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최초의 우주인이 되는 기록을 세운 마르크 가르노 전 외교부 장관이 76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군인 출신인 고인은 연방 하원의원으로 내리 5선을 달성하는 등 성공한 정치인이었다.

4일(현지시간) AP 통신에 따르면 가르노의 부인은 이날 성명에서 “내 남편 마르크 가르노의 사망 소식을 전하게 돼 깊은 슬픔을 느낀다”며 “고인은 사랑하는 가족들에 둘러싸인 채 평화롭게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다. 가르노는 짧은 투병 생활을 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구체적 사인은 공개되지 않았다.
가르노는 1949년 2월 캐나다의 프랑스어권 지역인 퀘벡주(州) 퀘벡시에서 태어났다. 해군사관학교에 진학한 그는 물리학과 전기공학을 공부하고 1974년부터 장교로 복무했다. 1989년까지 15년간 해군에 몸담았으며 대령을 최종 계급으로 전역했다.
1984년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이 우주왕복선 챌린저 발사 프로젝트에 돌입했을 때 캐나다도 협력국으로 참여했다. 당시 해군 장교이던 가르노는 치열한 경쟁을 뚫고 우주비행사로 선발돼 미국인들과 나란히 챌린저에 탑승했다. 이로써 그는 ‘캐나다 역사상 최초로 우주 공간에 진출한 사람’이라는 영예를 얻었다.
민간인이 된 가르노는 캐나다의 항공우주 산업 육성에 앞장섰다. 1990년 미 나사를 모델로 한 캐나다우주국(CSA)이 출범했다. 가르노는 2001년 CSA의 최고 책임자가 되어 2005년까지 재직하며 미국과 무관한 캐나다만의 독자적 우주 탐사 활동을 진두지휘했다.
가르노는 CSA를 떠난 직후인 2006년 정계에 진출했다. 첫번째 선거에선 낙선의 고배를 마셨으나 2008년 연방 하원의원 총선 당시 진보 성향 자유당 후보로 몬트리올 지역구에 출마해 당선됐다. 이후 2021년 총선까지 내리 5선을 기록하며 한때 당 대표 물망에 오르기도 했다.

2015년 쥐스탱 트뤼도 총리가 이끄는 자유당 정부가 출범하며 가르노는 교통부 장관으로 입각했다. 그가 항공우주 분야에 전문성을 지닌 인물이란 점을 감안한 인사였다. 2021년까지 무려 6년 가까이 교통장관으로 일하며 가르노는 특히 항공기 안전 운항에 많은 힘을 쏟았다. 2021년 1월 그는 트뤼도 총리의 요청으로 외교부 장관을 맡았다. 하지만 트뤼도 총리는 불과 9개월 만인 그해 10월 가르노를 전격 해임했다. 한 달 전 실시된 총선에서 자유당이 원내 과반 확보에 실패하자 트뤼도 총리는 민심을 의식해 인적 쇄신을 단행했는데 가르노가 희생양이 되었다. 당시 캐나다 언론은 가르노가 고령(72세)이란 점, 여성 장관 등용 필요성이 커진 점 등이 그가 내각에서 살아남지 못한 근본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2021년 하원의원에 당선된 가르노는 2025년까지 4년 임기가 보장됐으나 2023년 3월 의원직 사퇴 의사를 밝힘과 동시에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정치를 그만둔 뒤에도 그는 캐나다의 우주 산업 진흥 필요성을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