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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첫 ‘트리플 특검’ 임박…“제2적폐청산” 우려도 [미드나잇 이슈]

기사입력 2025-06-10 01:00:00
기사수정 2025-06-09 22:2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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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 특검법 9일 정부 이송
국힘은 특검 추천 권한 없어
정치적 중립성에 우려 목소리

내란과 김건희 여사,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하는 ‘매머드급’ 특검이 조만간 출범한다. 최대 120명의 검사가 파견되는 역대급 규모로 특검 세 개가 동시에 가동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와 동시에 특검 수사가 제2의 ‘적폐청산’이 될 경우 정치적 역풍이 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9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윤석열 전 대통령 등에 의한 내란·외환 행위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법’(내란 특검법), ‘김건희와 명태균·건진법사 관련 국정농단 및 불법 선거 개입 사건 등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법’(김건희 특검법),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법’(채상병 특검법) 세 법안이 이날 오전 정부에 이송됐다.

이재명 대통령이 9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2차 비상경제점검 태스크포스(TF)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최대 120명 검사 파견

 

국회에서 정부로 이송된 법안은 이송된 후 15일 안에 공포되거나 대통령에 의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이 행사된다. 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은 사실상 없어 특검 출범이 확실시된다. 시한은 24일까지지만 이르면 10일 국무회의에서 상정·처리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역대 특검 사례를 보면 2개가 동시에 돌아가는 이른바 ‘쌍끌이’ 특검은 두 차례 있었지만 3개가 가동하는 사례는 사상 처음이다. 1999년 조폐공사 파업유도 사건의 특검과 옷 로비 특검이 있었고, 2007년에는 삼성 비자금 의혹 특검과 BBK 의혹 사건 특검이 한꺼번에 돌아갔다.

 

특검에 파견되는 검사 규모도 역대 최대다. 내란 특검에 60명, 김건희 특검법 40명, 채상병 특검법 20명 등 최대 120명을 파견받을 수 있다. 2월말 기준 평검사(1251명)의 10%가 특검에 파견되는 막대한 규모다.

 

이번 특검 수사는 검찰개혁을 벼르고 있는 여당의 기조와도 부합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간 검찰은 정권 교체 이후 전 정권 수사로 존재감을 드러냈는데 이번엔 주요 수사의 주도권이 특검으로 넘어가게 된다는 것이다.

사진=뉴시스

■검찰 힘빼기 ‘효과’

 

검찰 고위직 출신의 한 변호사는 “국회가 특검 선정, 파견 검사 결정을 자유롭게 할 수 있어 특검이 출범하면 검찰 수사는 존재감이 사라지게 된다”며 “검찰·경찰 개혁에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 변호사는 “당장은 정권이 초기이고 힘이 있어 문제 삼는 사람이 없을 것 같지만 수사의 본질은 정치적 독립성과 객관성”이라면서 “과거 ‘윤석열 검찰’의 적폐수사처럼 특정 방향으로 수사를 몰아가게 되면 또다시 반작용과 역풍이 닥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3개 특검은 모두 민주당과 비교섭단체 중 의석수가 가장 많은 조국혁신당이 각각 1명을 추천하게 된다. 국민의힘의 추천권은 배제됐다. 국민의힘은 비상계엄 사태를 촉발한 윤석열 전 대통령을 배출한 당인 데다 국민의힘 의원들 역시 수사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특검 후보를 선출하고 대규모인 수사팀을 꾸리는 것부터 난관에 봉착할 수 있다. 현행법상 특검은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업무에 종사할 수 없고 다른 직무를 겸할 수도 없다. 특검법상 활동 기간은 140∼170일이지만 특검법상 수사 이후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공소유지 업무도 이어가야 한다.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채해병 특검법이 통과되자 해병대 예비역 연대 회원들이 거수경례를 하며 환영하고 있다. 뉴시스

■“일반 수사 공백” 우려도

 

이를 두고 검찰 고위직 출신의 또다른 변호사는 “윤석열정부에서 ‘핍박’을 받고 검찰에서 나간 이들이 특검에 추천되고 기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대규모 검사들이 특검에 파견되는 것에 대해선 “일 잘하는 검사를 선발해 뽑아갈 텐데 일반 사건 수사에 공백이 초래될 우려도 크다”고 했다.

 

세 특검 중 수사팀 규모가 가장 큰 내란 특검은 내란 행위, 외환유치 행위, 군사 반란 등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와 관련한 범죄 의혹 11개가 수사 대상이다. 검찰이나 군검찰, 공수처, 경찰 등은 특검이 관련 사건의 수사 기록과 증거 등의 제출, 재판 중인 사건 이첩을 요구하면 반드시 따라야 한다.

 

김건희 특검법은 윤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건진법사 관련 의혹,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가 연루된 공천 개입·불법 여론조사 의혹 등 총 16개의 수사 대상을 적시했다. 검찰의 수사가 상당 부분 진척된 상황이라 특검이 이른 시일 내에 김 여사를 소환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채상병 특검법은 2023년 7월 실종자 수색 작전 중에 발생한 해병대 채상병 사망사건의 사고 경위 및 정부 고위 관계자의 수사 방해 의혹 등이 수사 대상이다. 공수처는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 결과를 결재했다가 번복한 배경에 윤 전 대통령의 ‘격노’가 있었다고 보고 윤 전 대통령과 대통령실·국방부 관계자들의 직권남용 혐의를 수사해왔다.


이종민 기자 jngm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