

尹, 관저 찾은 전한길과 기념사진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왼쪽)가 지난 9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가운데)과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을 만났다. 전한길뉴스 캡처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했던 역사강사 전한길씨는 이날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과 함께 전날 한남동 관저를 방문한 사진을 공개했다. 전씨는 “대통령님께서 관저를 떠나시기 전 우리를 불러 위로와 격려의 뜻을 전하셨다”고 말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이 “나야 감옥 가고 죽어도 상관 없지만, 우리 국민들 어떡하나, 청년 세대들 어떡하나”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윤 전 대통령은 전씨에게 관저를 소개하기도 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파면 이후에도 관저에서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를 만났고, 나경원 의원과도 회동했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이 사저 보수와 수리 등을 이유로 일주일을 관저에 머무른 것을 비판했다. 박 원내대표는 지난 8일 “대통령 관저를 무단 점거한 채 국민 세금을 축내고 있다”며 “국민께 석고대죄하고 당장 방을 빼십시오”라고 비판했다. 윤재관 조국혁신당 대변인도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퇴거하지 않고 130시간 이상 불법 점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7년 파면 직후 주말 이틀을 청와대 관저에 머무른 뒤 강남구 삼성동 사저로 이동한 것과 대비된다는 지적이다.

 

대통령경호처는 퇴거를 앞두고 윤 전 대통령을 위한 전담 경호팀을 40여명 규모로 편성했다. 파면된 대통령도 대통령 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최대 10년까지 경호처의 경호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윤 전 대통령은 관저를 떠나 서울 서초구 아크로비스타 사저로 거처를 옮긴다. 이곳은 윤 전 대통령이 2022년 5월 취임 이후에도 6개월가량 머물며 대통령실로 출근했던 곳인 만큼 경호를 위한 실무 준비는 마쳤다. 향후 경호 편의성과 11마리 반려동물의 돌봄 여건을 고려해, 수도권의 단독주택으로 이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박 전 대통령도 삼성동 자택에서 한달여를 머문 뒤 집회 등의 문제로 서초구 내곡동으로 다시 이사한 바 있다.

 

한편 경호처 내부에서는 김성훈 경호처장 직무대행과 이광우 경호본부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연판장이 회람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위계질서가 강한 경호처에서 수뇌부의 퇴진을 요구하는 연판장이 돌고 있는 것은 이례적이다.

 

연판장에는 ‘두 사람이 대통령의 신임을 등에 업고 경호처를 사조직화했으며 직권 남용 등 불법행위를 자행해 조직을 위태롭게 하고 있다’는 비판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연판장에는 700여 명의 경호처 직원 중 상당수가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김 직무대행과 이 본부장은 사퇴할 뜻이 없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경호처는 전날 윤 전 대통령의 체포영장 집행 과정에서 경찰 국가수사본부에 내부 기밀을 유출했다는 혐의로 지난 1월 대기발령한 부장급 간부의 해임을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제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병욱 기자 brightw@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