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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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속 220km 속도에도, 35도 경사로에서도 안정된 드라이브

입력 : 2025-06-09 06:00:00
수정 : 2025-06-08 20:5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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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쉐 첫 전기 SUV 마칸 EV 시승기

전동화 시대 스포츠카 미래상 보여줘
오프로드 등 험로에도 구동 능력 발휘

편안한 주행으로 피로감 적게 느껴져
주행가능 거리는 생각보다 크게 변동

스포츠카와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언뜻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차량의 요소가 연결되는 시대가 왔다. 이러한 조합을 대표하는 포르셰의 첫 전기 SUV 마칸 일렉트릭(EV)은 새로운 전동화 시대의 스포츠카 브랜드가 나아갈 길을 보여주는 차다.

◆다양한 험로에서 구동 능력 발휘

지난달 13일(현지시간) 독일 라이프치히 외곽에 위치한 포르셰 익스피리언스 센터를 찾았다. 넓은 녹지에 거대한 다이아몬드가 꽂혀있는 듯한 디자인의 건물, 고요함을 깨고 간헐적으로 ‘위잉’ 하는 차량 엔진음이 들려오는 초현실적인 풍경이었다.

포르셰 익스피리언스 센터 서킷을 주행하는 마칸 EV. 포르셰 제공

포르셰 라이프치히 공장과 함께 조성된 이곳에서 방문객은 온·오프로드 주행 체험, 공장 견학까지 경험할 수 있다. 국제자동차연맹(FIA)의 인증을 받은 3.7㎞의 서킷은 전 세계의 유명한 서킷에서 영감을 받은 11개의 커브로 구성돼있다.

이날 주행 체험의 주인공은 마칸 EV였다. 기존 포르셰 내연기관 모델의 디자인을 계승해, 중형 SUV의 비율상 다소 둔해보일 수 있는 외관을 날렵하게 다듬은 모습의 마칸 EV가 줄지어 서있었다. 전체적인 실루엣은 곡선을 사용했지만 아랫부분으로 갈수록 직선을 강조해 단단한 인상을 줬다.

차량을 타고 132만㎡ 규모의 부지에 조성된 약 6㎞ 길이의 오프로드 코스에 진입했다. 울퉁불퉁한 자갈길과 사막처럼 조성한 굴곡진 모래길, 상승과 하강이 이어지는 경사로를 잇따라 천천히 지나면서 각 길에 최적화된 구동 능력을 확인했다.

최대 35도까지 기울어진 좌우 경사로를 따라 올라가며 차량이 오른쪽으로 한껏 쏠렸지만 차량은 균형을 잃지 않고 안정적인 주행을 이어갔다.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이 번갈아 나오며 시야 확보가 잘 되지 않는 숲길에서는 디스플레이의 서라운드뷰를 통해 위치를 가늠하며 지날 수 있었다. 깊이 50㎝, 길이 100m의 물웅덩이까지 건너며 매끄럽고 여유로운 오프로드 주행이 끝났다.

포르셰가 생물다양성을 위해 20년 넘게 조성한 오프로드 코스는 생태길을 탐방하는 듯한 경험을 선사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주행 중 방목으로 키우는 소 등의 동물과 벌통도 볼 수 있었다. 습지, 수변지대, 초지 등으로 구성돼 유럽 들소와 엑스무어 조랑말을 비롯해 다양한 동식물이 서식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어린이를 대상으로한 환경 교육인 ‘포르셰 사파리’ 투어도 제공하고 있다.

◆아우토반에서 안정적인 고속 주행

다음날 포르셰 익스피리언스 센터에서 마칸 EV를 타고 포르셰의 본사가 있는 슈투트가르트까지 이동하며 장거리와 고속 주행능력을 확인했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거리(약 400㎞)보다 먼, 약 480㎞ 떨어진 거리다.

오프로드 코스 경사로를 주행하는 마칸 EV. 포르셰 제공

독일 고속도로인 아우토반에 들어서자 마칸 EV의 진가가 드러났다. 차량은 쭉 뻗은 길을 타고 단단하게 하체를 받치며 속력을 냈다. 차선을 변경하거나 곡선 구간에서 각도를 틀 때도 SUV 같지 않은 날렵함을 발휘하며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원하는 위치를 잡았다.

마칸 EV는 전기 모터로 무게 균형을 약간 뒤쪽으로 맞추고 역동적인 토크 배분과 뒷바퀴가 5도까지 개입하는 리어 액슬 스티어링을 결합해 커브 가속 시 민첩한 조작을 가능하게 했다. 마칸 EV는 마칸, 마칸4, 마칸4S, 마칸 터보 4종이 출시돼있는데 이 중 시승 차량인 마칸4의 최고 출력은 300㎾, 최대 토크는 650Nm이다.

속도 무제한 구간에 들어서 제원상 최대 속도인 시속 220㎞ 가까이 속력을 올려도 차량은 안정감을 흩뜨리지 않았고 실내에는 풍절음이 거의 들리지 않았다. 대부분의 구간에서 가장 편안하게 느껴지는 시속 150∼160㎞ 정도를 유지한 채 동승자와 교대하며 5시간가량 차를 탔지만 거리가 무색할 정도로 피로감은 확연히 적게 느껴졌다.

장거리 운전을 도와주는 편의기능도 한몫했다. 공사구간 등에서 수시로 바뀌는 제한속도는 증강현실 헤드업디스플레이(HUD)에 주행정보와 함께 한눈에 들어오게 표시돼 내비게이션을 거의 볼 필요가 없었다. 앞 차와의 간격에 따라 색깔이 달라지는 경고 등도 표출됐다.

다만 고속 주행을 오래하다 보니 주행가능거리가 크게 변동됐다. 마칸4의 1회 충전 시 복합 주행가능거리는 유럽(WLTP) 기준 516∼613㎞, 국내 기준 454㎞이지만 300㎞ 좀 넘게 이동했을 때 배터리 잔량은 10% 이하를 나타내고 있었다. 내비게이션으로 현재 속도에 따라 달라지는 배터리 잔량과 충전소의 거리 등을 확인해 충전 계획을 세울 수 있었다. 경로 중간에 있는 ‘포르셰 차징 라운지’에 들러 충전을 시작하고 라운지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자 충전은 끝나 있었다. 초고속 충전은 10%에서 80%까지 21분이 걸린다.

마칸 EV는 일상에서 두루 사용할 수 있는 성능과 스포츠카의 역동성까지 맛볼 수 있는 ‘SUV형 스포츠카’를 찾는 소비자에게 적합한 선택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