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혼을 앞둔 여자친구에게 자녀가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남성의 안타까운 사연이 전해졌다.
전문가는 “여성에게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9일 YTN 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 사연을 보낸 A 씨는 마흔을 넘겨 지인 소개로 한 여성을 만났다.
A 씨는 여성 B 씨가 돌싱인 사실이 마음에 걸렸지만, 이혼이 흠도 아니고 네 나이에 초혼 찾기 힘들다는 주변의 설득에 B 씨를 만나게 됐다.
A 씨는 우려와 달리 B 씨를 만나보니 괜찮은 사람이었다고 생각했다. 이후 두 사람은 금세 가까워져 결혼 얘기가 오가는 사이가 됐다.
A 씨는 “부모님도 마흔 넘은 아들이 결혼한다니까 너무 좋아하셨다”며 “상견례를 하자마자 B 씨에게 중형차와 명품 가방을 선물해 주셨다. 저도 예비 장인어른께 명품 시계를 받았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런 기대와 달리 A 씨는 B 씨가 숨겨온 진실을 알게 됐다.
새 차를 타고 첫 드라이브를 가던 날 B 씨 휴대전화로 내비게이션을 검색하고 있는데 ‘이번 달 양육비는 왜 아직 안 보냈냐’는 내용의 메시지가 왔다.
알고 보니 B 씨는 출산으로 세 살짜리 아들이 있었고, 전남편이 양육 중이었던 것이다.
B 씨는 A 씨가 “왜 말 안 했냐”고 하자, “물어보지 않아서 굳이 말하지 않았다”고 변명했다.
A 씨는 “약혼녀가 일부러 숨긴 게 아닌가 싶어 믿음이 확 깨졌다”며 “결혼을 없던 일로 하고 싶다. 한 가지 걱정되는 건 피임 없이 관계를 가진 적이 있는데, 혹시라도 약혼녀가 임신하게 되면 제가 그 아이를 책임져야 하는 거냐”고 물었다.
그러면서 “만약 결혼하게 된다면 그녀가 전남편 사이에서 낳은 아이를 제가 키우게 되는 거냐? 법적으로 어떻게 되는 건지 궁금하다”며 약혼자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을지 조언을 구했다.
이 사연에 대해 이준헌 법무법인 신세계로 변호사는 “약혼을 파기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법원에서는 상견례까지 한 것을 약혼한 것으로 대부분 인정하고 있다. 약혼도 일종의 신분에 관한 계약이기 때문에 그 계약으로 인해 당사자들에게 결혼을 성립할 의무가 발생하게 된다”며 “어느 한쪽에서 이유 없이 약혼을 해제하면, 그 의무 위반으로 손해배상을 해줘야 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배우자에게 자녀가 있는지는 혼인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만약 물어보지 않았더라도 먼저 알려줄 고지 의무가 있다”며 “약혼이 해제된 데에 상대 여성의 과실이 인정될 것으로 보인다. 부모가 약혼녀에게 준 중형차와 명품 가방도 돌려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약혼하면서 상대방에게 준 금전이나 예물은 혼인의 성립을 전제로 하는 증여로 보면 된다. 혼인이 성립되지 않으면 다시 돌려줘야 한다. 다만 약혼 해제에 과실이 있는 사람은 상대방에게 예물의 반환을 요구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약혼녀에게 위자료 책임도 물을 수 있다”면서 “정신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데, 현재 정신과 상담을 받고 있다면 진료 기록을 발급받아 증거로 제출하면 손해배상액이 많아지는 데 도움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이 변호사는 약혼자의 임신과 출산에 대해 “혼인신고 전이기 때문에 A 씨의 혼외자가 된다. 약혼자 측에서 먼저 인지 청구의 소를 제기해 A 씨를 자녀의 아버지로 인정되게 하고, 양육비를 청구한다면 A 씨는 양육비를 지급해야 한다”고 했다.
다만 “약혼자의 전혼 자녀는 복리 상 양육자가 변경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