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2027학년도부터 의과대학 정원을 단계적으로 확대함과 동시에 지역의사제를 본격 도입하기로 하였다. 지역의사제 선발 인원은 의과대학별 지역 및 공공의료 기여 수준 등을 고려하여 서울을 제외한 지역의 의과대학에 배분되었고, 선발된 학생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을 받는 대신 일정 기간 그 지역에서 의무 복무하게 된다. 이번 정책은 오랫동안 지속된 지역 간 의료 격차와 의료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중요한 전환점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제도가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단순히 의사 수를 늘리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지금부터 더 중요한 질문은 ‘어떤 의사를, 어떤 방식으로 양성할 것인가’이다. 지역의료 강화를 목표로 한다면, 의학교육 역시 그 방향에 맞게 근본적으로 변화해야 한다. 그동안 우리나라 의학교육은 의료 전문성 강화라는 취지하에 수도권 대형 병원 중심 교육 구조 속에서 발전해 왔다. 이에 따라 지역사회 기반의 예방·만성질환 관리·돌봄 연계와 같은 실제 지역의료 현장을 접할 기회는 상대적으로 제한적이었다. 이러한 구조에서는 지역의료에 필요한 역량과 정체성을 충분히 형성하기 어렵다.
실제로 지역의료는 대형 병원 안의 진료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물론 각 의사가 전문 영역에서 높은 수준의 진료 역량을 발휘하는 것은 여전히 중요하다. 그러나 환자의 삶과 지역사회 맥락을 이해하고, 예방부터 치료, 회복, 지역사회 복귀까지 연속적으로 연결할 수 있는 역량 역시 필요하다. 결국 앞으로의 의학교육은 단순 병원 중심 실습을 넘어, 지역사회 안에서 다양한 보건·의료·복지 자원과 협력하고 조정하는 경험을 충분히 제공하는 방향으로 전환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일본 자치의과대학의 사례는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이 대학은 단순히 지역의사를 선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입학 초기부터 졸업 시점까지 지역의료 교육을 교육과정 전반에 반복적으로 배치하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 의과대학에서도 지역의료 교육을 확대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그러나 적어도 지역의료 교육을 일회성 체험 수준이 아니라, 교육과정 전반에 걸쳐 구조적으로 설계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학생들이 지역의료를 잠시 경험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 안에서 지속적으로 배우며 성장하도록 해야 한다. 실질적으로 지역의료 역량을 형성하는 교육이 중요하다. 더불어, 앞으로는 각 의과대학이 지역사회와 필수 및 공공의료에 얼마나 기여하는지를 함께 평가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지역의료 실습 체계 구축 여부, 책임의료기관 및 공공보건의료기관과의 연계 수준, 의과대학생의 지역 정주율 및 필수과목 진출 정도 등은 중요한 평가 지표가 될 수 있다. 의과대학 정원 역시 고정된 권한이 아니라 사회적 책무 수행 정도에 따라 조정 가능한 구조로 발전해야 한다.
앞으로 중요한 일은 지역의료를 실제로 강화할 수 있는 교육체계를 만드는 것이다. 지역의료를 잠시 경험하는 교육이 아니라, 지역의료 안에서 성장하는 의학교육 체계를 고민해야 한다. 이번 의대 정원 확대와 지역의사제 도입이라는 중요한 정책적 결단이 더욱 빛을 발하기 위해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 등을 중심으로 지역의료와 의학교육 혁신까지 논의가 지속적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옥민수 울산의대 울산대학교병원 예방의학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