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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사저 정치’에 말 못하는 국힘… ‘탄핵의 늪’ 빠지나 [6·3 대선]

기사입력 2025-04-14 18:35:00
기사수정 2025-04-14 21:3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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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만 “성찰”… 尹 징계·출당 안 해
친윤 ‘막후 정치’ 尹 전언 쏟아내고
경선에선 탄핵 반대파 수적 우위
“탄핵 찬반 구도 땐 필패” 우려 커

“지나온 과거에 대한 처절한 반성과 성찰이 필요하다”(권성동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이 정작 윤석열 전 대통령과 절연하지 못하고 있다. 탄핵당한 전직 대통령이 ‘사저 정치’를 이어가고 있지만, 당내에서는 ‘징계’나 ‘탈당’ 요구조차 나오지 않는다. 8년 전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 탈당 시도라도 했던 자유한국당 지도부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오히려 윤 전 대통령 사저를 다녀온 친윤석열(친윤)계의 전언이 쏟아져 나온다. 당내에선 수직적 당·정 관계를 청산하지 못해 ‘총선 참패’를 맞이했던 국민의힘이 또다시 ‘패배의 신호’를 외면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오른쪽) 원내대표가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뉴시스

권 원내대표는 14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우리 당은 (더불어)민주당과 다르다. 국민에 대한 무거운 책임감 위에 반성과 성찰을 거쳐 새로운 미래 비전을 제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 원내대표는 앞서 ‘윤석열·이재명 동반청산론’을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과거 반성’과 달리 당내에서는 윤 전 대통령에게서 거리두려는 움직임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는 제21대 대통령 선거일까지 회의를 개최하지 않기로 했다. 파면당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징계나 출당 조치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의미다. 국민의힘 지도부 관계자는 통화에서 “대선을 앞두고 강성 보수층을 자극해서 좋을 것이 없다”고 말했다.

 

당 지도부가 윤 전 대통령과 거리두기에 망설이는 동안 윤 전 대통령은 나경원·윤상현·이철우 등 친윤계 인사들을 불러들여 ‘전언 정치’를 이어가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은 11일 서울 서초동 사저로 복귀한 뒤 지지자들에게 “다 이기고 돌아왔다”고 말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에 승복하지 않는 모습이 드러난 발언이다.

 

당내에선 ‘윤 전 대통령의 행보와 절연하지 않는 것은 총선 참패를 반복하는 길’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총선 당시 국민의힘은 ‘김건희 명품백 수수 논란’, ‘이종섭 주호주대사 임명 강행’, ‘의대정원 증원 혼선’ 등 대통령실발 논란에 대해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제대로 된 사과를 이끌어내지 못했고, 중도층의 외면 속에 ‘108석’이라는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총선 패배 후 국민의힘은 백서에서 해당 논란을 놓고 “당은 정부 기조를 따라가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는 등 건강하고 생산적인 긴장감이 조성되지 못했다”고 명시했다.

 

민심은 윤 전 대통령과의 관계 정립을 요구하고 있다. KBS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8∼10일 전국 유권자 3000명을 전화면접조사한 결과, 헌법재판소의 윤 전 대통령 탄핵 인용이 ‘잘한 결정’(67%)이라고 답한 여론이 ‘잘못한 결정’(28%) 응답을 압도했다.

경선 후보 접수 시작한 국힘 국민의힘 제21대 대통령선거 경선후보 등록 접수가 시작된 14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관계자들이 분주하게 오가고 있다. 이재문 기자

정작 당내에서는 다시 윤 전 대통령이 경선을 좌지우지하는 쟁점으로 부상하는 것 아니냐는 예측이 흘러나온다. 중도층에 소구력이 있는 유승민 전 의원과 오세훈 서울시장 등이 대선·경선 불출마를 잇달아 선언하면서 경선 레이스가 보수성향이 짙은 지지자를 대상으로 한 경쟁 기류로 바뀌면서다. 이는 결국 ‘탄핵’을 둘러싼 찬반 쟁점으로 경선이 치러질 수 있다는 우려로 이어진다. 윤 전 대통령이 ‘사저 정치’를 계속하고 있는 점도 예측 가능성을 높인다.

 

결국 당내에선 ‘탄핵의 강’으로 돌아가는 것이냐는 우려가 쏟아진다. 한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이번 경선이 ‘탄핵 찬반’에 대한 쟁점으로 흘러가게 되면 우리는 필패한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재선 의원은 “윤 (전) 대통령을 벗어나지 못하면 중도층이 우리 당 비전과 후보들에 관심 갖지 않을 것이고, 결국 우리 후보만 본선 경쟁력을 잃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나현 기자 lapiz@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