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맹인 한국을 민감국가(Sensitive Country)로 지정한 미국 정부 조치가 예정대로 15일(현지시간) 발효된다. 약 한 달 전 민감국가 지정 사실이 알려진 뒤 정부 각급에서 미국 측과 소통했지만 지정 해제를 관철시키기엔 역부족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한·미 양국은 민감국가 여파가 커지자 “외교 정책 문제가 아닌 단순 보안 문제로, 과학기술 협력에는 제한이 없을 것”이라고 진화에 나섰지만 여전히 불분명한 민감국가 지정 배경, 절차적 제약이 추가되는 점 등으로 인한 우려는 불식시키지 못하고 있다.
14일 외교부에 따르면 미국 에너지부의 민감국가 지정에 따른 조치 발효를 하루 앞둔 이날 정부 관계 부처는 “민감국가 지정을 조속히 해제하기 위해 에너지부를 비롯한 미 측과 계속 교섭하고 있다”는 취지 입장을 공동으로 준비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민감국가 해제에 실패했지만 향후 한·미 간 원자력, 인공지능(AI), 양자 컴퓨터 등 첨단연구 분야 협력에 실질적인 차질은 없도록 노력하면서 민감국가 지정 해제를 위한 협의를 계속해간다는 방침이다.
김홍균 외교부 1차관은 이날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미국) 에너지부 내부 절차에 따르는 것이기 때문에 (발효 시점은) 물리적으로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당장 발효되지 않을 수 있고, 발효되더라도 미국이 내부 규정인 이 사항을 밝히지는 않을 것이란 설명이다.
과거 사례를 보면 한번 민감국가로 지정됐을 때 단기간에 해제하기는 쉽지 않았다. 1981년 민감국가에 포함됐던 한국은 1993년 12월 지정 해제를 요청했으나 7개월이 지나서야 해제될 수 있었다.
민감국가 지정 이유가 불투명하다는 점도 부정적 전망을 더한다. 미국은 “연구소 보안 관련 기술적 문제”라고만 할 뿐 구체적인 사례를 확인해주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이와 관련, “(미국 아이다호국립연구소 직원의 유출 사고는) 하나의 예시가 될 수 있지만 그 사건 하나 때문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 에너지부는 “신흥 과학기술 부상으로 기술 지형이 변화하는 데 따라 기술 보안을 전체적으로 검토하고 강화하는 과정에서 이뤄진 조치”라는 원론적 입장만 낸 상태다. 조셉 윤 주한 미국대사대리는 “(한국이) 민감정보를 잘못 취급한 사례가 있었을 수 있다”면서도 “큰일(big deal)은 아니다”라고 했다.
한·미동맹의 특수성을 고려해 양국은 민감국가 지정이 실질적 영향은 없도록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크고 작은 제한은 불가피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