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전쟁 등으로 올해 들어 자동차 수출과 생산은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내수 시장은 수입차가 선전하면서 판매량이 소폭 늘었지만, 내수 활성화를 위해 개별소비세 인하 조치 연장 등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8일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 5월 자동차산업 동향(잠정)에 따르면 1∼5월 자동차 수출은 116만8338대로 작년보다 3.8 감소했다. 자동차 생산도 마찬가지로 1.9 줄어든 175만7871대를 기록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수입차 25% 관세 부과가 두 달째에 접어들면서 국내 자동차산업 피해가 현실이 되고 있다. 지난달 대미 자동차 수출은 18억4000만달러로 전년 대비 32.0% 급감했다. 관세가 부과된 4월 감소율(19.6%)보다 더 큰 폭의 감소세다. 대미 자동차 부품 수출도 8.3% 줄어든 4억3000만달러를 기록했다.
내수 시장은 다소 활성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 1∼5월 내수 판매량은 68만786대로 작년 동기(66만651대)보다 3.0 늘어났다. 지난해 소비심리 위축,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등으로 연간 판매량이 6.5 감소했던 자동차 내수 시장이 올해 회복세로 돌아섰다는 기대감이 나온다. 내수 시장에선 수입차의 성장세가 더 두드러졌다. 1∼5월 국산차는 1.0 늘어난 56만3051대가 판매됐고 수입차는 14.4 증가한 11만7735대가 팔렸다.
수입차 업체들이 올해 대거 신차를 발표한 데 이어, 적극적인 홍보와 할인에 나서면서 판매량이 늘어났다는 분석이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판매량 ‘톱3’인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1만856대), BMW 5시리즈(9703대), 테슬라 모델Y(9270대) 모두 신차가 도입된 모델들이다.

국산차 판매량이 늘었지만 상황이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경기 불황에 잘 팔렸던 경차의 올해 연간 판매 7만대선이 무너질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나오기 때문이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시장에서 경차는 작년 같은 달 대비 37.4% 급감한 5626대가 신규 등록됐다. 올해 1∼5월 누적 경차 등록 대수도 3만809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4만6517대)보다 33.8% 줄었다. 이러한 감소세가 이어질 경우 올해 연간 경차 판매량은 7만대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경차 등록 대수는 전년 대비 20.0% 감소한 9만9211대였다.
이처럼 불안정한 대외 환경 요건으로 수출 시장이 줄어들면서 내수 시장이 홀로 힘을 쓰고 있지만 이 또한 수입차 판매량 증가가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국산차 판매 경쟁력 향상을 위해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제안했다. 30일 종료되는 신차 구매 개별소비세 탄력세율(5→3.5)과 노후자동차 교체 개소세 70 감면 혜택의 연장 등이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 관세전쟁의 여파로 전 세계 자동차 수요가 늘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여 결국 내수 시장 활성화를 통해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정부 차원의 세금 감면과 더불어 완성차 업계도 대대적인 할인 등 자구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남훈 KAMA 회장도 “(미국 관세를 비롯한) 통상은 시간이 걸리는 문제이고 정부가 당장 해줄 수 있는 것은 내수 활성화”라며 “수출이 줄어들어 국내 자동차 생태계가 위협받고 있기 때문에 개소세 감면, 노후차 교체 지원 등 연장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