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 출신 라틴아메리카 문학계 거장이자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가 13일(현지시간) 리마에서 별세했다고 현지 안디나통신 등이 보도했다. 향년 89세.
고인의 아들은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 “저명한 소설가인 제 부친이 사랑하는 사람들 앞에서 평화롭게 세상을 떠났다”고 전했다.

1936년 3월28일 페루 아레키파의 중산층 가정에서 외아들로 태어난 바르가스 요사는 20세기 중남미 문학계에선 손꼽히는 소설가이자 수필가로 잘 알려졌다. 그는 부모의 이혼으로 외가에서 자라다가 두 살이 되던 해 외교관이던 할아버지와 함께 볼리비아로 이주했다. 바르가스 요사는 청년 시절에 페루로 돌아와 레온시오 프라도 군사학교에 다니다가 열여섯 살에 중퇴했다.
이후 그는 스페인과 프랑스, 미국 등 여러 국가에서 생활했다. 또 그는 문학과 법학 전공을 살려 AFP통신과 프랑스 국영 방송 기자로도 활동한 바 있다.
특히 바르가스 요사는 권력에 저항하는 개인을 문학 속에 잘 구현하면서 현실에서도 거침없이 권력에 맞선 문학가로 알려졌다.
그에게 문학적 명성을 안긴 작품은 1963년 출판한 첫 장편소설 ‘도시와 개들(La ciudad y los perros)’이다. 그가 군사학교 재학 시절 경험을 바탕으로 쓴 이 작품은 폐쇄적인 사회의 부패와 위선, 폭력을 고발해 호평받았다.
이 작품은 문제적인 내용 때문에 1961년 완성한 원고가 2년 뒤에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 이 책은 1966년 영문판(The Time of the Hero)으로도 출간돼 세계적인 반향을 일으켰으나, 정작 페루에선 군사학교 관계자들에 의해 1000여부가 소각되기도 했다.
이 밖에 바르가스 요사는 페루 국경 지역 병사들의 모습을 풍자함으로써 군부를 비판한 ‘판탈레온과 특별봉사대’, 19세기 말 브라질의 광적인 종교 집단과 공화주의자 사이 분쟁을 다룬 ‘세상 종말 전쟁’, 홍등가를 배경으로 한 ‘녹색의 집’, 독재자를 축출하는 ‘염소의 축제’ 등의 작품을 발표하면서 문학계 거장으로 발돋움했다.
바르가스 요사는 1995년 스페인어권 최고 영예로 꼽히는 세르반테스 문학상을 받았고, 2010년에는 노벨문학상을 거머쥐었다.
바르가스 요사는 문학뿐 아니라 현실에서도 권력과 투쟁하고 정치 참여도 활발했다. 그는 1980년대 중반 페루 군사정권으로부터 총리직을 제의받았으나 거절했다. 그는 1990년에 페루 대통령 선거에 출마해 알베르토 후지모리 후보와 맞붙었다가 낙선했다. 이후로도 그는 후지모리 정권을 비판하는 데 앞장섰다.
바르가스 요사는 젊은 시절 쿠바 공산 혁명을 지지했지만, 말년에는 자유주의와 시장경제를 옹호했다. 또 그는 2021년에는 페루 대선 경선을 앞두고 알베르토 후지모리 전 대통령의 딸인 게이코 후지모리에게 투표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