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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외교장관 극진대접 시리아 “재건 협력·제재 해제 등 도와주길 희망”

기사입력 2025-04-15 20:34:41
기사수정 2025-04-15 20:3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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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현지시간) 전격적으로 이뤄진 한·시리아 공식 수교는 시리아 측의 한국에 대한 상당한 기대감을 바탕으로 약 두 달만에 빠르게 추진된 것으로 파악됐다. 시리아의 국제 제재가 완전히 해제되는 데에 한국이 기여해주기를 바라면서, 향후 재건 분야에서도 한국과 크게 협력할 것을 기대하는 것으로 확인된다.

 

15일 외교부 당국자에 따르면 이번 한국과의 수교는 시리아가 바샤르 아사드 독재 정권을 축출한 뒤 첫 수교로, 신정부 출범 후 가장 중요한 외교적 이벤트였다. 시리아 측은 이번 수교에 대한 큰 환영 의사를 드러내며 만반의 준비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직접 현지로 가 수교 서명을 한 것도 시리아 측의 강력한 요구에 따른 것이었다. 대사관 간 각서를 교환하는 방식으로도 가능한 수교를 고위급 인사의 방문을 통한 서명 방식으로 할 것을 희망한 것이다. 

 

한국 입장에서도 유엔 회원국 대상의 외교망을 완성한다는 역사적 의미가 있는 만큼 이러한 요구에 부응했다. 현지 정세가 아직 불안정하다는 점 등을 고려해 대외비로 조 장관의 출장을 추진하면서 시리아 다마스쿠스에서의 5시간 체류 일정을 짰다.

 

시리아 측에선 조 장관을 환영하기 위해 의전과 경호에서 최고의 예우를 다했다고 외교부 당국자는 설명했다. 타국 장관에 제공하는 경호 인력의 3배 수준을 투입했다고 한다. 외교 장관 회담을 마친 뒤 대통령궁으로 향하는 여정에도 아스아드 알-샤이바니 시리아 외교장관이 조 장관을 옆에 태우고 직접 운전해 이동했다. 아랍권에서 본인이 직접 운전해 손님을 모시는 건 최고 예우의 일종으로 알려졌다.

 

시리아에서 한국에 갖는 가장 큰 기대는 “어려운 과정에서도 국가를 재건한 경험이 있는 한국이 향후 이 분야에서 많이 도와주고, 개발 경험도 배우고 싶다”는 것이다. 

 

알아사드 집권 시기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았던 시리아는 향후 제재가 해제되면 오랜 내전으로 붕괴한 국가 재건 사업을 본격 진행할 전망이다. 현재 미국은 7월 초까지 일부 제재를 가하고, 인도적·에너지 제재만 유예한 상태다. 미국의 금융 제재가 풀리는 것이 관건인데, 이를 위해 미국은 화학무기 제거, 포용적 절차, 시리아 내 실종 미국인 찾는 일에 협조 등을 조건으로 내거는 것으로 전해진다.

 

조 장관도 알-샤이바니 장관에게 개발경험 공유, 인도적 지원, 경제 재건 등 3대 분야에서 협력을 제안했다고 한다. 외교부에 따르면 국제 제재 해제 후 시리아 재건시장 규모는 25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14년 내전을 겪으며 나라 곳곳이 파괴된 시리아는 이를 복구하는 것과 함께 한국 경제성장의 비결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고 알려졌다. 정보기술(IT), 에너지 등 분야에서 한국의 경험을 배우고 싶어하며 실무 대표단 파견도 희망했다고 한다.

 

이 당국자는 “시리아 신 정부가 전방위 외교를 통해 국제사회의 일원이 되고자 노력하는 과정에서 전격 수교함으로써 안정적으로 국제사회에 안착하는 데 한국이 기여한 게 아닐까 한다”고 말했다.

 

이번에 양국 수교가 순조롭게 성사된 배경에는 북한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온 알아사드 정권이 몰락한 점이 주효했다. 당국자는 “알아사드 정권이 북한과 협력하며 불안정을 야기했다면 새로운 시리아와 한국은 수교를 통한 협력이 역내 평화·안정을 가져올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고 강조했다.

 

시리아는 북한과 1966년 수교한 뒤 반세기 넘게 밀접한 관계를 맺어왔으나, 과도정부는 거리를 두고 있다.


정지혜 기자 wisdo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