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관련해 검찰과 경찰의 합동수사본부(합수본)가 이르면 오늘 출범할 예정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검·경 합수본을 통한 진상 규명을 지시하면서 사법당국이 실무 협의에 착수했다.
합수본이 선관위 의사결정 과정 전반을 들여다볼 예정인 가운데, 직무유기 혐의 적용을 위한 고의성 입증이 수사의 핵심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9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이르면 이날 합수본이 출범할 것으로 파악됐다. 대검찰청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현재 파견 인력 규모와 사무실 장소 등을 두고 막바지 조율 절차를 밟고 있다.
합수본 출범에 앞서 수사팀은 이미 기초 작업을 마친 상태다. 서울경찰청 광역범죄수사대는 전날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 등을 직무유기·직권남용·횡령 혐의로 고발한 서민민생대책위원회 관계자를 불러 조사했다. 수사팀은 고발인 조사에 앞서 투표하지 못한 시민들과 선거 사무 공무원들을 상대로 기초 조사를 마쳤으며, 선거 종사자들의 메신저 대화방 기록을 확보하고 투표용지 조달을 담당한 인쇄업체까지 특정한 상태다.
합수본이 정식 출범하면 기초 조사가 상당 부분 이뤄진 만큼 선관위의 투표용지 배급 기준과 매뉴얼, 의사결정 라인 전반을 대상으로 한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가 본격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번 수사는 선거범죄 수사에 경험이 많은 검찰이 전반적인 주도권을 쥘 것으로 보이지만,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검찰의 선거범죄 수사개시권이 사라진 만큼 직무유기 외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경찰이 실무를 전담하는 형태의 공조가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정교유착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대전고검 중심 합수본 전례에 비춰 검찰 간부가 본부장을 맡고, 서울청 광수대 등 경찰 베테랑 선거 전담 인력이 파견돼 밀착 협력하는 형태가 될 가능성이 크다.
핵심 쟁점은 선관위 관계자들의 고의성을 입증하는 법리 공방이다. 직무유기 혐의로 형사처벌까지 이어지려면 선관위가 유권자의 투표를 방해할 목적으로 의도적으로 투표용지를 적게 인쇄·배부했다는 점이 증명돼야 한다. 경찰은 지방선거 투표지 최소 인쇄량을 선거인 수의 60%에서 50%로 낮춘 선관위의 의사결정 과정을 주요 수사 대상으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번 선거에서 잠실2동(50.48%)·잠실4동(53.31%)·잠실7동(51.93%) 등 여러 동의 본투표율이 전체 유권자 대비 50%를 넘어서면서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현실화됐다. 송파구 전체로는 약 4만2000장의 여분이 있었지만, 동별 투표소 특성을 고려한 배분에 실패하면서 일부 투표소에서 용지가 동났다.
선관위는 "지역 실정에 따라 투표구별로 조정해 인쇄하도록 단서를 달았다"고 해명했지만, 오후 2시부터 일선 공무원들의 단체 대화방에 투표용지 부족을 호소하는 내용이 올라왔음에도 선관위의 대응이 없었다는 정황이 제기되면서 이 부분이 고의성 판단의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고의성 입증이 가능하다는 시각도 있다. 곽준호 법무법인 청 변호사는 "투표용지를 50%만 인쇄해야 한다는 법적 기준이 없는 데다 인쇄 자체가 물리적으로 어렵거나 비용이 막대하게 드는 일도 아니었다"며 "선관위가 내세우는 연구용역 결과는 변명일 뿐이며, 국민의 참정권을 무너뜨린 중대한 사안인 만큼 명백한 수사·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신중론도 나온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법상 독립기관이라는 타이틀이 불법·비위에 대한 보호막은 아니므로 강제수사는 가능하다"면서도 "수사를 통해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입증돼야 형사처벌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사전투표율 등을 고려해 본투표 용지 분량을 낮춘 것 자체는 정책 판단의 영역에 가까워 직무유기로 처벌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면서도 "문서 조작이나 예산 유용 등 별개 혐의가 포착돼야 사법처리가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다른 변수는 10월 2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출범과 검찰 직접수사권 전면 폐지다. 중수청 출범 과정에서 수사 인력 재편과 역할 분담 공백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교수는 "대형 이슈가 생기면 검찰이 즉각 인지수사에 착수했던 것과 달리 지금은 대통령 지시가 떨어져야 합수본을 꾸리는 상황"이라며 "검찰 직접수사는 묶인 반면 경찰은 대형 인지수사 경험이 부족해 압수수색 이후 수사가 장기화되거나 흐지부지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경찰은 속도를 내겠다는 방침이다. 박성주 국가수사본부장은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합수본이 설치되면 차질없이 이관될 수 있도록 신속히 (수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또 박 본부장은 10월 검찰 폐지로 선거 수사에 차질이 우려된다는 지적에도 "모든 사건을 신속하고 책임감 있게 수사하겠다"며 "공소시효 만료 3개월 전인 9월 2일까지 본청과 시도청 주관으로 1차 현장 점검을 완료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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