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와 무소속 한덕수 예비후보가 7일 단일화 협상을 벌였지만 성과 없이 헤어졌다. 두 후보 모두 ‘반(反)이재명 빅텐트’ 구상에는 공감했지만, 단일화 방식 등 구체적인 사안에는 전혀 합의하지 못했다. 제21대 대통령선거 후보 등록 마감일(11일)을 나흘 앞둔 상황에서 두 사람이 추가 회동을 예고했지만, 극적인 합의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특히 김 후보와 당 지도부 간 갈등이 계속되면서, 일각에선 ‘후보 교체’ 가능성까지 제기하고 있다.
두 후보는 이날 오후 6시 서울 종로구의 한 식당에서 1시간 20분가량 식사하며 단일화를 논의했지만,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다. 회동 후 김 후보는 기자들과 만나 “나름대로 생각하는 단일화 방안에 대해서 말씀을 드렸는데, 한 후보는 ‘모든 것은 당에 맡겼다’는 말씀을 확고하고 반복적으로 계속했다”며 “의미 있는 진척이 없었다”고 말했다. 한 후보 측 이정현 대변인도 “특별하게 합의된 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한 후보는 회동에 앞서 “단일화 없이는 후보 등록도 없다”며 배수진을 쳤다. 그는 외신기자클럽 초청 기자간담회에서 “저는 투표용지 인쇄 직전까지 국민을 괴롭힐 생각이 전혀 없다”며 “단일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저는 대선 본후보 등록을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와 당 지도부 간 갈등 속에서 주목됐던 단일화 협상이 빈손으로 끝나면서, 보수 진영 내 분열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 후보는 전날 ‘당무우선권’을 내세우며 지도부가 추진한 전 당원 대상 ‘단일화 여론조사’ 중단을 요구했지만, 당 지도부는 조사를 강행했다. ARS 방식으로 오전 9시부터 밤 9시까지 실시된 조사결과 당원의 82.82%는 단일화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김 후보 측은 “투표용지 인쇄 전인 25일까지 단일화가 이뤄지면 늦지 않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에서 “김 후보가 이제 결단해 달라”고 압박하며 단식에 들어갔다. 김 후보는 회동 결렬 후 입장문을 통해 한 후보와 8일 다시 만날 것을 제안했고, 한 후보측은 당초 예정한 TK(대구·경북) 방문 일정을 최대한 조정해 만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