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은 4일 취임 첫날 국회에서 ‘취임선서’를 했다. 이날 행사는 별도의 취임식 대신 약식으로 치러졌고, 정식 행사는 제헌절 기념식과 함께 ‘임명식’을 열기로 했다. 이 대통령의 취임이 아닌 국민의 임명을 기념하겠다는 취지로, “새 정부 탄생의 주체는 국민”이라는 이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됐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11시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중앙홀(로텐더홀)에서 헌법 69조에 따른 취임선서를 했다. 이 대통령은 국민의례 후 오른손을 들고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국민의 자유와 복리 증진 및 민족 문화의 창달에 노력해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파란색·흰색·짙은 붉은색이 사선으로 교차하는 넥타이를 착용했다. 파란색과 붉은색이 각각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당색을 연상시킨다는 점에서 통합 의지를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왔다. 또 흰색은 무소속·중도를 상징한다는 해석도 있다. 이 대통령은 앞서 대선 TV토론 때도 파란색과 붉은색이 섞인 넥타이를 맸다.
이 대통령은 취임선서 후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낭독하기 직전 “제가 들어오면서 우리 야당 대표님들을 못 봬서 악수를 못 했는데, 혹시 오해를 안 하시길 바란다”고 웃으며 말했다. 취임선서에는 국민의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권성동 원내대표,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이준석 전 대선후보 등이 참석했다.

취임선서에 앞서 이 대통령은 배우자 김혜경 여사와 함께 국회 본청에 들어와 조희대 대법원장, 이주호 전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등과 악수했다. 대선 과정에 대법원이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 환송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은 조 대법원장의 탄핵·특검 등을 검토한 바 있다.
이 대통령은 행사를 마친 뒤 국회 청소노동자와 방호직원을 만나 감사 인사를 했다. 대통령실은 이와 관련해 “12·3 내란사태 당시 계엄군의 국회 침탈을 최전선에서 막아냈던 분들이 방호직원이었으며, 혼란스럽던 민의의 전당을 깨끗이 정리해 주신 분들이 국회 청소노동자”라며 “2023년 이 대통령의 단식 기간 내내 여러 도움을 줬던 당 대표실 담당 미화원 최성자님도 만났다”고 전했다. 이 대통령은 이후 김 여사와 함께 국회 밖으로 나와 잔디광장에 모인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머리 위로 하트를 만들어 보이며 화답했다.

이날 취임선서는 보궐선거에 따라 인수위 없이 출범하는 새 정부 국정 안정의 시급성을 고려해 예포 발사나 군악대 퍼레이드 등의 별도 행사 없이 약식으로 간소하게 진행됐다. 우원식 국회의장을 포함한 5부 요인과 정당 대표, 국회의원, 국무위원 등 약 300명이 참석했다. 군에서는 김선호 국방부 장관 직무대행만 유일하게 참석했는데, 2017년 문재인 전 대통령의 약식 취임선서식에는 각 군 총장들이 참석한 점을 고려할 때 이 대통령의 고강도 국방 개혁 의지를 나타내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정식 행사는 다음달 17일 제헌절 기념식과 함께 ‘임명식’으로 개최하기로 했다. 대통령실은 “‘국민주권정부 탄생의 주체는 주권자인 국민’이라는 이 대통령의 의중을 반영했다”면서 “대한민국 헌법을 공포한 날, 우리의 헌법 정신을 되새기고 헌정 질서를 굳건히 수호하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