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선 주자들이 불출마를 선언한 오세훈 서울시장과 잇따라 회동하며 ‘구애’ 작전을 펼쳤다. ‘찬탄’(탄핵찬성)파 대표 주자로 중도 소구력을 인정받는 오 시장 지지층을 등에 업고 경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나온다.

16일 오전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경선 후보는 서울시장 집무실에서 오 시장과 조찬 회동을 가졌다.
김 후보는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오 시장의 정책 기치인 ‘약자와의 동행’을 자신의 대선 공약에 반영하겠다며 연대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서울시의 소득보장제도인 ‘디딤돌 소득’과 교육 플랫폼 등을 구체적으로 언급하며 “대선에서 이를 충분히 반영하고 당선되면 잘 시행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말했다.
오 시장을 향한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들의 구애가 치열한 상황에서 김 후보는 오 시장과의 친분도 강조했다. 그는 “다른 분들은 모르겠는데 저는 (오 시장과) 상당한 기간 동안 같이 행정 (담당)했고, 정책적으로 공유하고 공감하는 부분도 다른 후보와 다른 점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오 시장은 전날 국민의힘 홍준표 대선 경선 후보와도 만찬을 함께했고, 이날 오전 김 후보와의 조찬에 이어 같은 당 나경원·안철수·유정복 후보와도 차례로 만났다.
홍 후보 측과 나 후보 역시 오 시장의 공약을 이어받겠다는 뜻을 밝혔다. 나 후보는 이날 오 시장과 티타임 후 기자들과 만나 “내가 정치에 입문한 동기가 약자와의 동행 문제였다”면서 “좋은 약자동행 정책을 적극 수용하겠다”고 말했다. 안 후보는 오 시장과의 ‘정치적 유사성’을 강조했다. 안 후보는 오 시장과 시청 구내식당에서 오찬을 함께한 후 “오 시장의 첫 말씀은 ‘저와 정치적 스탠스가 가장 비슷하다’였다”며 “중도 확장성이 선거의 승패를 좌우한다는 것에서 뜻을 같이했다”고 말했다.
오 시장의 지지층을 흡수하기 위한 후보들의 경쟁이 치열하지만, 그가 실제로 경선 과정에서 특정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할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은 “오 시장이 본선 경쟁력이 있다고 보는 후보가 (회동을 가진) 이들 중에 없는 것으로 안다”며 “경선 이후부터 본격적인 지원에 나설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