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록음악의 전설로 불리는 빅토르 최의 벽화가 훼손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텔레그램 러시아 뉴스 채널 샷에는 13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유명 관광지인 아르바트 거리에 있는 빅토르 최 벽화 모습과 동영상이 게시됐다.


영상 속에서 빅토르 최 벽화 위에 흰색 락커칠이 돼 훼손된 상태였고, 한 남성이 등장해 락커칠이 된 부분 위에 빅토르 최 포스터 여러장을 정성스레 붙였다. 이 남성이 붙인 포스터에선 빅토르 최가 중지를 들어 손가락으로 욕을 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포스터를 붙인 남성도 영상 말미에 같은 포즈를 취한 뒤 검정 매직으로 “최는 살아있다”는 문구를 적었다. 흰색 락커칠 부분은 이달 초 사망한 러시아 래퍼 파샤 테흐니크의 이름 ‘테흐니크’다.
뉴스채널 샷은 이 모습이 파샤 테흐니크의 팬들이 저지른 것으로 파악되며, “비밀예술가협회 활동가들이 파샤 팬들의 낙서 위에 최의 포스터를 덮어 재빨리 대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게시물에는 “전설의 벽을 망가뜨렸다”며 분노하는 댓글이 3000개 이상 달렸다. 러시아 매체에 따르면 포스터를 붙인 인물은 작가 로만 야코블레프로 “테흐니크는 빅토르 최와 동등하지 않다. 비교할 수 없다”고 말했다.

빅토르 최는 카자흐스탄 고려인 2세 출신으로 1980년대 소련 시절 서방 록음악을 소개한 선구자이자 당대 청년들에게 억압적 분위기에 맞서 자유와 변화를 노래하며 시대의 아이콘이 됐다. 1981년 19세때 그룹 ‘키노’를 만들어 활동을 시작했고 1990년 인기 절정을 누리던 28세때 라트비아에서 불의의 교통사고로 요절했다.
훼손 전 벽화는 빅토르 최의 얼굴과 그가 노래한 ‘변화’ 등의 문구가 쓰여져 있었고, 방문객들이 벽 위에 “고맙다“, “최는 살아있다” 등의 지지 문구를 적어 놓은 상태였다. 그는 여전히 러시아의 대중문화 유산으로 사랑받고 있으며 벽화는 그를 기리는 장소로 지금까지 방문객 발길이 이어지는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