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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르렁 커컥” 코골다 숨 자주 멎으면…뇌 미세출혈 위험 2배↑ [건강+]

입력 : 2025-12-03 21:58:00
수정 : 2025-12-03 17:5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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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관리청, 중장년 1441명 8년간 추적 조사
중등도 이상 수면무호흡증, 뇌 미세출혈 위험↑
수면무호흡증 관련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평소 코골이가 심했던 이모(45)씨는 잠을 자던 중 숨이 멎는 듯한 증상이 반복됐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러던 어느 날 출근길에 갑작스레 한쪽 팔다리에 힘이 빠져 응급실로 실려 갔고, 뇌졸중 전 단계라는 진단을 받았다.

 

전문가들은 이씨처럼 수면 중 무호흡 증상을 방치할 경우 뇌혈관질환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최근 국내에서도 중등도 이상의 폐쇄성 수면무호흡증이 뇌 미세출혈 위험을 2배 이상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3일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은 한국인유전체역학조사사업(KoGES)의 안산 코호트를 통해 중장년층 1441명을 8년간 추적 조사한 결과, 중등도 이상의 수면무호흡증이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뇌 미세 출혈 발생 위험이 2.14배 높았다고 밝혔다.

 

수면무호흡증은 잠자는 동안 호흡이 멈추거나 약해지는 현상으로, 호흡장애가 시간당 얼마나 반복되는지에 따라 경증, 중등도, 중증으로 분류한다. 경증은 호흡장애가 시간당 5~14회, 중등도는 15~29회, 중증은 30회 이상 반복되는 경우를 말한다.

 

연구 결과, 중등도 이상의 폐쇄성 수면무호흡증을 가진 사람은 수면무호흡증이 없는 사람에 비해 뇌 미세 출혈이 발생할 위험이 2.14배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경증 수면무호흡증일 경우 위험이 증가하지 않았다. 이러한 결과는 뇌혈관질환 발생 위험과 관련된 특정 유전자 보유 여부와는 상관없는 것으로 분석됐다. 수면무호흡증 자체가 뇌 미세 출혈 발생 위험을 높이는 독립적인 위험 요인이라는 의미다.

 

8년 후 뇌 미세 출혈이 발생한 뇌 영상 이미지. 질병관리청 제공

 

뇌 미세 출혈은 뇌 속 작은 혈관이 손상돼 출혈이 발생하는 것으로, 뇌졸중이나 뇌출혈 등 심각한 뇌혈관질환의 주요 위험 요인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진은 “수면 중 심한 코골이나 숨이 잠시 멈추는 듯한 현상, 낮 동안 과도한 졸림이 빈번하게 나타난다면 전문의를 통해 정확한 진단을 받고 적극적으로 치료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장기간 추적 조사를 통해 수면무호흡과 뇌 미세 출혈과의 직접적 관련성을 처음으로 입증한 것이다.

 

신철 고려대 의대 명예교수는 연구 결과에 대해 “수면무호흡이 뇌졸중 치료 전략의 중요한 축이 돼야 한다”고 평가했다.

 

질병관리청은 “수면무호흡증을 단순한 코골이나 수면 습관의 문제가 아니라 뇌혈관 건강을 위해 주의 깊게 관리해야 하는 질환으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최근 국제학술지 자마 네트워크 오픈(JAMA Network Open)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