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은 외식도 부담인데, 집에서 삼겹살 구워 먹는 것도 사치가 된거 같다”
서울 마포구에 사는 직장인 김정아(35·여)씨는 며칠전 어린이날을 맞아 오랜만에 집에서 삼겹살을 구웠다. 가족 네 명이 먹을 분량으로 1kg 남짓 포장을 했더니 2만원이 훌쩍 넘었다. 그는 “작년만 해도 1만원대였던 것 같은데 언제 가격이 올랐나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실제 소비자들의 체감처럼 돼지고기값이 빠르게 오르고 있다.
9일 축산물품질평가원의 ‘축산유통정보 다봄’에 따르면, 8일 기준 전국 삼겹살(1+등급) 평균 소비자가격은 100g당 2660원으로, 1년 전 같은 날(2302원)보다 15.5% 상승했다. 서울 기준 가격은 2717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5% 올랐다. 특히 일부 유통점에선 2700원을 넘어 2758원까지 기록됐다.
업계에선 돼지고기 가격 상승이 6월까지 계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수입물가 상승과 더불어 도축 마릿수 감소, 사료비 인상 등의 복합 요인이 맞물렸기 때문이다. 돼지고기 공급량은 전년 대비 약 4%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통계청이 발표한 4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축산물 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4.8% 상승해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2.1%)의 두 배를 웃돌았다. 삼겹살뿐 아니라 목심, 앞다리살, 갈비 등 주요 부위 가격이 모두 상승하면서 소비자 부담은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공급 측면에서도 가격을 자극하는 요인이 포착됐다. 3월 기준 국내 돼지 사육 마릿수는 1080만 마리로, 전년보다 38만 마리 줄었다. 수요는 유지된 반면 공급이 줄면서 가격이 오른 셈이다. 축산물품질평가원이 운영하는 AI 가격예측 시스템도 “돼지고기 소비자가격은 6월까지 강세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한편, 돼지고기와 달리 닭고기 가격은 오히려 전년보다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다봄’에 따르면, 8일 기준 육계(1+등급) 평균 소비자가격은 1kg당 5743원으로, 지난해 같은 날(5918원)보다 3% 가까이 하락했다. 특히 서울 기준 가격은 6700원을 넘었던 지난해보다 900원 넘게 떨어지며 13.5%나 낮아졌다.
가격 안정세에 따라 유통업계 일부에선 닭고기를 대체 소비하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가성비를 따지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닭고기와 계란을 활용한 식단 구성이 늘고 있다”며 “삼겹살처럼 가격이 치솟은 품목과의 간극이 커지며 소비 패턴이 일부 이동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