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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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대 1’ 경쟁 뚫은 80팀, 잠수교서 한강 멍때리기 ‘승부’

기사입력 2025-05-10 07:32:54
기사수정 2025-05-10 07:3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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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렬하게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57대 1이라는 경쟁을 뚫고 선발된 128명(80팀)이 11일 반포한강공원 잠수교에서 ‘멍때리기’ 승부를 펼친다. 2016년 첫 개최 이후 매년 열려온 ‘한강 멍때리기 대회’는 지난해까지 1만9403팀(누적)이 신청, 497팀(654명)이 대회에 참가했다.

 

2025 한강 멍때리기 대회 포스터

서울시에 따르면 대회 참가자는 90분 동안 기술 점수(심박수 그래프)와 예술 점수(현장 시민 투표)를 종합해 심사받는다. 암밴드형 심박 측정기를 착용한 참가자들은 15분마다 측정된 심박수 그래프를 바탕으로 ‘기술 점수’를, 현장에서 관람하는 시민 투표로 ‘예술 점수’를 받게 된다. 먼저 시민이 뽑은 예술 점수 상위 10팀을 추리고, 이 중 기술 점수가 높은 순으로 최종 1~3등과 특별상 수상자가 결정된다. 참가 선수 전원에게는 참가 인증서가 주어진다.

 

이번 대회에는 10대부터 60대, 군인, 구급대원, 환경공무관, 사회복지사, 기관사, 교도관 등 사회 곳곳 다양한 분야에 종사하는 시민이 대회에 참가한다. 이들은 대부분 ‘지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정신적, 육체적 쉼과 일상으로 돌아갈 에너지를 얻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시는 대회 개최에 앞서 지난달 18∼23일 참가 희망자를 모집했다. 4547팀이 신청한 가운데 지원 사연을 중심으로 심사해 대회에 출전할 최종 80팀(128명)을 선정했다.

 

60대 양모씨는 “황혼육아로 10년 동안 키운 손자와 딸, 다 함께 특별한 대회에 참여해 추억을 남기고 싶다”는 사연을 갖고 대회에 임한다.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 시민의 아침을 열어주는 환경공무관”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40대 박모씨는 “아무도 없는 어두운 거리에서 바쁘게 일해왔는데 이날만큼은 사람들과 어우러져 하루를 온전히 즐기고 싶다”고 했다.

 

행사장을 찾는 시민은 자유롭게 대회를 관람할 수 있으며, 11일 13~21시 열리는 ‘차 없는 잠수교 뚜벅뚜벅 축제’ 플리마켓, 푸드트럭, 힐링존 등도 즐길 수 있다.

 

박진영 시 미래한강본부장은 “해마다 이렇게 큰 관심과 인기를 모으는 ‘한강 멍때리기 대회’를 통해 바쁜 현대인에게 ‘쉼’이 얼마나 필요하고 중요한지를 느끼고 있다”며 “앞으로도 시민 일상에 더 참신한 휴식과 에너지를 주는 한강을 만들기 위해 계속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