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인 5월 연휴를 맞이해 가족 단위의 나들이객이 늘어난 가운데, 사랑하는 가족을 떠나보낸 이들의 그리움이 유독 커져만 가는 시기다. 고인의 장기를 기증한 장기기증자 유족들은 하늘을 향해 편지를 보낸다.
4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 따르면 현재 기증원 홈페이지의 ‘추모공간'에는 이날 기준 유족들이 먼저 세상을 떠난 가족들에게 쓴 편지 1만2400여건이 쌓다.

장기기증자의 가족들이 쓴 편지에는 “그립다”, “사랑한다”, “보고 싶다” 등의 말이 담겼다.
특히 5월이 되자 먼저 보낸 가족의 그리움이 사무친다. 한 아버지는 장기기증자 아들에게 “가정의 달이라 할만큼 가족들이 모일 수 있는 시기에, 부고의 소식을 전해야 했던 아픈 우리의 5월”이라면서 “너 없는 우리에겐 그런 행복을 누릴수는 없겠지만, 가슴에 남은 너의 기억과 함께 함께 하고자 한다. 아무래도 5월은 눈물 훔칠일이 많겠지만, 그동안 견뎌 온 것 처럼 또 그렇게 견뎌 가보자. 너의 마지막 온기를 기억하며 잘 지내거라 아들. 또 오마, 아빠가”라고 적었다.
자신을 ‘엄마’라고 밝힌 글쓴이는 “어젯밤 조용히 내리는 빗소리에 섞여 네 발소리가 들리는 듯 해서 잠이 깨 한참 우두커니 앉아 있다가 네가 올 수 없음에 허망해하며 날밤을 새우고 하루 종일 무엇에 쫓기듯 허둥대다가 이 글을 쓴다”며 “보고 싶다, 정말 보고 싶다. 고맙다. 좋은 일을 하고 떠나서. 그리고 정말 많이 사랑한다”고 남겼다.
한 딸은 아빠를 향해 “난 아빠가 하늘나라로 여행을 떠나시고부터 5월이 싫어졌어. 아빠한테 못 해 드린 게 너무 많아서, 그래서 아빠한테 너무나 죄송해서 5월 너무나 싫어”라고 후회했다.
한 아내는 먼저 보낸 남편을 향해 “당신이 간 곳은 어때, 괜찮아? 여기는 변화가 있는지 잘 모르겠어”라며 “당신의 아이들이 조금 자란 거. 큰 녀석은 이게 대학교에 다니고, 우리 따님은 요리하고 싶다고 요리 고등학교 들어갔고, 막내는 조금 특별한 중학교에 갔어. 당신이 있었다면 어떻게 됐을지 모르겠지만 나름 열심히 보냈다고 생각해. 나 잘 하고 있다고 이야기 해 줄 수 있어”라고 말했다. 이어 “선택은 늘 당신의 몫이었지만, 이제 나만의 것이 됐네. 보고 싶어. 그냥 그리워. 당신을 그리워 하는 아이들에게 항상 힘을 주리라 믿어”라고 덧붙였다.
장기기증자 가족의 가슴 아픈 이별 덕에 삶을 이어가는 수증자들은 감사함을 잊지 않았다. 올해 심장 이식을 받았다는 한 수증자는 “늘 감사하면서 살겠습니다”며 “어떤 말로도 이 고마움을 표현할 수 없어서 제가 살아가는 동안 열심히 노력하며 살겠습니다”고 남겼다. 한 수증자의 딸은 “(아버지가) 갑작스런 심부전으로 이식까지 오게 되었는데, 기적같이 기증자님께서 나타나 주셔서 아버지께 새 삶을 주셨습니다. 우리 가족에게 기적이지만, 기증자님과 가족분들을 생각하면 마냥 기뻐할 수 없었습니다. 기증자님의 명복을 빕니다”며 “아버지는 어느새 퇴원을 앞두고 있습니다. 기증자님과 가족분들의 숭고한 희생, 은혜, 잊지 않겠습니다. 엎드려 감사하고 또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기증자님의 몫까지 건강하게 사시도록 돕겠습니다”고 전했다.
인체조직과 장기를 기증하기를 원하면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 홈페이지(www.konos.go.kr)를 통해 온라인으로 등록할 수 있다. 보건소나 의료기관 등 장기 이식 등록기관을 직접 방문해 신청서를 써도 되고, 따로 작성한 신청서를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에 우편으로 보내도 된다. 한 번 등록했다고 해도 법적 강제성이 없기 때문에 취소할 수도 있다. 생전에 기증 의사를 문서로 작성했더라도 배우자나 직계 존·비속 등 선순위 유가족 1인의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사전에 기증의 뜻을 알리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