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1728만7513표라는 역대 최다 득표로 당선된 데에는 ‘정치적 고향’으로 꼽히는 경기도에서 131만표 차이의 대승을 거둔 것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4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발표한 21대 대통령 선거 개표 결과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경기도에서만 482만1148표(득표율 52.20%)를 가져가며 350만4620표(37.95%)에 그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를 131만6528표 차이로 크게 따돌렸다. 이 대통령은 전국적으로 김 후보보다 289만1874표 앞섰는데, 이 중 절반 가까이가 경기도에서 나온 것이다.

경기도는 이번 대선에 투표한 3523만6497명(투표율 79.4%) 중 26.4%에 달하는 929만7448명이 사는 전국 최대 지역구다.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를 지낸 이 대통령과 연이 깊고, 도 전체로 따지면 민주당 지지세가 강하지만 모든 지역이 두루 그를 지지했던 건 아니다. 3년 전 20대 대선에서 이 대통령은 경기도에서 득표율 50.94%(442만8151)를 기록하며 윤석열 전 대통령(45.62%·396만5341표)과 접전을 벌였다. 원래도 보수 정당 지지세가 강한 양평·가평·연천군과 여주·과천·용인·포천·이천 등 총 8개 지역이 윤 전 대통령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이번 대선에서는 용인·포천·이천 등 3개 시가 이 대통령 지지로 돌아서면서 이 대통령은 도내 전체 31개 시·군 가운데 26곳에서 김 후보를 앞섰다.
김 후보는 정치 입문지이자 3선 국회의원을 지낸 부천 소사구에서도 힘을 쓰지 못했다. 이 대통령이 54.62%(8만6560표)를 가져가고 김 후보는 36.7%(5만8163표)를 얻는 데 그쳤다.
반면 이 대통령은 본인과 인연이 있는 지역구에서 비교적 선방했다. 재선 시장을 지낸 성남시에서 49.91%(31만9769표)를 득표해 40.09%(25만6824표)를 얻은 김 후보를 9.82%포인트 차로 따돌렸고, 옛 지역구인 인천 계양도 이 대통령에게 55.22%(10만6747표)를 몰아줬다. 본인이 소년공 시절을 보낸 성남시 중원구(57.53%)에선 경기도 전 지역에서 가장 높은 득표율을 얻었다.
오랫동안 거주한 성남 분당구에서는 44.3%(14만6248표)로 열세를 보였지만, 44.83%(14만7997표)를 얻은 김 후보와 표 차이는 1000여표에 불과해 지난 대선 윤 전 대통령이 4만표 이상을 더 가져갔던 것과 비교하면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경기 대승은 이번 대선에서 40대 표심이 완전히 이 대통령 쪽으로 쏠린 것과 무관하지 않다. 전날 지상파 방송3사(KBS·MBC·SBS)가 실시한 출구조사에 따르면 40대 유권자의 72.7%, 50대의 69.8%가 이 대통령을 뽑았다고 답했다. 경기도 인구는 40대가 약 220만명, 50대가 약 230만명으로 중장년층이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한다.
이 대통령은 2기 신도시 표심을 움직이는 데도 성공했다. 운정신도시가 위치한 파주는 지난 대선 이 대통령이 약 3만표 앞섰는데, 이번 대선에서 표 차이가 18만표 대 12만표로 약 2배 벌어졌다. 동탄신도시가 위치한 화성시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지역구임에도 과반은 이 대통령에게 표를 줬다. 이 후보는 11.49%(7만2319표)로 두 자릿수 득표율을 보였지만, 진보 유권자의 표를 뺏어오기보단 보수 유권자 표심을 분산하는 데 그쳤다는 평가다.
이 대통령은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을 제외한 전역에서 승리했다. 종로·중구·성동·광진·동대문·마포·양천·영등포·동작·강동은 지난 대선에서 윤 전 대통령이 승리했던 지역이지만, 이번에는 이 당선인이 모두 뒤집었다. 다만 각 구가 아닌 서울 전체를 놓고 보면 이 대통령과 김 후보의 득표 차이는 약 310만표 대 273만표로 36만7000여표에 그쳤다.
구별로 보면 중구·성동·영등포·강동·송파에서 5% 이내의 접전이 벌어졌고, 강남·서초구가 각각 56.6%, 55%를 김 후보에게 몰아주면서 ‘보수 결집’ 효과가 드러났다. 동시에 ‘진보 결집’ 효과도 나타나면서 은평·금천·구로 등 전통적인 민주당 강세 지역에서는 과반수 득표에 성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