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혐의에 대한 파기환송심 기일이 연기되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는 8일 경제와 민생에 방점을 찍으며 중도 확장 행보에 속도를 냈다. 전날까지 이어오던 ‘경청투어’를 잠시 멈추고, 경제계와의 간담회 및 민생 공약 발표에 집중했다.

이 후보는 이날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 초청 경제5단체 간담회’에 참석해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재계의 목소리를 청취했다.
이 후보는 모두발언에서 “앞으로 우리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결국 민생을 살리는 일이고 민생을 살리는 일의 핵심은 바로 경제를 살리는 일”이라며 “경제를 살리는 일의 중심은 바로 기업이고 과거처럼 경제문제와 산업문제를 정부가 제시하고 끌고 가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그러면서 “이제는 민간 영역의 전문성과 역량을 믿고 정부 영역이 충실히 뒷받침해주는 방식으로 가지 않으면 이 어려운 상황을 이겨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자리에는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을 비롯해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 류진 한국경제인협회장, 윤진식 한국무역협회장, 최진식 한국중견기업연합회장 등 경제계 주요 인사들이 참석했다. 민주당에서는 이 후보의 정책 멘토인 이한주 총괄정책본부장과 진성준 정책본부장 등이 배석해 경제정책 방향에 대한 의견 수렴에 나섰다.
이 후보는 통상 문제와 관련해 ‘실용주의’ 노선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 후보는 “국익 중심의 실용·실리외교를 하고 실사구시적 외교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우리가 진영 논리나 감정, 이념에 경도돼 공연히 가지고 있던 시장을 잃거나 또는 새로운 시장을 충분히 개척할 수 있는데 그 기회를 버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과거 보수정당의 북방외교 정책을 거론하며 “훌륭한 일”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그는 “물건 파는 게 공산국가에 물건 팔면 어떤가”라며 “러시아·중국과 외교 관계를 수립하고 중국과 러시아라는 거대 시장을 열어 국내 기업들이 많이 성장했다. 저는 계속 그 길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물론 우리가 동맹 관계나 한·미·일 외교 협력 해야 한다. 거기에 중심을 두되 한쪽을 버릴 필요는 없지 않나”라고 덧붙였다.
경제5단체는 이 후보에게 ‘제21대 대선-미래성장을 위한 국민과 기업의 제안’이라는 제목의 제언집을 전달했다.
이 후보는 이날 경제 관련 유튜버들과의 대담도 진행했다. 대담에서 이 후보는 미국과의 통상 문제에 대해 “우리의 카드를 얘기하기 전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진짜 카드가 뭔지 봐야 한다”며 “이 상황에서 너무 서두르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밝혔다. 이 후보는 “미국은 관세를 올리는 게 목표가 아니라 다른 것을 올리기 위해 관세를 던진 것”이라며 “그것(진짜 목표)은 협상을 해봐야 안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금융당국이 추진 중인 ‘지분형 모기지(주택담보대출)’에 대해선 “없는 것보다 낫다”고 평가했다. 지분형 모기지는 주택소유권을 정부·금융기관 등과 공유하고 본인은 일부만 소유한 채 거주하면서 점차 지분을 사들이는 주택금융제도다. 이 후보는 부동산과 관련해 “투자 수단으로 부동산에 접근하는 것을 막을 길은 없다. 억지로 (막으려) 하다가 부작용이 많이 생겼다”며 “충분한 주거를 공급해줘야 한다”는 의견도 밝혔다.
어버이날을 맞아 이 후보는 이날 기초연금 감액 개선, 어르신 돌봄 국가책임제 등 노년층을 겨냥한 공약도 내놨다. 이 후보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자랑스러운 역사를 만든 어르신들께서 건강하고 행복한 노후를 누릴 수 있도록, 국가가 제대로 보답해야 한다”며 이 같은 내용을 게시했다.
이 후보는 먼저 기초연금의 부부감액을 단계적으로 줄이겠다고 밝혔다. 현행 제도는 65세 이상 부부가 둘 다 기초연금을 받을 경우, 각자의 기초연금 수급액을 20% 감액한다. 앞서 이 후보는 당 대표 시절인 2023년 “감액을 피하려고 위장 이혼하는 노인들이 많다. 이건 패륜적 제도”라며 기초연금 부부감액 제도 폐지를 주장한 바 있다. 이외에도 이 후보는 일정 금액 이상 소득이 발생하면 연금을 삭감하는 국민연금 감액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어르신 돌봄 국가책임제’를 통해 지역사회가 함께 돌보는 통합 돌봄을 확대하겠다고도 밝혔다. 임플란트의 건강보험 적용 연령을 낮추고 개수를 늘리는 공약도 담겼다.
이 후보는 이번 주말 대통령 선거 후보 등록을 마치고 12일부터 공식 선거운동에 나선다. 이번 대선 후보 유세의 콘셉트는 ‘광장의 유세’로, 첫 유세도 광화문 광장에서 시작한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박정 선거대책위원회 유세본부장은 “비상계엄 이후 124일 동안 광화문을 가득 메웠던 국민의 함성을 다시 유세의 광장으로 연장해 빛의 혁명을 완성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