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브라질 아마존의 관문 도시 벨렘에서 열린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는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와 기후·지속가능성 의제가 처한 현실적 한계를 그대로 드러냈다. 전 세계 정상들이 모여 기후위기 대응을 논의했지만, 정상급 참석자는 60명 미만으로 전보다 크게 줄어들었다.
파리 기후협약 채택 10주년을 맞는 COP30에는 전 세계 약 200개국 정부 대표단이 참석했지만, 정상급 인사의 참석은 큰 폭으로 줄었다. 단순 비교를 해본다면 파리 협약에 198개국 정상이 참석해 한 번에 기념사진을 찍기 어려웠던 상황에 비하면 전 세계의 기후대응 관심은 10년 만에 3분의 1 이하로 크게 준 셈이다.
또 COP30에서 기후 행동과 적응전략 강화 의제가 논의됐지만, 산업혁명 대비 1.5도 제한이라는 과학적 목표를 현실에서 달성하기 위한 정치적 돌파구를 구체적으로 마련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기후변화 대응 정책을 주요 공약으로 삼아온 미국 정부가 이번 회의에 공식 고위 대표를 보내지 않아 국제사회 내부에서 ‘우선순위 재조정’ 논란도 일었다.
이런 흐름은 SDGs가 ‘2030년까지 끝내야 할 목표’라는 인식이 국제사회의 현실적 관심 축소와 맞물려 도전에 직면했음을 보여준다. 이 같은 상황에서 공공기관이나 금융기관, 기업이 SDGs를 중장기 전략의 기준으로 삼아야 하는지 회의적 질문도 자주 등장하고 있다. 현장에서 듣는 가장 많은 질문은 “SDGs는 정말 2030년에 끝나는 목표인가?”, “넷제로(온실가스 순배출 제로) 목표마저 완화되는 상황에서 SDGs를 전략 기준으로 삼는 것이 의미가 있는가” 등이다.
이들 질문은 현재의 국제 정세와 정책 환경을 고려하면 자연스러운 반응이라 볼 수 있다. 2024년 9월 미국 뉴욕 유엔 본부에서 열린 미래정상회의(Summit of the Future)에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각국 정상들 앞에서 “SDGs가 생명 유지장치에 의존하고 있다”고 진단하고, 현재 SDGs와 기후대응이 위기에 직면했음을 호소했다.
실제로 유엔 SDGs 대상 영역인 빈곤, 불평등, 기아, 생태계 보전 등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SDGs 목표 중 일부는 진척이 정체되거나 2015년 채택 당시 기준선보다 더 많이 후퇴한 상황이기도 하다. 지난해 7월 발간된 ‘SDGs 연례보고서(The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Report 2025)’의 사전 지표에 따르면 17개 목표 중 18%가 오히려 2015년 수립 당시보다 후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류의 공동 과제가 진전이 아닌 뒷걸음질 치고 있는 현실을 보여준다.
글로벌 자본시장의 반응은 더 차갑다. 세계 최대의 자산 운용사 블랙록(BlackRock)의 래리 핑크 회장은 지난해 연례 서한에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라는 용어를 사실상 삭제했다. 미국 공화당 주도의 텍사스, 플로리다 등 이른바 ‘레드 스테이트(Red States)’들이 안티 ESG 법안을 통과시켜 블랙록을 주 기금 운용 대상에서 퇴출하기 시작하자 현실적인 선택을 하게 됐다는 전언이다.
기업의 ‘그린허싱(Green-hushing·녹색 침묵)’도 노골화되고 있다. 한때 재생에너지 전환의 선두주자를 자처했던 글로벌 석유 메이저인 셸(Shell)과 BP는 최근 단기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탄소 감축 목표를 잇달아 하향 조정했다. 이러한 일련의 사건은 현장의 경영진에게 근본적인 회의감을 심어주고 있다. “과연 강제성도 없고 퇴행 중인 SDGs를 2030년 후에도 중장기 전략의 기준으로 삼는 것이 의미가 있는가”라는 질문은 이제 합리적인 의구심이 됐다.
다만 위 질문에는 한 가지 전제가 빠져 있다. SDGs를 2030년까지 달성해야 할 정적인 목표 목록으로 볼 것인지, 아니면 사회가 지속해서 관리해야 할 ‘문제의 프레임’으로 볼 것인지의 관점 차이다.
2015년 국제사회가 합의한 SDGs는 ‘어떤 문제를 사회적 성과와 리스크로 인식할 것인가’에 대한 기준이다. 2030년이라는 데드라인은 국제사회가 설정한 시간적 마커이지, 문제 자체가 이때 완전히 해결된다는 약속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는 SDGs 설계 초기부터 의도된 구조였다. 목표가 끝나는 시점을 정하는 것이 아니라 해결되지 않은 문제를 계속 관리하고 모니터링 하기 위한 공통의 프레임워크로 설정된 것이었다. 이런 관점은 SDGs를 기업의 전략에 도입할 때 특히 중요한 인식이다. 끝나는 목표를 억지로 연장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도 지속될 문제의 범위를 구조적으로 가시화하는 선택이라는 관점에서 전략과 리스크 관리를 설계하는 편이 더 정확하다.
SDGs 이전 국제사회에는 새천년개발목표(MDGs·2000~2015)가 통용됐었다. MDGs는 극빈층 비율의 절반 축소, 기본 교육·보건 확대 등 핵심 의제를 중심으로 설계됐다. 15년 동안 몇몇 성과는 있었지만, 전 세계적인 불평등과 환경 붕괴, 인프라 부족 등 복합적 과제가 남았다.
2015년 유엔 총회는 이러한 평가를 바탕으로 SDGs를 도입했는데, MDGs가 종료되었다고 해서 관련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오히려 빈곤·보건·교육 문제는 기후변화·불평등·거버넌스 문제와 결합돼 더 구조적으로 복합적인 도전으로 남아 있다. SDGs는 이러한 복합 문제를 포괄적이고 상호연관된 맥락에서 관리하기 위한 기준으로 설계된 것이다. 이처럼 MDGs의 핵심 문제가 SDGs에 흡수·확장된 것은 문제가 해결되어 프레임이 바뀐 것이 아니라 문제가 여전히 남아 있었기 때문에 프레임이 진화한 것이라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일각에서는 ‘SDGs가 실패했다’는 평가도 존재한다. 그러나 SDGs의 실패가 아닌, SDGs가 다루는 문제에서 구조적으로 생기는 리스크를 전제로 현상을 해석해야 한다. 조금만 관리가 느슨해져도 후퇴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는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탓이다. 만약 이들 문제가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었다면, 이처럼 복잡하고 장기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국제 프레임이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오히려 반복적인 실패와 퇴행이 있었기에 SDGs와 같은 공통 기준과 성과를 모니터링 할 수 있는 체계가 만들어진 것이다.
SDGs는 17개 목표와 169개의 세부 목표로 구성된다. 이는 기업에 단순한 체크 리스트로 주어지는 성취 목록이 아니며, 기업이 속한 사회가 관리해야 할 문제의 지형을 세분화한 하나의 지도에 가깝다.
기업의 중장기 전략은 통상정책·규제·글로벌 트렌드를 염두에 두는 탑다운 관점과 자체 역량·기술·자산을 기반으로 기회를 모색하는 관점을 모두 염두에 둬야 한다고 볼 때 SDGs는 이 두 흐름이 만나는 지점에서 작동한다.
전체 문제지형 위에 기업의 사업구조와 역량을 대입해보면서 전략적으로 비어있거나 충분히 다뤄지지 않은 영역을 찾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데, 이 때문에 SDGs는 전략 수립 초반의 방향 설정뿐 아니라 신사업 발굴, 포트폴리오 정렬 등 다양한 단계에서 활용될 수 있다.
SDGs는 국제법적 강제력이 없는 탓에 선언적 활용에 그치는 사례도 존재한다. 그렇더라도 많은 기업이 SDGs를 전략 기준으로 채택하는 이유는 이것이 실제 사업 환경과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SDGs는 각국의 정책 설계, 금융기관의 투자 기준, 공시·평가 프레임, 글로벌 공급망 요구사항의 기준선 역할을 해왔다. 법적 구속력이 없더라도, 국제 정책 환경과 시장·투자 리스크에 영향을 미치는 조건이 된 만큼 기업의 비용 구조와 리스크 관리 체계에 실질적으로 영향을 준다. 지속가능성 관련 국제 프레임은 법적 강제력이 없더라도, 정책·투자·시장 접근성·평판 리스크와 연결될 때 기업 전략에 강한 영향을 준다. SDGs도 이 범주에 포함된다.
SDGs는 만능 해법이 아니다. 몇몇 목표가 실제로 퇴행하고 있다는 점은 이를 명확히 보여준다. 그럼에도 SDGs가 계속 논의돼야 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관련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았고, 계속 관리하지 않으면 쉽게 후퇴할 수 있는 탓이다. 따라서 SDGs는 2030년까지 문제를 다 해결했다고 선언하려는 구호가 아니며, 오히려 해결되지 않는 문제를 계속 바라보기 위한 국제적 기준이라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SDGs는 2030년에 끝나는 것이 아니며, 중장기 전략 수립에 여전히 참고할 만한 현실적 기준으로 남아 있다.
민보영 UN SDGs 협회 선임 연구원 unsdgs@gmail.com
*민 선임 연구원은 현재 국립호남권생물자원관 ESG 위원, 국제자본시장협회(ICMA) 지속가능연계채권 워킹그룹 위원, 피어스베일(PierceVale) 전략분석 총괄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