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차기 대선 후보자를 결정짓는 경선이 본격적으로 막이 올랐다. 1차 경선 진출자가 확정된 16일, 각 후보는 정책·비전과 캠프 인선을 공개하며 존재감 부각에 나섰다. 6·3 조기 대선이 48일 앞으로 다가오며 유력 후보를 지원하는 국회의원들의 행보가 활발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국민의힘 의원 절반가량은 ‘5강(김문수·나경원·안철수·한동훈·홍준표)’ 후보의 출마선언식조차 찾지 않으며 지지세를 명확히 드러내지 않고 있다. 당 외부에서 ‘한덕수 대망론’이 들썩이며 다수의 국민의힘 의원들은 눈치를 살피며 ‘경선 이후’ 정국에 주목하는 모양새다.

국민의힘 당 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1차 경선 진출자를 김문수·나경원·안철수·양향자·유정복·이철우·한동훈·홍준표 등 8명(가나다순)으로 확정 지었다. 정치권에서는 이중 김·나·안·한·홍 후보를 ‘5강(强)’으로 분류하는 분위기다. 경선 열기가 뜨거워지면서 일부 의원들은 각자가 지지하는 후보 캠프에 합류해 조직·정책·홍보 등을 총괄하거나, 출마선언식에 얼굴을 비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측면 지원에 나서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상 보수 진영 지지율 1위를 기록한 김 후보 곁에선 김선교·박수영·엄태영·인요한 등 4명의 의원이 지지 선언을 했다. 앞서 지난 9일 국회에서 진행한 출마선언 기자회견에는 이만희·박수영·인요한 등 3명의 의원이 자리했다. 선두를 달리는 김 후보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현역 의원들의 지지세가 다소 낮은 편이다. 김 후보가 자유통일당 초대 대표를 맡는 등 ‘아스팔트 우파’와 함께하는 동안 국민의힘 의원들과는 교류가 적었던 영향으로 분석된다.
나 후보가 지난 11일 국회에서 진행한 출마선언식에는 이만희·정점식·강승규·임종득·김민전 등 16명의 의원이 함께했다. 나 후보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탄핵당한 이후 관저를 찾아갔고, 이후 대선 출마를 공식화한 만큼 나 후보 출마선언식엔 친윤(친윤석열)계 의원들이 다수 얼굴을 내비쳤다.
전직 당 대표를 역임한 한 후보가 지난 10일 국회 분수대 앞에서 한 출마선언식에는 조경태·송석준·서범수·김형동·배현진 등 친한(친한동훈)계 의원 18명이 참석했다. 친한계로 구분되는 의원들은 계엄 해제와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 통과에 뜻을 함께하는 등 한 후보를 전면 지원하는 모습이다.
홍 후보 측은 지난 14일 출정식에 조배숙·박덕흠·이철규·유상범·김대식 등 17명의 의원이 다녀갔다고 공지를 했다. 2021년 대선 경선에서 홍 후보를 공개 지지한 현역 의원은 극히 소수였고, 결국 조직력에서 당시 경쟁 상대인 윤 전 대통령에게 밀렸다. 별도로 출정식 참석 현황을 공지한 것은 이러한 과거를 의식한 것으로 해석된다. 가장 먼저 출마선언을 한 안 후보의 출정식엔 윤상현 의원만 자리했다.
국민의힘 유력 후보들의 출마선언식에 모두 불참한 의원들은 54명으로, 대선 경선에 대한 현역 의원들의 낮은 관심도를 엿볼 수 있는 지점이다. 불참 의원 대다수는 당 지도부와 중진 의원들이었다. 이는 한 권한대행의 무소속 출마 가능성 등이 거론되는 상황에서 판세를 관망하려는 의원들의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어디에도 참석하지 않은 한 의원은 “한 권한대행이 나오면 판이 완전히 바뀔 텐데, 지금 무리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