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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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통’ 김민석·‘소통형’ 강훈식 낙점… 국정운영 장악 의지 [이재명정부 출범]

입력 : 2025-06-04 18:50:27
수정 : 2025-06-05 23:5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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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리·비서실장 측근 전진배치

4선 김민석, ‘비상계엄’ 경고 공신
李, 국정철학 이해도 높아 신뢰

강훈식, 70년대생 비서실장 눈길
대통령실 ‘기민한 운영’ 의중 반영

내정 4명이 현역의원… 2명은 비례
인수위 없어 ‘능력 검증’ 측근 투입
‘정책실장’ 거론 이한주는 고사 뜻

이재명 대통령은 4일 첫 기자회견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첫 인선을 발표하면서 인사의 세 가지 기준으로 국민에 대한 충직함과 책임감, 실력을 제시했다. 대선 과정에서도 여러 차례 친분보다는 능력을 중심으로 인재를 등용하겠다는 원칙을 밝혀온 이 대통령은 이날 인선의 배경에도 ‘능력중심주의’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국정 철학에 대한 이해도’ 역시 인선의 핵심 요인으로 꼽았다.

 

이 대통령은 가장 관심을 끈 초대 국무총리 후보자로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의원을 지명한 이유를 직접 자세하게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김 의원이 당·정 전반에서 정책 수립과 전략 조율을 주도하며 실무 능력을 입증해온 점을 높이 평가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김 의원의 외교·국제 감각과 갈등 조정 능력은 국정운영의 조율자 역할을 수행할 총리로서의 자질로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대선 이후 통합과 협치의 메시지를 강조해온 이 대통령으로서는, 당내 전략가이자 실무형 정치인인 김 의원을 첫 총리로 세움으로써 정치적 안정을 도모하고, 위기 극복과 민생 회복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읽힌다.

李대통령, 첫 인사 직접 발표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무총리 후보자 등 인선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종석 국가정보원장 후보자,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이 대통령, 강훈식 비서실장,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황인권 대통령경호처장. 남정탁 기자

당초 이재명정부의 초대 국무총리 인선을 두고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 재계 인물을 선택하거나 이 대통령 자신이 영남 출신인 점을 고려해 호남 지역 원로를 지명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지만 이 대통령은 결국 당 지도부에서 자신과 여러 차례 호흡을 맞춰온 김 의원을 택했다.

 

이 같은 인선의 배경에는 김 의원을 향한 이 대통령의 깊은 신뢰가 깔려 있다. 김 의원은 민주당의 ‘이재명 2기’ 지도부에서 수석최고위원을 맡아 당 대표였던 이 대통령의 전략통 역할을 했고 대선 선대위에서도 상임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아 보수진영 후보들의 단일화를 견제하는 등 제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김 의원은 지난해 가장 먼저 비상계엄 선포 가능성을 제기해 당이 사전에 대응책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한 1등 공신으로도 꼽힌다.

 

비서실장으로 임명된 강훈식 의원은 1970년대생으로 처음 대통령 비서실장이 됐다. 젊은 비서실장을 임명해 대통령실을 유연하고 기민하게 운영하겠다는 이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인사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강 실장이 참모들과의 소통에 능하고, 현장에서 실무를 주도하는 ‘실행형 인사’라는 점도 비서실장으로서의 적임 요소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룸에서 국무총리와 국정원장, 대통령 비서실장 등 인선발표를 하고 있다. 뉴스1

이날 발표된 첫 인선에는 현역 국회의원이 유독 많이 포함된 것도 눈에 띄는 지점이다. 이날 발표된 6명의 인사 중 4명이 현역 의원이다. 이 중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된 김 의원을 제외하고 대통령실 참모로 임명된 세 의원의 경우 겸직 금지 조항에 의해 현역 의원직을 내려놔야만 한다. 안보실장에 임명된 위성락 의원과 대변인으로 임명된 강유정 의원은 비례대표이기 때문에 민주당 입장에서 의석 손실 없이 다음 순번에게 비례의석을 승계해줄 수 있다. 그러나 비서실장에 임명된 강훈식 의원은 지역구 의원인 탓에 승계 없이 의원직을 사퇴해야 하고 그의 지역구인 ‘아산 을’에서는 내년 지방선거와 함께 보궐선거가 치러지게 된다.

 

이 대통령이 첫 인선에 이처럼 현역 의원을 많이 포함한 것은 탄핵사태로 치러진 대선에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없이 당장 업무를 시작해야 하는 부담감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당대표 시절 이 대통령과 지도부에서 함께 호흡을 맞추며 능력을 인정받은 인사들을 초기에 등용해 인수인계 기간 없이 당장 정부를 운용하는 데에 차질이 없도록 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한편 정책실장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됐던 이한주 민주연구원장은 정책실장 자리에서 멀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업무적 부담과 개인적 사정 등의 이유로 이 원장은 정책실장직을 맡지 않는 것으로 정리된 걸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