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 1시간 전. 서울지하철 5호선 애오개역 인근에서 발생한 사고가 싱크홀인지, 포트홀인지 확인하라는 선배 지시가 왔다. 이미 기사 초고는 “싱크홀은 강동구나 그런 것이고 이건 포트홀이라고 한다”는 마포구 관계자의 언급이 반영된 상태였다. 마포구청에 연락하니 ‘서울시 서부도로사업소에 문의하라’는 답이 돌아왔다. 서부도로사업소 관계자는 ‘싱크홀’을 설명하면서도 ‘포트홀’이 맞다는 아리송한 태도를 보였다.
싱크홀과 포트홀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포트홀은 눈비로 도로에 균열이 발생하다 구멍이 파이는 현상이다. 싱크홀은 땅속 암석이 침식하거나 동굴이 무너지며 지반 위의 힘을 이기지 못하고 땅이 꺼지는 걸 말한다. 마감 15분을 남기고서야 고민에 마침표를 찍었다. 박창근 가톨릭관동대 교수(토목공학과)는 “노화된 하수도관으로 인한 싱크홀”이라고 단언했다. 도로 아래서 침식이 있었으니 포트홀은 아니라는 것이다.

담당자들은 과연 싱크홀임을 몰랐을까. 몰랐어도 문제고, 알면서 면피하려 했다면 더 큰 문제다. 애오개역 싱크홀이 발생한 날 부산 사상구 도시철도 공사 현장 인근에도 싱크홀이 생겼다. 불과 3주 전 서울 강동구 명일동에선 싱크홀로 1명이 숨졌다. 연이은 싱크홀 사고로 국민적 불안감이 큰데 일선에선 문제가 무엇인지조차 판단하지 못하는 건 우려스럽다. 안이한 판단으론 정밀한 대책을 세울 수 없다.
지자체가 일을 축소하기 위한 의도였다면 아찔하다. 최근 대형 사고는 인재의 성격이 짙기 때문이다. 명일동 싱크홀 사고에 앞서 민원이 제기됐고, 서울시 용역 보고서의 경고도 있었다. 경기 광명시 신안산선 지하터널 붕괴 사고도 감사원이 사고 구간의 지반 상태가 불량하다고 2년 전에 경고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지질 조사를 할 계획이 있나’라는 질문에 현장 담당자는 “그 정도 아니다”라고 답했다. 안일한 자세로 혹은 상황을 면피하려는 태도로는 반복되는 대형사고를 결코 막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