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다수 의대생이 1학기 등록을 마쳤지만 여전히 수업 거부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이번 주 주요 의대에서 대규모 유급이 현실화할 것으로 보인다. 고려대가 이미 본과 3·4학년 110여명 유급 처분을 결정한 데 이어 연세대, 아주대 등 다수 의대가 복귀하지 않는 학생에 대한 유급 처분 절차에 들어가거나 그 여부를 검토 중이다.

13일 교육계에 따르면 연세대는 유급예정통보를 받은 본과 4학년생 일부를 15일 최종 유급 처분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밖에 아주대, 인하대, 전북대, 전남대 등이 이번 주 중 수업 불참자에 대한 유급 처분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 순천향대는 의대 개강일 기준으로 무단결석이 1개월을 초과하는 학생은 학칙에 의해 제적된다고 안내했다. 계명대는 온라인 강의 진행 기간을 11일에서 18일로 일주일 연장하면서 결석 시간 초과 시 교과목 실격이 발생하니 반드시 확인해 수업에 참여해달라고 공지했다.
학교마다 학칙이 상이하나 보통 수업일수 4분의 1 이상 결석하면 F학점 처리하고 유급 처분한다. 유급이 최소 2회에서 많게는 4회 누적되면 제적될 수 있다. 지난해 의대생 휴학을 승인하지 않고 유급 처리한 적 있는 학교도 있어 이번에 또다시 유급되면 2회 누적되는 경우도 발생한다. 학교 측은 계절학기를 통해 부족한 학점을 이수할 기회를 열어놓고 있다. 중앙대는 다음 달 21∼23일 6학점 이내로 계절학기 수강신청을 받는다. 다만 학생들의 수업 거부 기조가 이어진다면 계절학기에도 응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
학생들이 대규모 유급 처분되면 의대교육 정상화가 요원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24·25학번이 대거 유급될 경우 새로 들어올 26학번까지 3개 학년이 겹치는 ‘트리플링’이 현실화해 1학년 수만 1만명에 달할 수도 있다. 1만명 동시 교육은 사실상 불가능하단 게 교육계와 의료계 측의 공통된 의견이다. 의대생 ‘전원 복귀’ 시 2026학년도 의대 모집인원을 증원 전인 3058명으로 되돌린다고 발표한 정부가 실제 내년 모집인원을 3058명으로 확정할지도 관심이다. 의료계는 정부에 조속한 확정을 촉구하고 있지만 수업 거부가 이어지고 있는 현 상황을 ‘전원 복귀’라 볼 수 있는지에 대해 의견이 갈리고 있다.

한편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이날 의대 교수, 봉직의, 개원의, 전공의 등 의료계 전 직역이 참여하는 전국의사대표자대회를 열어 의·정 갈등을 둘러싼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김택우 의협 회장은 “정부는 하루빨리 의료 정상화를 위해 논의의 장을 마련해 의료농단 사태를 최우선으로 해결해야 한다”며 “전공의와 의대생이 의료현장과 교육현장으로 돌아오는 길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협은 6·3 조기대선을 앞두고 대화·투쟁 양방향으로 속도를 내고 있다. 전국의사대표자대회 직전 각 당 공약에 의료계 입장을 반영하기 위한 기구인 대선기획본부도 출범시켰다. 대선기획본부장을 맡은 민복기 대구광역시의사회 회장은 이날 취임사에서 “의·정 갈등의 여러 문제를 한덕수 권한대행 체제에서 4월 중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김 회장의 경우 10일 저녁 서울 모처에서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과 만나 배석자 없이 2시간가량 대화를 나눴다. 의협은 20일 오후 2시 숭례문 일대에서 전국의사궐기대회도 진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