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국 사이에서 실리 균형을 추구하는 ‘대나무 외교’의 베트남이 한국과 미국의 상호관세 관련 긴밀한 소통을 하고 싶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최근 중국과의 정상회담에선 미국의 관세 전쟁에 공동 대응하자는 ‘항미 연대’에서 발을 빼는 모습을 보인 데 이어 눈에 띄는 행보다.
16일 외교부에 따르면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 부이 타잉 썬 베트남 부총리 겸 외교장관은 전날 베트남 하노이에서 제2차 외교장관 대화와 업무 만찬을 가졌다. 양국 장관은 두 나라의 경제가 밀접하게 연계된 만큼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상호관세에 대해 함께 헤쳐나가자고 합의했다.
미국이 베트남에 부과한 상호관세율은 46%에 달한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절반가량이 베트남에서 생산되고 있어 한국 기업에도 큰 타격이 될 수 있다.

조 장관은 베트남에 있는 약 1만개의 한국 기업이 원활히 활동할 수 있도록 노동, 체류 허가 및 인허가 문제 등의 애로사항 해결을 위한 협조를 당부했다.
외교부는 조 장관이 외교장관회담 다음 날인 16일 팜 밍 찡 베트남 총리 및 르엉 끄엉 베트남 국가주석을 각각 예방했다고 밝혔다.
찡 총리는 언론 공개된 모두발언에서 베트남 신규 원전 사업 관련해 한국 측과 적극 협력하고자 한다고 언급했다. 조 장관에게는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이 베트남 경제 발전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며 앞으로 반도체, 산업인재 양성 등 분야에서 한국 기업의 투자 확대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에 조 장관은 양국 간 긴밀한 협력을 통해 2030년 교역액 1500억달러 달성 등 합의사항을 적극 이행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베트남은 지난 14일 열린 중국과의 정상회담에서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에 대해 중국과는 미묘하게 다른 입장을 암시해 눈길을 끌었다. 공동 대응을 강조한 중국에 비해 베트남은 중국의 무역역조(한 국가가 수출보다 수입이 더 많아 수지가 마이너스가 되는 것) 시정을 요구하면서 미국과의 분쟁은 언급하지 않았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이번 회담에서 “일방적인 괴롭힘에 공동으로 반대하고, 글로벌 자유 무역체제와 산업망·공급망의 안정을 수호해야 한다”고 했다는 인민일보 보도가 나온 반면, 베트남공산당 기관지 인민보는 시 주석의 이러한 발언을 보도하지 않았다. 베트남은 시 주석의 항미 연대 발언을 공동 발표문에서 빼고 양국 현안 논의에 집중했다.
올해 첫 해외순방으로 베트남을 방문한 시 주석은 18일까지 말레이시아, 캄보디아를 방문해 무역전쟁 우군 확보에 나설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