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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연령 70세가 적정”…민간 전문가 모임 사회적 제안

기사입력 2025-05-10 10:34:00
기사수정 2025-05-10 10:3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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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계와 시민단체의 전문가들이 현재 65세인 노인 연령 기준을 70세까지 상향해야 한다는 제안을 내놨다. 초고령화 저출생 시대 속에서 인구 구조와 건강상태 및 사회적 인식 등을 고려할 때 노인 연령 기준 상향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사진=연합뉴스

정순둘 이화여대 교수, 송재찬 대한노인회 사무총장, 이삼식 한양대 고령사회연구원장, 강정화 한국소비자연맹 회장 등 전문가 10명은 9일 이 같은 내용의 ‘노인 연령 기준에 대한 사회적 제안문’을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지난 2월 보건복지부가 노인 연령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위해 마련한 간담회를 통해 의견을 교환해 왔다. 이후 정부가 빠진 채 민간 전문가들만 논의를 이어가 합의에 이른 후 이번 제안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제안문을 통해 “65세 노인 연령이 담긴 노인복지법이 1981년 제정된 지 44년이 지났다. 그때와 지금을 비교해보면 많은 것이 달라졌다”고 했다. 이어 “저출생·고령화 현상은 앞으로도 점차 심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섯 차례에 걸친 사회적 논의를 통해 우리는 지속 가능한 복지 체계와 세대 간 공존을 위해 노인 연령 기준의 조정이 필요하다는 데 문제의식을 같이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1981년 2.57명에서 지난해에는 0.75명으로, 출생아 수는 86만7000명에서 23만8000명으로 급감했다. 기대수명은 1981년 67.9세였으나 지난 2023년 83.5세로 증가했다. 노인 인구는 당시 전체 인구의 3.9%에 불과했으나, 지난해 말 기점으로 노인 인구 비율이 20%를 넘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했다.

 

민간 전문가들은 적정한 노인 연령을 70세로 제시했다. 그 근거로는 지난 1981년과 비교해 현재 기대수명이 83.5세로 15.6세 증가한 점, 건강 노화 지수를 기준으로 현재 70세 건강 수준이 10년 전 65세와 유사한 것으로 분석된 점 등을 꼽았다.

사진=연합뉴스

실제 노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과거와 달라졌다. 노인실태조사에서 65세 이상이 스스로 ‘노인’이라고 생각하는 연령은 2011년 이후 줄곧 70세보다 높게 나타났으며 2023년엔 71.6세까지 올라섰다.

 

다만 전문가들은 노인 연령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한국의 높은 노인 빈곤율과 미흡한 노후 준비 실태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노인 연령 기준에 대한 논의가 자칫 복지 축소로 이어져 노인 삶의 질이 저하되거나 고용 및 소득 공백으로 인해 새로운 사회적 취약계층을 양산하는 결과를 초래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또 “소득 단절이 없도록 주된 일자리 고용 기간을 연장하고 노인의 역량과 필요에 따라 노동시장에 참여하도록 기회를 확대해야 한다”며 “고령자 경제활동 여건을 고려해 연금 가입 및 수급 연령을 단계적으로 상향해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지하철 무임승차 등 경로우대제도의 노인 연령 기준을 상향하되 소득, 재산, 지역 등을 고려해 유연하게 적용해야 한다"며 "연령 기준을 상향해도 보건의료와 장기요양서비스는 건강상태와 돌봄 필요에 따라 보장해야 한다"고 했다.

 

노인 연령 기준 상향을 위해선 세대 간 합의도 필수다. 전문가들은 연령 기준 조정 과정에서 세대 사이에 충분한 소통을 통해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향후 노인 건강 수준, 사회적 인식, 노년 부양비, 경제활동 참여율 등을 고려해 5년마다 주기적으로 연령 기준을 검토·조정하는 체계가 필요하다고도 제언했다.

 

임을기 복지부 노인정책관은 “그간 노인 연령 조정 시도가 여러 차례 있었지만 전문가들이 합의해서 제안을 내주신 건 처음이라 그 점을 높이 평가하고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임 정책관은 “노인 연령 조정은 사회적 파급력이 큰 주제인 만큼 새 정부에서 사회적 합의를 토대로 제도별 조정이 추진되도록 지원하겠다”고 했다.


장한서 기자 jhs@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