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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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성평가를 통한 사고 예방이 곧 생산성 향상”

입력 : 2025-07-02 21:12:56
수정 : 2025-07-02 22:5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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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노동자 산재예방 이렇게 달라졌다
(3) 위험성평가 실천으로 더욱 안전하게

㈜더채움, 위험성평가 실천으로 안전과 생산성 모두 잡다
위험성평가는 사업주의 적극적인 의지와 참여가 핵심
노동자와 함께 위험을 찾고, 개선대책을 현장에서 실행하는것이 중요
모든 구성원이 위험성평가 결과를 공유하고 실철하는 문화가 안전의 출발점

지난해 6월 ㈜아리셀에서 리튬배터리 발화로 인한 연쇄 폭발·화재사고가 발생했다. 결국 23명의 노동자가 소중한 목숨을 잃었다. 이 중 상당수가 외국인 노동자였다. 사고 경위에 대한 조사가 이루어졌고, 그 과정에서 이 기업이 위험성평가 인정사업장으로 2021년부터 선정되었던 사실도 확인됐다. 위험성평가 인정심사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평가점수 70점을 넘어야 하는데, 이 기업의 점수는 △2021년 81점 △2022년 88점 △2023년 75점이었다.

 

위험성평가란 기업이 스스로 사업장의 위험요인을 파악하고 개선해 나가는 과정으로, 정부는 위험성평가 활동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실시하는 중소규모 사업장을 ‘인정사업장’으로 선정하고 산재보험료 감면 등 인센티브를 지원한다. ㈜아리셀은 2021년 2월부터 2024년 2월까지 인정사업장 지위를 유지했다.

정부로부터 인정을 받고, 산재보험료 감면까지 받은 기업에서 대형 참사가 발생하자, 사업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됐다. 언론과 전문가들은 “형식적인 서류심사에 그쳤다, 현장의 실질적 위험을 반영하지 못했다”며 심사의 한계를 지적했다.

 

고용노동부와 안전보건공단도 그간 위험성평가 인정사업 운영에 문제가 있었다고 진단하고 제도를 개편했다. 인정심사 기준을 70점에서 90점으로 높이면서 서류심사 비중은 줄이고, 노동자 참여 등 현장 작동성에 대한 배점을 높였다. 인정심사를 통과한 이후에도 모든 사업장에 대해 사후점검을 실시하고, 지적사항을 제때 개선하지 않을 경우 인정 취소까지 가능하도록 했다.

 

또한, 인정심사에서 떨어진 기업들에게는 탈락 사유와 함께 보다 안전한 사업장을 만들기 위한 내용을 상세하게 안내·지원하여, 기업의 안전 역량을 높이는 기회가 되도록 했다.

제도 개편의 효과는 바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 3년간 신청 기업 중 심사를 통과하는 비율은 86%였지만, 기준을 강화한 이후로는 16%이다. 위험성평가를 제대로 실행하고,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기업만이 인정심사 문턱을 넘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경기도 고양시에 위치한 ㈜더채움은 ‘한줌 견과’ 등 혁신적인 제품으로 견과류 시장의 주목을 받아온 강소기업이다. 노동자 26명에 불과한 작은 사업장이지만, 강화된 인정기준을 충족하고 약 10년간 위험성평가 인정사업장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2013년부터 인정사업에 꾸준히 참여해 왔고, 지난 3월 91점으로 인정심사를 통과했다.

 

㈜더채움은 새로운 인정기준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노동자 참여와 위험요인 제안에 대한 조치가 늦어지는 부분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하고 이를 보완하는데 집중했다. 밴드 앱을 통해 위험요인을 실시간 접수하고 즉시 조치하는 체계를 구축했고, 대표이사도 현장 의견을 직접 확인하고 개선을 지시했다.

 

노동자 평균 연령이 50세 이상으로 중량물 취급에 따른 근골격계 부담이 큰 점을 고려해, 중량물 운반 보조설비, 보행식 전동 지게차 및 자동 랩핑기 도입 등 실질적인 설비 개선도 추진했다. 우리가 손쉽게 꺼내 먹는 견과류 한 봉지 뒤에는, 이처럼 노사가 함께한 위험성평가 실천의 시간이 켜켜이 쌓여 있다.

 

권영기 대표이사는 “인정심사는 단순히 인정을 받기 위한 절차가 아니라, 기업의 위험성평가 수준을 진단받고 미비한 점은 개선해 나가는 과정”이라며, “과거에는 노동자들이 대표의 지시로 움직였지만, 이제는 직원들이 스스로 위험요인을 제안하고 개선까지 주도하는 문화가 정착됐다”고 말했다. “이러한 변화가 사고 예방은 물론 생산성과 품질 향상으로도 이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끼임 예방 조치)리프트 방호울
(떨어짐 예방 조치)안전난간 및 발끝막이판
(근골격계 질환 예방 조치) 보행식 지게차
(부딪힘 예방 조치)지게차 충돌 방지대
(근골격계 질환 예방 조치) 중량물 운반 보조 설비
(근골격계 질환 예방 조치) 자동랩핑기

㈜더채움의 사례는 작은 사업장이라 하더라도 사업주와 노동자의 의지가 있으면 위험성평가 인정사업을 통해 현장의 위험요인을 개선하고 노동자의 인식을 변화시키며, 안전문화를 정착시킬 수 있음을 보여준다.

 

위험성평가는 현장의 위험을 노사가 스스로 찾아내고 개선함으로써 중대재해를 예방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다. 정부는 위험성평가 인정사업이 인센티브 제공을 넘어 사업장의 위험관리 수준을 객관적으로 진단하고 실질적인 개선을 촉진하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내실있게 운영해 간다는 방침이다.

 

[위험성평가 컨설팅]

위험성평가 활동 활성화하고, 산업재해 고위험요인을 파악하여 개선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 이를 기반으로 사업장 자기규율 예방체계 확립할 수 있도록 컨설팅을 지원

 

※ 고용노동부와 안전보건공단은 산업재해 예방에 효과를 보인 다양한 위험성평가 사례를 발굴·확산하기 위해 ‘2025년도 위험성평가 우수사례 발표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오는 7월 25일까지 참가기업을 공모하고 있으며, 공모는 제조·기타 부문, 건설 부문 등 업종과 사업장 규모에 따라 4개 부문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참가를 원하는 기업은 위험성평가시스템(kras.kosha.or.kr)을 통해 신청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