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 관세’ 정책이 현실화하면서 이달 들어 코스피 변동성이 4년여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미국이 상호 관세를 일시 유예했음에도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높은 가운데, 금융당국은 기업들이 받을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재정과 정책·민간금융을 통한 방파제 마련에 나섰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4월1일부터 11일까지 코스피의 일중 변동률은 평균 1.97%로 집계됐다. 이는 월별 기준 2021년 2월(2.03%) 이후 4년2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일중 변동률은 당일 지수의 고가와 저가의 차이를 고가와 저가의 평균값으로 나눈 수치로 지수가 하루 동안 얼마나 크게 이동했는지를 나타낸다. 지수의 평균값 대비 변동 폭을 측정하는 방식으로 고점과 저점 간 격차가 클수록 수치는 높아진다.
지난해 1월 1.15% 수준이던 일평균 일중 변동률은 8월 미국 경기침체 우려에 증시가 급락한 ‘블랙먼데이’ 여파로 1.61%까지 상승했다. 이후 다시 안정세를 되찾으며 올해 2월에는 1.02%까지 내려갔다. 3월 1.19%로 다시 반등했고 이달에는 2%대를 오르내리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코스피 시장에 큰 영향을 미쳤다. 지난달 31일 1.39% 수준이던 일중 변동률은 트럼프 행정부가 상호관세를 발표한 지난 3일 2.09%를 기록하며 2%대로 올라섰다. 4일에는 2.78%까지 치솟았다가 다음날 1%대로 떨어졌지만 이후에는 2%대를 유지하다가 11일 1% 중반으로 다소 안정됐다.
이 기간 한국형 공포지수로 불리는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도 요동쳤다. VKOSPI는 옵션 가격에 반영된 향후 시장의 기대 변동성을 측정하는 지수다. 코스피가 급락할 때 급등하기 때문에 ‘공포지수’로 불린다.
코스피가 5% 넘게 급락한 지난 7일 VKOSPI는 전날 대비 65% 급등해 지난해 8월 ‘블랙먼데이’ 이후 최고치인 44.23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튿날은 14% 급락해 37.83으로 떨어졌다. 9일엔 8% 급등해 다시 40선을 회복했으나 다음날 31% 급락해 28.20으로 다시 주저앉았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앞으로 90일간 주요 교역국들은 고지된 상호관세를 낮추기 위해 트럼프와 협상을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당분간 트럼프와 시진핑 그리고 각 국가의 관세 협상에 대한 주요 발언과 결과에 따른 (증시의) 상하방 변동성은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기업대출 위험가중자산(RWA) 가중치 하향조정 등 금융권 자본보강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금융회사들이 제안한 건의사항을 반영해, 상호 관세 부과로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수출기업 및 협력업체에 원활하게 자금을 공급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8일 5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NH농협)와 정책금융기관 5곳 실무진이 참여하는 관세 충격 대책반을 구성했다. 금융감독원도 5개반(총괄반·시장점검반·산업분석1반·산업분석2반·권역별대응반)을 구성해 매주 이복현 원장 주재로 상호관세 관련 회의를 하고 관련 실무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은행권은 지난해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위험가중자산이 크게 높아지면서, 자본비율이 내려가자 건전성 제고에 나섰다. 금융당국도 비상계엄 후 은행권의 외환포지션 중 해외법인 출자금과 같이 비거래적 성격의 구조적 외환포지션의 경우 환율변동 등에 따른 시장리스크를 위험가중자산 산출에서 제외하는 등 위험가중치 적용기준을 완화하며 대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