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문 직원들이 수억원대 성과급을 챙기게 되면서 불이 붙은 ‘영업이익 N% 성과급 지급’ 요구에 빗장이 걸릴지 주목된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6일 거액 성과급 지급 시 주주총회 의결을 거치도록 하는 법 개정 방침을 밝히면서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도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을 노동쟁의 대상으로 보기 어렵다는 견해를 밝힌 만큼 정부가 노동계의 과도한 요구에 적절히 제동을 거는 기준 정립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김 장관이 상법과 자본시장법 개정에 ‘성과급 지급 전 주주총회 의결 의무화’ 내용이 들어갈 수 있도록 논의 중이라고 한 건, 최근 대기업 노조를 중심으로 잇따른 영업이익의 성과급 재원 활용 주장을 겨냥한 것이다. 지난해 SK하이닉스에 이어 올해 삼성전자가 ‘생산라인 중단’까지 위협한 노조의 거센 요구에 못 이겨 막대한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지급한 이후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 다른 대기업 노조에서도 비슷한 요구가 쏟아졌다. 이에 소액 성과급조차 ‘그림의 떡’인 수많은 기업의 근로자나 미취업 청년 등의 박탈감이 심화했다. 정부 지원과 국민 혈세로 조성된 공공 인프라의 수혜를 본 기업들이 막대한 수익으로 내부 성과급 잔치를 벌이는 것에 대한 국민 여론도 싸늘했다. 자본시장에서도 주주에게 돌아가는 배당금은 늘리지 않은 채 임직원끼리 성과를 독식한다는 비판이 거셌다.
정부가 가만 보고만 있을 수 없었던 배경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국무회의에서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배분하는 문제는 노동쟁의 대상이 아니라는 취지로 언급하며, 고용노동부에 관련 지침과 해석 기준을 명확히 하도록 지시하기도 했다. 주무부처 수장인 김 장관이 주주총회 의결 의무화 방안까지 제시한 건 영업이익에 연동한 성과급 문화가 고착화할 경우 기업 경쟁력 약화는 물론 대중소 기업 및 정규직·비정규직 간 빈부 격차 심화 등 사회적 부작용이 심각해질 수 있다는 정부 내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장관은 한국과 미국 간 통상 현안과 관련, 미국의 과잉생산 관세 조사 결과가 이달 말쯤 나올 것 같다며 어떤 조사 결과가 나오더라도 양국 관세 합의안에 따라 15% 내에서 해결될 것으로 전망했다.
통상 문제 걸림돌인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 대해서는 미국 정치권과 당국의 반응이 엇갈린다고 전했다. 미 상무부와 무역대표부(USTR) 등 쿠팡 사태의 본질을 이해하는 정부 당국보다 의회 등 정치권이 민감하게 반응해 쿠팡을 옹호한다는 것이다. 그는 “미국 성인 80% 정보가 외국에 유출됐다면 어떻게 대응하겠느냐고 반문하면 (의원들) 대부분 수긍한다”며 “쿠팡 이슈가 한·미 동맹의 기초를 흔들 수준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김 장관은 근로시간을 규제하는 ‘주 52시간 근무제’ 개선과 고용유연화 필요성도 강조했다. 근로시간을 규정하는 기본 제도가 필요하지만 일하는 사람들의 의지를 막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인공지능(AI) 시대에 새로운 산업이 창출돼 많은 고용이 생겨나지만 동시에 기존 산업이 퇴출되는 구조에선 고용 유연성이 필수적이라고도 했다. 그는 “국내 대기업 정규직이 해고가 어려워 사실상 공무원만큼 안정적”이라며 “일자리 배치나 해고가 사실상 불가능한 경직된 구조가 결국 청년들의 일자리 기회를 사라지게 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주 52시간 예외 주장’이 과잉됐다며 김 장관과 반대 목소리를 냈다. 그는 시사인 유튜브 채널 ‘김은지의 뉴스인’에서 “‘가짜 노동’의 저자인 데니스 뇌르마르크도 주 52시간 예외에 대해 ‘착각에서 벗어나라’고 했다”며 “과거 장시간 위계적인 문화로 이끌어왔던 것으로 AI 시대를 대비할 거라고 생각하면 그게 오판”이라고 주장했다. 산업부와 이견에 대해서도 “엇박자가 안 나는 게 이상한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