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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농산물 모종 나눔으로 ‘우리네’ 지킨다”

기사입력 2025-05-10 07:43:28
기사수정 2025-05-10 07:4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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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농산물 모종으로 다음 세대와 지역사회를 연결합니다”

 

충북 진천군 여성농민회는 토종농산물을 키워 열매를 따고 씨앗을 받아 그 씨앗을 지역사회와 나누며 우리 먹거리를 지킨다. 이갑인 진천군 여성농민회장은 9일 세계일보에 “옛날 방식 그대로 키운 토종 작물 모종을 주민에게 나눠주면서 우리를 지킨다고 생각한다”며 “모종 하나가 우리 어르신들의 뜻을 이어받고 후대에 우리 것을 물려준다”고 덧붙였다. 그는 수박 농사를 짓는 올해로 19년 차 농부다.

 

충북 진천군 여성농민회가 9일 덕산읍 구말 문화센터 광장에서 토종농산물 나눔 행사를 열었다. 진천군 여성농민회 제공 

◆8년째 토종농산물 모종 나눔 이어가

 

이 단체는 2018년부터 8년째 ‘토종농산물 모종 나눔 행사’를 연다. 5월 초는 모종을 심는 적기여서 해마다 이맘때쯤 토종 모종을 나눠준다. 이날도 덕산읍 구말 문화센터 광장에서 토종 모종 나눔 행사를 열었다.

 

40명 정도의 회원이 나눌 모종을 키우고 씨앗을 받아 주민이 바로 심을 수 있게 관리한다. 일부 주민은 토종 모종을 키워 씨앗을 받아 번식하며 토종 작물을 지키는 데 힘을 보태기도 한다.

 

올해 준비한 모종은 고추(붕어초), 갓끈동부, 어금니동부, 흑찰 옥수수. 메옥수수, 쥐이빨옥수수, 오이, 땅콩, 참외, 호박, 흑수박 총 11종이다. 해마다 나눠주는 모종 수는 8500모 정도다.

 

이날 행사에는 진천 은여울, 음성 꽃동네 학생, 지역 유치원 어린이 등이 참여했다. 또 공동 텃밭을 꾸미려는 지역 주민들도 함께했다. 행사장에서는 토종 작물 품종의 특징과 재배 방법, 토종 종자의 중요성 등에 대한 교육도 이뤄졌다. 이 회장은 “모종을 구할 수 있는 곳은 많지만 시중에서 판매하는 등의 모종은 1회 심고 나면 다시 번식시키기 어렵다”며 “토종 작물 모종은 잘 키우면 씨앗을 받아 이듬해에도 계속 심어 먹거리로 활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9일 충북 진천군 여성농민회가 주최한 토종농산물 나눔 행사에서 토종 작물의 특성과 재배 방법 등을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진천군 여성농민회 제공

◆토종농산물 모종으로 과거와 현재, 미래를 연결한다

 

이 단체는 지난해 회원을 파견해 은여울 중고등학교에서 학생들과 함께 토종 작물을 키웠다. 이 회장은 “학생들이 키운 작물이 모종에서 열매를 맺고 수확하는 과정에서 뿌듯해하고 자랑스러워한다는 말을 선생님께 전해 들었다”고 했다.

 

이 회장은 토종농산물 모종으로 키운 작물은 맛이 다르다고 평가를 했다. 그는 “토종농산물은 옛 먹거리의 맛을 느끼는 것이 가장 큰 맛”이라며 “콩 같은 경우는 두부를 만들면 시중에 나와 있는 것과 다르게 담백하고 고소하고 깊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어르신 중에서는 오래전에 먹었던 토종 채소의 맛이 그리워 나눔 행사장을 찾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토종농산물 모종 나눔은 과거와 현재, 미래를 연결하는 창구라는 주장도 폈다. 이 회장은 “토종 모종 나눔은 단순한 나눔 행사를 넘어 우리가 스스로 지켜온 토종 씨앗의 가치를 다음 세대와 지역사회에 연결하는 뜻깊은 시작”이라며 “앞으로도 생명 농업과 생태순환의 실천을 통해 우리 땅에서 난 건강한 먹거리를 지켜나가겠다”고 말했다.


진천=윤교근 기자 segeyu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