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3년간 직장에서 성희롱을 겪은 사람의 75%는 별다른 조처 없이 ‘참고 넘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 내 성희롱 피해율은 줄었으나 이처럼 ‘참고 넘어간’ 비율은 직전 조사 대비 8.5%포인트나 뛰었다.

여성가족부가 9일 공개한 ‘2024년 성희롱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직장에서 성희롱을 당한 피해자 75.2%는 대처 행동으로 ‘참고 넘어갔다’를 택했다. 2021년 66.7%보다 높아진 것이다. ‘성희롱 행위자에게 사과를 요구하는 등 개인적으로 처리함’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최근으로 올수록 늘어 7.7%를 기록했다. 이 외에 ‘동료에게 알리고 의논함’ 7.8%, ‘상급자에게 알리고 조치를 상의함’ 4.7%, ‘고충상담 창구를 이용함’ 0.6% 등이었다.
‘참고 넘어감’이라고 응답한 경우 이유(복수응답)를 묻자 ‘넘어갈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해서’라는 응답이 52.7%로 가장 많았다. 이 외에 ‘행위자와 사이가 불편해질까 봐’(33.3%), ‘문제를 제기해도 기관 및 조직에서 묵인할 거 같아서’(27.4%), ‘업무와 직장생활에서 어려움이나 불이익 등을 받을까 걱정돼서’(15.1%) 등 순이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진은 “넘어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컸지만, 상당수는 불이익 등 2차 피해 우려로 참고 넘어간 것임을 알 수 있다”고 했다.
상급자에게 알리거나 고충상담창구에 상담하는 등 공식 신고를 한 뒤에도 상당수는 조치가 없었다. 신고 뒤 ‘적절한 조치가 없었다’는 23.0%였고 특히 민간사업체는 해당 응답이 35.9%에 달했다.

직장 내 성희롱 피해율은 2021년(4.8%)보다 0.5%포인트 하락한 4.3%로 조사됐다. 다만 공공기관과 민간사업체를 나눴을 때 민간사업체는 1.4%포인트 줄어든 2.9%였으나 공공기관은 3.7%포인트 늘어난 11.1%였다. 연구진은 “공공기관은 2021년 코로나19 방역지침 영향으로 피해 경험률이 많이 감소했는데 다시 이전의 대면 중심 근무 방식으로 돌아온 것이 피해 경험률 상승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발생 장소로는 ‘사무실 내’(46.8%), ‘회식장소’(28.6%)로 2021년 조사 결과와 유사했다. 다만 ‘온라인(메신저 등)’이라는 응답률이 7.8%로 2021년(4.7%)보다 3.1%포인트 증가했다. 연구진은 “온라인에 기반을 둔 생활,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업무 방식 등이 늘어나는 변화와 관련이 있다”고 밝혔다.
성희롱 방지 업무에 대한 인지도는 높아졌다.
‘성희롱 예방지침이 있다’(80.8%)와 ‘고충상담원, 고충상담창구 등이 지정 및 운영되고 있다’(69.1%)는 응답은 2021년 대비 각각 12.1%포인트, 16.3%포인트 상승했다. 직장 내 고충전담창구 이용 및 고충상담원 권유 의사가 ‘있다’는 응답도 90.8%로 2021년 조사 대비 15.0%포인트 올랐다. 여가부는 “직장 내 성희롱 방지 시스템 신뢰도가 일정 수준에 이르렀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