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의 ‘배구 여제’ 김연경이 코트를 떠나는 길에는 ‘이견’이 없었다. 챔피언결정전에서 만장일치로 최우수선수(MVP)에 등극했던 김연경이 정규리그 MVP도 만장일치로 수상하며 현역 생활의 화려한 피날레를 장식했다. 2024∼2025 V리그는 그야말로 ‘김연경의, 김연경에 의한, 김연경을 위한’ 한 시즌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마무리다.
김연경은 14일 서울 서대문구 스위스 그랜드 호텔에서 열린 2024∼2025 V리그 시상식에서 기자단 투표 31표를 싹쓸이하며 정규리그 MVP에 올랐다. 김연경의 정규리그 MVP는 이번이 일곱 번째다. V리그에서 딱 8시즌 소화한 김연경은 무려 7번이나 정규리그 MVP를 독식했다. 김연경의 만장일치 MVP는 이번이 두 번째다. V리그로 완전히 돌아온 첫 시즌이었던 2022∼2023시즌에도 만장일치로 정규리그 MVP를 수상한 바 있다. 하지만 2022∼2023시즌엔 챔피언결정전에서 도로공사를 만나 사상 초유의 ‘리버스 스윕’의 희생양이 되면서 정규리그 MVP가 다소 빛이 바랬다. ‘퍼스트 댄스’라고 할 수 있는 데뷔시즌 정규리그·챔피언결정전 MVP를 독식했던 김연경은 ‘라스트 댄스’인 이번 시즌에도 두 상을 휩쓸었다. 20년간 기량을 한결같이 유지했다는 얘기다.

새하얀 슈트 차림으로 시상식에 등장한 김연경은 “마지막 시상식이라 누구보다 튀어보이고 싶었다”면서 “챔피언결정전을 끝내고 행복한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아직도 은퇴라는 게 실감이 나지 않는다. 이번 시상식을 끝으로 공식 행사가 마무리되고 휴식을 좀 취할 것 같은데, 휴식으로 여유를 갖다 보면 그때쯤 은퇴했다는 게 실감 나지 않을까 싶다. 정규리그 MVP로 제가 원했던 마무리를 할 수 있게 되어 정말 행복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향후 진로에 대해 김연경은 “흥국생명에서 어드바이저 역할을 맡아서 배구계 곁에 있을 것 같다. 행정가, 지도자 등 제가 욕심이 많은데, 일단은 좀 쉬면서 제 가슴을 뛰게 하는 게 어떤 것일지 찾아낼 생각”이라고 밝혔다.
남자부는 1표 차이로 희비가 엇갈렸다. 현대캐피탈 통합우승의 두 주역인 허수봉이 13표, 레오(쿠바)가 12표를 받았다. 허수봉은 생애 첫 정규리그 MVP의 영광을 차지했다. 시상식에서 ‘지금은 수봉시대’를 외치기도 했던 허수봉은 “1표 차이는 국내 선수라는 점이 반영된 게 아닌가 싶다”라면서 “아직 ‘허수봉 시대’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번 정규리그 MVP로 자신감을 많이 얻을 수 있게 됐다. 매년 성장하고 싶다. 내년에는 ‘디펜딩 챔피언’ 자격으로 뛰게 되는 데, 올 시즌이 반짝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게, 내년에는 더 나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우리카드 3년차 세터 한태준, 도로공사의 신인 세터 김다은은 올 시즌부터 범위를 3년차까지 늘려 신설된 초대 영플레이어상의 영광을 안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