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가만히 있어도 흘러내리는 땀으로 불쾌지수가 갈수록 높아진다. 그렇다보니 외부와 달리 실내는 냉방 사용이 늘어나는 요즘이다. 고온다습한 날씨와 반복되는 실내외 온도 차이가 면역력을 떨어뜨리기 십상이다. 이럴 때 가장 주의해야 할 질환은 무엇일까. 바로 냉방병이다.

서민석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냉방병은 실내외 큰 온도 차로 인해 몸의 자율신경계가 제대로 적응하지 못해 발생한다”며 “피로·두통이나 소화기 불편감을 보이고 누구나 쉽게 걸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적절한 온도 유지와 잦은 환기로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5일 의학계에 따르면 냉방병은 온도를 인위적으로 낮춘 사무실이나 집 등에서 오래 머물 때 나타난다. 주요 증상은 감기와 비슷하다. 두통, 피로, 코와 목의 건조함, 어지럼증, 졸림, 소화불량, 설사, 복통 등이 생긴다. 여기에 인후통·콧물·기침이 동반되기도 한다. 아울러 말초혈관 수축으로 손·발이 부을 수 있다.
특히 면역력이 약하거나 천식, 알레르기, 만성 편두통 등의 기저질환자에게는 더욱 심하게 보여질 수 있다. 여성은 남성보다 더 취약한 편으로, 심한 생리통 또는 생리 주기가 불규칙해지는 경우도 있다.
냉방병의 또 다른 원인 중 하나는 레지오넬라증이다. 고온다습한 환경에서 에어컨 냉각수에 서식하는 이 균에 의해 발생하는 감염성 질환이다. 독감이나 폐렴과 유사한 증상을 보인다. 냉방병과 같은 현상이 오래 지속되거나 심할 땐 감염 여부를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대부분은 특별한 치료 없이 충분한 휴식과 함께 에어컨 사용을 줄이면 호전된다. 다만 예방을 위해서 실내 온도를 22∼26도로 유지하고, 실내외 온도차가 5도 이상 벌어지지 않도록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 이외 에어컨 바람이 몸에 직접 닿지 않으면서, 24시간마다 창문을 열어 환기하는 습관도 요구된다.
또한 실내 습도를 50∼60% 수준으로 유지하고, 에어컨 필터는 자주 청소하면서 주기적 교체해야 세균 번식을 막을 수 있다. 추위에 예민하다면 얇은 카디건이나 무릎 담요 등으로 체온을 보호하는 것도 좋은 예방법이다.

서 교수는 “장마철에는 실내 활동이 많아지고 냉방기 사용 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꾸준한 운동, 충분한 수면, 스트레스 관리 등 기본적인 생활 습관을 유지하며 무리 없는 선에서 산책이나 맨손 체조를 병행하면 냉방병 예방에 도움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