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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 숫자 매몰된 용산 1만호… ‘주거 복지’와 ‘난개발’ 사이 외줄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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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용산 국제업무지구 1만호 공급 계획 발표… 당초 서울시 안보다 4000호 늘려

핵심지 공급 통한 시장 안정 의지 vs 고밀 개발에 따른 인프라 부하 및 정체성 논란
서울 용산국제업무지구 부지. 이제원 선임기자

 

국토교통부가 29일 용산 국제업무지구에 당초 계획보다 4000가구 늘어난 총 1만가구의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도심 핵심 입지에 대규모 물량을 투입해 주택 시장 안정을 도모하겠다는 정부의 방침과 도시 경쟁력 및 주거 쾌적성을 우선시하는 서울시의 입장이 엇갈리는 모습이다.

 

◆ 6000호에서 1만호로… 주거 공급 계획의 변화

 

당초 서울시와 코레일 SH공사가 수립한 용산 국제업무지구의 주택 공급 규모는 6000가구였다. 이는 업무 중심지의 기능을 유지하면서 교통 및 교육 인프라의 수용 능력을 고려해 산출된 수치로 알려졌다.

 

그러나 국토부의 이번 발표로 공급 물량은 1만가구까지 확대됐다. 정부는 가용한 부지를 최대한 활용해 주택 공급 부족 우려를 해소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이 과정에서 발생할 고밀 개발에 대한 논의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 데이터로 본 밀도 변화… 대지지분 4.8평에서 2.9평으로

 

공급 물량이 늘어남에 따라 주거 환경 수치에도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주거시설이 들어설 업무지원존 부지(약 9만5000㎡)를 기준으로 계산할 때 서울시가 당초 계획했던 6000가구 안의 평균 대지지분은 약 15.8㎡(4.8평) 수준이었다. 하지만 1만가구로 늘어날 경우 이 수치는 약 9.5㎡(2.9평)까지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지지분 감소는 건물 간 간격 축소 및 초고층 밀집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주거 질 저하를 우려하며 소위 ‘닭장 아파트’로 전락할 수 있다는 비판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특히 소형 평형 위주의 구성으로 인해 당초 기대했던 가족형 단지 조성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 지자체 및 지역 사회의 공식 입장과 반발

 

지자체와 지역 사회의 반대 목소리는 선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자치구와 주민 협의 없는 밀어붙이기식 물량 확대는 수용할 수 없다”며 “교육 및 교통에 대한 종합 검토 없는 증설은 난개발을 초래할 뿐”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동부이촌동 등 용산 일대 주민들 역시 이번 계획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주민들은 용산이 서울의 도시 구조를 재편할 마지막 기회임에도 핵심 입지에 대규모 주택을 집중 배치하는 것이 글로벌 기업 유치와 국가 경쟁력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주거 물량을 인근 유휴 부지로 분산 배치할 것을 요구하며 이번 계획의 전면 재검토를 촉구하고 있다.

 

◆ 공급 안정 시그널 및 향후 추진 과제

 

이번 대책이 시장에 주는 긍정적인 신호도 존재했다. 용산 핵심 입지에 1만가구 규모의 공급을 예고한 것은 대기 수요자들에게 강력한 시그널을 전달해 시장 불안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평가다.

 

다만 서울시가 학교 부지 부족과 교통 정체 심화 등을 이유로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어 실제 사업 추진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계획 변경에 따른 행정 절차 재수립 등으로 인해 실제 공급 시기가 당초 예상보다 지연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공급 방향은 긍정적이나 실행 속도가 관건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이번 대책에 대해 “수요가 집중된 서울 핵심 입지를 활용해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구상은 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정면으로 겨냥한 것”이라며 “공급 부족 우려에 기댄 투기적 가수요를 억제하겠다는 정책 의지가 분명해 보인다”고 평가했다.

 

함 랩장은 “다만 착공에서 실제 입주까지 소요되는 시간차에 대한 실효성 우려를 어떻게 상쇄하느냐가 숙제”라며 “가시적인 착공과 분양이 빠르게 뒤따를 수 있는 속도전이 정책 효과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