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파커 선정 ‘올해의 인물’ 테누타 디 트리노 오너 안드레아 프란케티/2000년부터 화산재로 황폐화된 시칠리아 에트나 화산 파소피시아로 마을서 포도밭 복원 시작/100년 수령 토착 품종 네렐로 마스칼레제로 싱글빈야드 ‘콘트라다’ 와인 선보여 평론가들 ‘극찬’

이리 저리 비틀어지고 휘어지며 똬리를 틀듯 자란 포도나무. 굵은 몸통의 갈라진 표피는 마치 잘 늙은 이의 깊게 팬 주름을 닮았습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이 백번이나 바뀌도록 한 자리를 단단히 지킨 포도나무의 신비한 생명력. 그 위대한 모습에 인간은 한없이 작게만 느껴지네요. 해발고도 1000m에서 화산재를 먹고 자라는 100년 수령의 신비한 네렐로 마스칼레제(Nerello Mascalese)를 만나러 이탈리아 시칠리아 에트나 화산으로 떠납니다.


◆활화산이 만든 독특한 에트나 떼루아
이탈리아 남부 시칠리아섬 동부 메시나와 카타니아 사이에 걸쳐있는 에트나 화산은 50만년전 아프리카판과 유리시아판이 충돌하면서 만들어졌으며 기원전 2700년부터 화산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유럽에서 가장 높은 에트나 화산은 현재도 크고 작은 화산 분출이 끊이지 않는답니다. 2013년에는 20차례나 폭발했고 2024년 7월에도 용암이 분출될 정도로 현재도 왕성하게 활동합니다. 이 때문에 해발고도 약 3300m로 알려진 에트나의 높이는 계속 달라집니다.


이런 화산 활동은 에트나의 독특한 토양을 만들었습니다. 에트나는 직경 50km에 걸쳐 수많은 분화구가 땅속 깊은 곳에서 용암을 뿜어내 에트나 표면을 용암과 화산재로 덮었습니다. 때로는 끈적거리며 느리게, 때로는 물처럼 빠르게 흘러내린 용암은 다양한 고도에서 굳어졌고 식는 과정에서 모래, 자갈, 가루, 암석 등 다양한 입자로 부서집니다. 이 때문에 포도밭의 해발고도, 경사면, 평지 등 위치에 따라 같은 품종을 재배해도 다 다른 맛의 와인이 만들어집니다. 그중 특별한 개성이 뚜렷한 뛰어난 포도밭 구획을 ‘콘트라다(Contrada)’로 부르며 이는 크뤼(Cru) 또는 싱글빈야드와 같은 개념입니다. 에트나에는 콘트라다가 142개이며 2011년 공식 원산지통제규정(DOC)에 포함됐습니다.


화산재로 이뤄진 토양은 매우 건조해 포도나무가 필록세라 등 병충해에 매우 잘 견딥니다. 에트나에 100년이 넘은 올드바인이 즐비한 이유랍니다. 또 화산토는 미네랄이 아주 풍부해 시칠리아만의 고유의 향과 맛이 담긴 와인이 빚어집니다. 에트나는 극심한 일교차를 보입니다. 겨울에는 온통 눈으로 덮이고 한여름 평지는 섭씨 45도를 훌쩍 넘지만 해발고도 1000m 지역은 서늘한 기온이 유지됩니다. 대부분의 포도밭이 몰려 있는 북쪽 경사면의 낮 기온은 해안보다 약 섭씨 15도 이상 낮습니다. 이러한 서늘한 날씨 덕분에 포도는 천천히 익으면서 산도가 우아하고 집중도가 매우 뛰어난 포도가 만들어집니다. 그렇다고 너무 춥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낮에는 화산암에 반사된 태양광이 에트나 산 전체를 덮은 얇은 망사처럼 확산돼 뛰어난 일조량을 제공합니다. 프랑스 보르도나 독일 라인 강 주변 포도밭 등 위대한 포도가 생산되는 지역은 이런 반사광이 포도를 익는데 큰 역할을 합니다.

◆피노누아+네비올로=네렐로 마스칼레제
이런 포도밭에서 가장 잘 자라는 포도가 바로 고대 품종 네렐로 마스칼레제(Nerello Mascalese) 입니다. 붉은 체리, 딸기 같은 붉은 과일 향이 풍부하고 장미, 허브향이 느껴지며 숙성되면 흙내음, 타바코, 가죽, 초콜릿향의 복합미가 더해집니다. 산도는 우아하고 탄닌은 파워풀하면서도 목넘김은 실크처럼 부드럽습니다. 마치 피노누아 품종으로 빚는 프랑스 부르고뉴 마을단위 와인 샹볼 뮈지니의 우아함과 네비올로 품종으로 빚는 이탈리아 ‘와인의 왕’ 피에몬테 바롤로의 강건함을 섞어 넣은 듯한 매력을 발산합니다. 여기에 화산재 토양이 선사하는 미네랄 한 방울이 더해져 위대한 네렐로 마스칼레제를 완성합니다. 네렐로 마스칼레제는 에트나 산기슭에서만 생산되기 때문에 시칠리아 전체 재배품종의 2% 불과한 아주 희귀한 품종입니다.

에트나 화산에서만 자라는 네렐로 마스칼레제는 시칠리아 토착 품종으로 네렐로 카푸치오(Nerello Cappuccio)와 함께 에트나 로쏘(Etna Rosso) DOC 와인의 주요 품종으로 사용됩니다. 에트나 화산에서만 뛰어난 맛을 내는 네렐로 마스칼레제는 껍질이 두껍고 송이가 큰 편이라 늦게 익습니다. 해발 800m 이상에 심어진 포도나무는 11월까지 익기도 합니다. 용암류 토양은 와인에 시트러스와 유칼립투스, 멘톨같은 캄파(camphor)향을 부여하고 아로마틱한 산미는 화이트 와인 같은 인상을 줍니다. 잘 만들어진 네렐로 마스칼레제는 8년 이상 숙성 잠재력이 있고 시간이 지날수록 복합미가 더해지며 달콤한 훈연향도 발현됩니다.

◆콘트라다 선구자 파소피시아로
이처럼 매력적인 네렐로 마스칼레제로 싱글빈야드, 콘트라다(Contrada) 개념을 처음으로 선보인 와이너리가 파소피시아로(Passopisciaro)입니다. 바로 이탈리아 토스카나 와인의 전설 안드레아 프란케티(Andrea Franchetti)가 2000년부터 에트나에서 만들고 있습니다. 그는 테누타 디 트리노로(Tenuta di Trinoro) 설립 7년만인 1999년 로버트 파커가 ‘올해의 인물’로 선정할 정도로 뛰어난 ‘손맛’을 인정받고 있습니다. 그가 에트나 북쪽 경사면 카스틸리오네 지역 해발고도 1000m의 작은 와인 마을 파소피시아로에 도착했을 때 마을은 거의 황폐화 돼 있습니다.


산비탈 곳곳의 계단식 포도밭은 무너져 내렸고 건물과 거리는 검은 화산재에 뒤덮여 있었습니다. 절망감을 느꼈던 그는 이곳에서 ‘보물’을 발견합니다. 바로 100년 수령의 네렐로 마스칼레제입니다. 승산이 있다고 판단한 프란케티는 곧바로 오래된 농가를 구입해 포도밭을 복원했고 화산재 토양에 헥타르당 1만2000 그루의 포도나무를 심어 현재 포도밭을 완성합니다. 네렐로 마스칼레제는 물론 샤르도네, 쁘띠 베르도, 체사네제 다필레 품종도 심었습니다.


와이너리 이름이 재미있습니다. 파소피시아로(Passo-pisciaro)는 ‘생선장수가 지나던 길’이란 뜻입니다. 지금은 ‘용암이 지나는 길’이란 뜻이 더해졌습니다. 실제 파소피시아로 포도밭에는 용암이 흘러간 흔적이 또렷합니다. 금양인터내셔널이 수입하는 파소피시아로에 들어서자 마케팅 담당 제시카 디 빈첸조(Gessica di Vincenzo)가 먼길 오느라 고생했다면 환한 얼굴로 맞이합니다. 그를 따라 포도밭 구경에 나섭니다. 와이너리 뒤로 에트나 화사 경사면을 따라 그림같은 포도밭이 펼쳐집니다.


빈체조는 그중 한눈에도 범상치 않은 포도나무를 소개합니다. 무려 100년이 넘은 네렐로 마스칼레제입니다. 에트나에서는 계단식 논처럼 조성된 포도밭에서 부시 바인 형태로 포도나무를 낮게 재배합니다. 경사가 가파르고 바람이 강해 덤블 형태의 포도나무가 재배하는데 가장 적합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에트나 전통방식 포도재배를 ‘알바렐로(Alberello)’로 부릅니다. 용암이 흐르다 멈춰 포도밭 한 가운데 거대한 바위를 만들어 놓은 풍경이 눈길을 사로잡네요. 토양은 화산재가 쌓이고 쌓여 아주 검은색을 띱니다.


빈첸조의 차를 타고 둘러보는 포도밭 마다 이름이 다 적혀있습니다. 고품질 포도가 생산되는 싱글빈야드, 콘트라다(Contrada)입니다. 콘트라다는 밭을 섞지 않고 만드는데 파소피시아로는 람판테(Rampante), 끼아페마치네(Chiappemacine), 포르카리아(Porcaria), 과르디올라(Guardiola), 시아라누오바(Sciaranuova) 등 5개 콘트라다의 첫글자를 딴 네렐로 마스칼레제 와인을 선보입니다. 이중 가장 높은 해발 1000m 람판테 콘트라다가 아주 인상적입니다. 급경사에 포도밭 크기도 아주 작아 가장 소량 생산되는 콘트라다 와인입니다.

◆기본을 잘 만드는 파소피시아로
프란케티는 파소피시아로에서 9종을 생산하며 그중 6종은 네렐로 마스칼레제입니다. 와인을 잘 만든 와이너리는 기본급 와인만 마셔봐도 수준이 금세 파악됩니다. 파소피시아로가 그렇습니다. 콘트라다가 아닌 기본급 파소로쏘(Passorosso)는 한 모금만 마셔도 정신이 아찔할 정도로 팜므파탈 같은 폭발적인 매력을 줍니다. 붉은 과일과 샌달우드의 향신료가 어우러지고 짭짤한 미네랄도 느껴집니다. 탄닌은 실크처럼 부드럽고 복합미는 오랫동안 입안에 머뭅니다. “최고급 에트나 로쏘는 이런 것이야”라고 외치는 것 같네요. 부르고뉴 피노누아의 우아함과 피에몬테 바롤로의 강건함을 버무린 듯한 매력에 깜짝 놀라게 됩니다. 맛있는 이유가 있습니다. 5개 콘트라다에서 선별한 100년 이상 수령의 포도를 블랜딩했기 때문입니다. 에트나의 다채로운 화산 토양을 하나로 모았기에 마치 파소피시아로의 콘트라다를 여행하는 느낌입니다. 떼루아를 그대로 보여주기 위해 병입때 필터링을 하지 않습니다. 모두 16개월 숙성하는데 70%는 큰 슬라보니안 오크통에서, 30%는 시멘트 탱크에서 숙성되고 이후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다시 2개월 더 숙성 과정을 거칩니다.

파소비앙코는 에트나에서 탄생한 특별한 샤르도네 와입니다. 잘 익은 오렌지, 사과, 배, 모과로 시작해 온도가 오르면 샤프란의 향신료, 아몬드, 꿀향이 더해지면 왁스 같은 질감이 입안을 꽉 채웁니다. 활기 넘치는 산도와 화산재와 암석 이뤄진 포도밭의 우아한 미네랄도 잘 담았습니다. 해발고도 900~1000m 콘트라다 과르디올라(Guardiola) 포도로 만듭니다.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발효한 뒤 시멘트 탱크와 보띠(botti)에서 18개월 동안 숙성됩니다. 2014년부터는 와이너리에서 2년동안 추가로 병숙성을 진행합니다. 과르디올라 샤르도네 포도밭은 4ha에 불과 합니다. 여러 차례에 걸쳐 조금씩 수확하는데 포도송이 완벽하게 익었을때만 수확해 완성도를 높입니다.


◆특별한 떼루아 고스란히 담는 콘트라다
와인 메이커 카멜로 쿠트루펠로(Carmelo Cutrufello)를 지하 와인셀러 구경에 나섰니다. 셀러에는 50헥토리터(5000ℓ)짜리 대형 슬로보니안 오크통이 즐비합니다. 쿠트루펠로는 에트나 콘트라다 개성과 순수한 과일향을 그대로 살리기 위해 오크의 간섭을 최소화 중성 대형 오크 배럴을 사용한다고 설명합니다. “파소피시아로는 콘트라다 포도밭의 특성을 고스란히 담기 위해 개입을 최소화하는 양조 방식을 선택했습니다. 발효는 스테인리스 스틸탱크에서 진행하고 숙성도 여러 차례 사용해 오크향이 거의 나지 않는 대형 슬라보니안 오크에서 16개월, 다시 스틸 탱크에서 2개월 숙성합니다.”


콘트라다 PC는 잘 익은 사과향으로 시작해, 온도가 오르면 크렘 캐러멜(캐러멜 시럽을 얹은 커스터드 푸딩), 누가, 달콤함 인동꽃 아로마가 더해집니다. 돌, 현무암 같은 미네랄과 복합미가 잘 느껴집니다. 이탈리아에서 가장 높은 고도인 해발 870~950m 작은 계단식 콘트라다 파소키아네치(Passochianche) 포도밭의 샤르도네로 만듭니다. 프란케티가 최초로 심은 샤르도네로 뿌리가 시간이 지나면서 용암 사이로 뻗어나가 탁월한 품질을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프란케티는 철저한 포도송이 솎아내기, 완숙, 오랜 숙성을 통해 풍부한 질감의 샤르도네를 만들어 냈습니다. 20헥토리터(HL) 크기 대형 슬로보니안 오크통에서 발효한 뒤 굵은 효모 앙금은 걷어내고 미세한 효모 앙금과 최소 6개월동안 접촉해 섬세하면서도 잘 짜인 구조감과 복합미를 얻습니다. 병입후 1년 동안 추가 숙성합니다.

콘트라다 C는 끼아페마치네는(Chiappemacine) 포도로 만듭니다. 레드체리, 딸기, 크랜베리로 시작해 흙내음과 연필 깎을 때 나는 흑연과 삼나무향의 숙성향이 더해집니다. 온도가 오르면 살짝 매콤한 느낌의 스파이시한 향도 느껴집니다. 끼아페마치네는 콘트라다 중에서 해발고도 가장 낮은 550m입니다. 토양은 에트나 화산 용암의 마지막 자락이라 얇은 용암층 아래 포도나무 뿌리가 잘 뻗어나가는 석회암과 모래 토양으로 이뤄졌습니다. 기온이 비교적 따뜻해 볼륨감이 잘 느껴지는 풀바디의 와인이 빚어집니다. 파소피시아로 포도밭은 1.2ha에 불과합니다.

콘트라다G는 해발 800~1000m 과르디올라(Guardiola) 포도로 만듭니다. 생생한 딸기, 라즈베리, 블랙베리가 폭발적으로 피어나고 민트, 세이지 등의 허브향이 어우러집니다. 돌, 흙내음, 짭짤한 미네랄이 느껴지고 농축된 붉은 과일맛과 복합미가 길게 이어집니다. 포도밭은 1947년 에트나 화산 폭발 때 흘러나온 용암류의 가장자리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따라서 포도밭 토양은 다양한 크기의 화산재, 화산탄, 화산암괴 등 쌓여져 굳어진 화쇄암이며 네렐로 마스칼레제 수령은 무려 140년에 달합니다.

콘트라다R은 가장 높은 해발고도 1000m 람판테의 포도로 만듭니다. 말린 레몬, 말린 장미, 삼나무, 허브향이 어우러지고 온도가 오르면서 깊이를 알 수 없는 심오한 발사믹 같은 숙성향도 더해집니다. 여기에 우아한 향수 같은 복합미까지 은은하게 다가오니 순간 정신이 혼미해집니다. 실크처럼 부드러운 탄닌과 화산석이 선사하는 미네랄도 돋보입니다. 에트나 북쪽 경사면의 포도재배 한계선에 있는 람판테는 고대에 토양이 형성된 콘트라다로 용암 성질을 지닌 모래 덕분에 에트나에서 가장 섬세하고 향기로운 네렐로 마스칼레제가 생산되는 콘트라다입니다. 특히 람판테는 높은 해발고도 때문에 포도가 천천히 익으면서 집중도가 뛰어난 포도가 생산됩니다. 파소피시아로는 람판테 포도밭 1.4ha를 소유하고 있습니다.

콘트라다 P는 에트나 생산자들이 에트나 최고의 콘트라다로 손꼽는 포르카리아(Porcaria) 포도로 만듭니다. 말린 체리로 시작해 정향, 삼나무 조각이 더해지고 세이지 같은 달콤한 허브향과 멘톨의 풍미가 풍성하게 피어납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흙내음 같은 3차향도 더해집니다. 실크처럼 부드러운 탄닌의 질감과 광물질의 미네랄이 환상적으로 어우러지고 산미가 뒤에서 잘 받쳐줘 완벽한 밸런스를 완성합니다. 일반적으로 포르카리아에서 생산된 와인은 풍부하고 화려한 매력을 지닙니다. 토양은 발밑에서 부서지는 얇은 용암층이며 포도나무 수령은 90년 안팎입니다. 남향이라 포도가 빨리 익어 가장 먼저 수확합니다.
콘트라다 S는 시아라누오바(Sciaranuova) 포도밭 와인으로 오렌지 껍질, 타르, 감초, 이국적인 향신료의 깊고 매력적인 부케로 시작해 잘 익은 블랙체리, 장미꽃이 더해집니다. 기분 좋은 미네랄에 이어 겹겹이 쌓인 복합미가 긴 여운를 남기는 우아하고 섬세하며 매혹적인 와인입니다. 해발 850m에 있는 시아라누오바는 시칠리아어로 ‘새로운 용암의 흐름’을 뜻합니다. 토양은 용암 자갈이고 포도나무의 수령은 80년입니다.

◆자신의 이름 건 ‘슈퍼 에트나’ 프란케티
파소피시아로의 플래그십은 안드레 프란케티의 이름을 딴 프란케티(Franchett). 2000년에 포도를 심어 2005년에 첫 선을 보인 안드레 프란케티의 첫 에트나 와인입니다. 쁘띠 베르도(Petit Verdot) 70%, 체사네세 다필레(Cesanese d'Affile) 30%를 블렌딩합니다. 검은 자두, 블랙커런트로 시작해 카시스, 말린 꽃향, 짭짤한 허브향이 더해지고 온도가 오르면 코코아가 살짝 느껴집니다. 수많은 경마 레이스에서 우승한 매끈한 검은 종마의 근육질이 연상될 정도로 묵직하지만 생기발랄한 산도가 새콤한 과일이 밸런스를 잘 잡아줍니다. 마치 에트나 화산이 뿜어내는 용암 같은 검은 과일의 농축미가 매력적입니다. 프란케티는 프랑스 보르도 생줄리앙에서 가져온 쁘띠 베르도와 이탈리아 중부 라지오에서 가져온 체사네세 다필레를 식재했습니다. 화산 토양 덕분에 쁘띠 베르도는 후추향이 더 강하고 매콤해지며, 체사네제 다필레는 부드럽고 향긋하며 섬세한 아로마를 더해 밸런스를 맞춰줍니다.

프랑스산 바리크에서 4개월, 슬로보니안 오크에서 12개월 숙성합니다. 포도나무 한 그루에 불과 다섯송이만 남길 정도로 가지치기를 통해 응집력이 최대한 증폭된 포도를 얻어냅니다. 포도나무는 안드레아 프란케티가 과르디올라 콘트라다 포도밭을 매입한 뒤인 2000년대 초반에 90cm x 90cm 간격으로 빽빽하게 심었습니다. 이렇게 식재하면 포도나무가 생존을 위해 뿌리를 땅 속으로 깊게 내리며 다양한 지층의 미네랄을 뽑아 올려 복합미가 좋아집니다. 네렐로 마스칼레제는 프란케티가 에트나의 독특한 떼루아를 표현하는 ‘장소의 와인’이며 프란케티는 생산자의 특별한 비전을 담은 ‘와인메이커의 와인’입니다. 블렌딩 비율, 정해진 레시피 공식도 없습니다. 단순히 그 빈티지에 가장 좋은 포도를 기준으로 매년 블렌딩이 바뀝니다. 오직 생산자의 취향과 빈티지에 대한 프란케티의 해석만 반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