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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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스물여덟 번째 생일”…김동연, 세월호 11주기 기억식에서 ‘하늘의 별’ 호명

기사입력 2025-04-16 17:59:14
기사수정 2025-04-16 17:5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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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현·호성·현철·수진 단원고 희생 학생 잇따라 호명…“꼭 한 번만 다시 안아보고 싶은 아이들”
“다시 한번 되물어…생명과 안전의 가치가 무시되는 사회, 민주주의 회복과 완성이 끝났는가”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질문, 세월호에서 답 찾아야…304명 희생자 모두 끝까지 잊지 않겠다”
“국민 생명·안전 지키지 않은 두 정권의 끝은 파면…비어 있는 기억식 앞줄, 대통령석 채워달라”

“2학년 8반 대현이. 4월16일, 오늘은 대현이의 스물여덟 번째 생일입니다. ‘노력하면 불가능도 가능하게 한다’는 대현이의 좌우명이라면 분명 생명을 구하는 멋진 소방관이 됐을 겁니다.”

 

16일 오후 경기 안산시 단원구 화랑유원지. 세월호 참사 11주기를 맞아 기억식에 참석한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입에선 ‘하늘의 별’이 된 4명의 학생들 이름이 차례대로 호명됐다.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16일 경기 안산시 단원구 화랑유원지 인근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11주기 기억식에서 추도사를 하고 있다. 경기도 제공

2학년 6반 호성이는 ‘빼어난 글솜씨와 따뜻한 마음씨로 국어 선생님을 꿈꿨던 아이’로 설명됐다. 수학 여행 날, 용돈이 부족할까 봐 엄마가 3만원을 더 챙겨줬지만, ‘돈 쓸 일이 없을 것 같다’며 엄마에게 다시 돌려준 속 깊은 아들이었다. 같은 반 친구 현철이는 ‘수준급 기타 실력으로 작사·작곡도 잘했던 재주꾼’이었다. 아빠의 휴대폰에 ‘내 심장’이라고 저장돼 있을 만큼, 부모님은 꼭 한 번만 다시 안아보고 싶은 자랑스럽고 귀한 외동아들로 기억한다. 2학년 1반 수진이는 엄마 아빠 생일만 되면 친구들에게 부탁해 생일 축하 메시지를 한가득 모아왔던 마음씨 고운 딸이었다. 가족들은 언니들이 먹고 싶다면 군말 없이 볶음밥도 척척 해주던 착한 막내로 기억하고 있다. 

 

김 지사는 세월호 참사 당시 국무조정실장(장관급)이었다. 지난해 기억식에선 당시 경험을 돌이키며 추도사 도중 눈물을 쏟기도 했다. 당시 그는 “10년 전 오늘, 저는 국무조정실장 자리에 있었고 참사 당일 국무총리는 해외 순방을 마치고 귀국하는 중이었다”며 “‘세월호 승객 전원 구조’가 오보라는 충격적 소식을 듣고 즉시 경유지인 방콕에 있던 총리에게 연락했다. 서울 공항이 아니라 바로 무안 공항으로 가시라고 했다”고 상황을 전했다. 

16일 경기 안산시 단원구 화랑유원지 인근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11주기 기억식에서 시민들이 무대를 바라보고 있다. 경기도 제공

이날 김 지사는 “다시 한 번 우리 스스로 되물어본다”면서 “생명과 안전의 가치가 무시되는 사회가 끝났습니까”라고 질문했다. “무너진 민주주의 회복과 완성이 끝났습니까, 헌정 질서를 파괴한 자들에 대한 단죄가 끝났습니까, 경제 위기·민생의 어려움이 끝났습니까”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질문이고, 우리 모두가 함께 답을 찾아야 할 숙제”라고 덧붙였다.

 

그는 과거 박근혜·윤석열 정부를 가리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지 않은 정권, 진실을 가리고 책임을 회피하는 데에 급급했던 두 정권의 끝은 ‘파면’이었다”고 힘줘 말했다. 세월호 참사와 이태원 참사를 함께 끄집어낸 것이다. 이어 “윤석열이 파면되던 날, 이태원 참사로 사랑하는 아이를 떠나보낸 한 아버지의 말씀을 잊을 수 없다”며 “윤석열 이전의 나라로는 왔는데, 우리 아이는 볼 수 없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앞줄 왼쪽 세 번째)와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앞줄 왼쪽 네 번째),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앞줄 왼쪽 두 번째)가 16일 경기도 안산시 화랑유원지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11주기 기억식에서 묵념하고 있다. 경기도 제공

김 지사는 “올해에도 작년처럼 (대통령이 앉아야 할) 맨 앞줄 가운데 자리가 비어 있다. 어떤 분이 대통령이 되시던 내년 12주기에는 저 가운데 자리를 채워주셨으면 좋겠다”고 기원했다. “유가족과 함께 고통을 나누고, 눈물 흘려주고, 위로하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약속을 하는 새 대통령은 내년에는 맨 앞자리, 가운데에 앉아 우리 국민과 함께 공감하고 함께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세월호에서, 세월호와 함께 답을 찾아야 한다. 끝까지 잊지 않겠다. 304명 한 사람 한 사람을 영원히 기억하겠다”고 다짐했다.

 

세월호 참사는 2014년 4월16일 인천에서 제주로 향하던 여객선인 세월호가 침몰하면서 수학 여행을 떠난 안산 단원고 학생 250명과 교사 11명을 포함해 탑승자 476명 가운데 299명이 숨지고 5명이 실종된 사건이다.


안산=오상도 기자 sdo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