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내 ‘한덕수 대망론’이 쉽게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당내 찬반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한 권한대행의 대선 출마를 촉구하는 현역 의원들의 움직임이 이어지며 ‘추대설’까지 나오는 모습이다.
11일 국회에 따르면 국민의힘 3선 성일종 의원은 오는 13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연다. 성 의원 등은 이 자리에서 한 권한대행의 출마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권한대행의 출마에 동의하는 의원 수는 소속 의원(108명)의 절반 수준인 50명을 넘어선 것으로 전해졌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나 ‘한덕수 차출론’에 대해 “(동의하는) 인원이 어느 정도인지 파악한 바 없다”면서도 “경쟁력 있는 후보가 우리 당 경선에 많이 참여하는 것은 컨벤션 효과도 높이고, 국민들에게 많은 관심을 갖게 해서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연일 페이스북에 한 권한대행의 장점을 부각하는 글을 올리고 있는 재선 박수영·김미애 의원을 비롯해 4선 박덕흠 의원 등도 한 권한대행 출마를 위한 물밑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한 권한대행 출마에 부정적인 의견도 적지 않다. 김재섭 조직부총장은 SBS 라디오에서 “한덕수 차출론에 반대하는 입장”이라며 “(민주당에) 너무너무 중요한 시기에 컨트롤타워를 탄핵하면 어떡하냐고 얘기했던 게 국민의힘이다. 갑자기 그 중요한 컨트롤타워를 후보로 내세우자고 하는 것은 사실 논리적 모순이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그는 “윤석열 대통령이 탄핵당하는 과정에서 많은 비판이 있었던 것이 용병론이다. 한 총리가 온다고 하면 또 용병론이 나오는 것”이라며 “당신들은 후보를 낼 그런 능력이 없는 정당이냐는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김대식 원내수석대변인도 전날 “민주당에서는 ‘한나땡’, 한덕수 나오면 땡큐라고 할 것 같다”며 “윤석열 전 대통령과 같은 정부에서 총리는 전략적으로도 상당히 어렵다”고 말했다.
이미 대선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주자들 사이 의견도 분분하다.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날 CBS 라디오에서 “한 권한대행은 정치하고는 상당히 거리가 멀고, 정치의 꿈을 꾸시는 것은 한 번도 제가 잠꼬대로도 들어본 적이 없다”면서 “한 대행이 출마를 위해 그만두겠다고 할 경우에는 상당한 문제 제기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한 권한대행이 무소속 출마한 뒤 국민의힘 후보와 막판 단일화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민주 정당에서 특정 후보에 대해 더 큰 혜택을 주는 건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한동훈 전 대표도 “(대통령) 공백 상황에서 한 권한대행이 역할을 잘해주시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본인이 (출마) 말씀 안 하시는데 주변에서 그렇게 해서 집중력을 흩트릴 필요는 없다”고 했다.
반면 이정현 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대표는 KBS 라디오에서 한 대행에게 ‘파격적인 예외 조항’ 적용도 가능하다면서 “지금 모든 여론조사가 압도적으로 상대 당의 후보에 비해 뒤처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도 페이스북에 “한 총리의 대선 출마를 촉구한다”며 “훌륭한 자유 우파 후보들이 대선 경선에 뛰어들어 흥행을 일으키고 그 바람으로 대선에 승리하도록 해야 한다”고 적었다. 다만 이 지사는 해당 글을 삭제했다.
국민의힘은 14∼15일 후보등록 후 서류심사를 거쳐 16일 1차 경선 진출자를 가릴 예정으로, 기한 내 후보등록을 마치지 못할 경우 경선 참여는 불가능해진다. 이양수 사무총장은 ‘한 권한대행이 무소속 출마해 국민의힘 후보와 단일화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경선을 통과한) 대통령 후보는 당 대표의 권한을 가지기 때문에 (단일화 여부는) 후보가 결정할 사안”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